[김의향의 스타일노트 <43>] 프레스 투어가 패션쇼 런웨이?…패션과 버즈 마케팅의 미학
이제까지 가장 장대하고 성공적인 프레스 투어(press tour·영화 홍보 투어) 패션이다! 이토록 미디어의 헤드 타이틀을 독점한 프레스 투어 패션이 있었을까. 2024년 최고 기대작인 영화 ‘듄: 파트 2(Dune: Part Two)’가 프레스 투어를 통해 패션의 대서사를 펼쳤다.
영화 ‘듄: 파트 2’의 주연인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와 젠데이아 콜먼(Ze-ndaya Coleman)의 내한이 확정됐을 때, 한국은 티모시와 젠데이아 신드롬이 일었다. ‘영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앞으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슈퍼 루키이자 동시대 청춘들이 열광하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 티모시와 젠데이아. 뛰어난 연기력은 기본, 자유롭고 당당한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스타일, 소박하고 친근한 애티튜드, 망가뜨림을 상관 않는 허당미와 반전 매력으로 할리우드 스타의 조건을 재정의하고 있다.
현지 디자이너 의상 입고 첫 기자회견
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내한 기자회견으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한 티모시와 젠데이아가 트윈 룩으로 연출한 점프 슈트를 입고 무대 위에 올랐다. 미래적인 무드를 선사하는 베이비핑크와 블루의 점프 슈트가 한국 디자이너 준지(Juun.J)의 의상으로 알려지며 금새 톱 이슈가 됐다. 현지 디자이너 의상을 입으므로, 방문국 디자이너를 서포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젠데이아와 그녀의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Law Roach)의 아이디어였다고 전해진다. 삼성물산 패션 홍보팀에 의하면 스타일리스트가 먼저 준지 측에 의상 협찬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의도는 정확하게 실현됐다. 준지의 이름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퍼져 나갔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미디어 패션과 문화 섹션 헤드에 티모시와 젠데이아가 입은 준지의 의상 사진과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기사가 올려졌다.
티모시와 젠데이아의 매력을 최대한 발산 시킨 홍보 전략이 엄청난 버즈를 일으킨 것이다. 영국 ‘글래머’는 ‘패션 축제(Fashion Feast)’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패션 축제의 큰 주제는 영화에 맞춘 ‘퓨처리즘’이었다.
먼저 멕시코시티에서 젠데이아는 보테가 베네타의 앙상블(ensemble·같은 소재와 컬러의 세트 패션) 룩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아주 짧은 크롭톱을 언더붑(underboob·가슴 밑 라인을 드러내는 패션)으로 연출하고, 타조 가죽의 코르셋과 길게 파인 슬릿의 맥시스커트를 매치시켰다. 파격적인 스타일이었지만, 178㎝의 큰 키에 가늘고 긴 패션모델의 프로포션을 지닌 젠데이아는 프로페셔널 모델 이상으로 이 미래적인 드레스 룩을 근사하게 소화해 냈다. 티모시의 스타일링도 신선했다. 팔꿈치까지 소매를 구겨 올린 프라다 슈트 재킷을 팬츠 안으로 집어 넣어 입고, 그 위에 이중 벨트를 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티모시는 GQ 선정 베스트 드레서 1위로 선정될 만큼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티모시와 젠데이아는 파리의 프리미어에서도 빛나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젠데이아는 알라이아의 대담한 컷아웃(cut-out·절개)의 화이트 드레스로 시선을 주목시켰는데, 미래 행성의 여왕처럼 아름다웠다. 또한 파리 르 그랑 렉스(Le Grand Rex)에서 진행된 프리미어에서 젠데이아가 입은 장미 자수의 드레스 룩도 특별했다. 루이비통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브랜드 앰버서더인 젠데이아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드레스다.
퓨처리즘 대표되는 스타일 강조
이번 프레스 투어에서 최고의 화제는 런던 프리미어를 위해 선택한 젠데이아의 뮈글러보디 슈트였다. 로봇을 연상시키는 크롬 보디 슈트는 뮈글러의 1995년 FW 쿠튀르 룩이다. 패션사에서도 퓨처리즘을 대표하는 아이코닉 스타일이다. 티모시는 젠데이아의 크롬 보디 슈트와 매치되는 하이더 아커만의 실버 팬츠를 입었다. 티모시는 런던에서의 포토콜 룩으로, 보테가 베네타의 물고기 비늘 장식핀 터틀넥 스웨터와 가죽 팬츠로 미래적인 룩을 연출했다. 또한 티모시는 까르띠에, 젠데이아는 불가리의 앰버서더이기도 한데, 대부분의 패션에 까르띠에와 불가리 주얼리를 매치하기도 했다. 하이 주얼리를 걸치기도 했지만, 일상에서 스타일링할 수 있는 심플한 주얼리를 더 많이 선보여 젊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에게 ‘쿨’ 하게 럭셔리 주얼리를 즐기는 법을 시연해 준 셈이다.
영화 ‘듄: 파트 2’ 프레스 투어는 각 방문국의 프리미어 무대를 패션쇼 런웨이로 만들었다. ‘듄 패션위크’라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역대급 패션 퍼포먼스였다.
2023년 영화 ‘바비’도 주연인 마고 로비의 ‘바비 핑크’ 패션을 영화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했었다. 그때는 영화 ‘바비’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커스텀 패션이었지만, 이번 ‘듄: 파트 2’ 패션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패션쇼 컬렉션 의상으로 ‘퓨처리즘’을 표현한 것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영화 주제에 맞춰 디자이너 브랜드 의상을 패션쇼처럼 연출한 프레스 투어 룩 그리고 방문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패션을 직접 선택해 입는 특급 서비스까지! ‘듄: 파트 2’는 패션을 통한 영화 홍보 마케팅에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해도 과장이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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