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파워 인터뷰] 베스트셀러 '야생의 식탁' 저자 모니카 와일드 | “마트 끊고 1년간 채집·수렵만으로 살아보니…체중 30㎏ 감량”

2024. 3. 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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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와일드 ‘야생의 식탁’ 저자 센트럴랭커셔대 약초학 석사, 전 네이피어스 더 허벌리스트(Napiers The Herbalists) 매니징 디렉터 사진 부키

여기 1년간 마트를 끊고 사계절을 오로지 수렵과 채집만으로 생활을 꾸린 실험가가 있다. 영국의 채취인 모니카 와일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1년간 수렵 채집을 계획하고 겨울부터 이듬해 겨울까지 사계절을 야생식으로만 ‘버텼다’. 아니 ‘버텼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그가 먹고 뜯고 산책하며 보낸 365일간의 기록 ‘야생의 식탁’을 보면, 책갈피마다 군침이 절로 돈다. 어수리 튀김, 꾀꼬리버섯을 곁들인 훈제 고등어, 훈연한 바닷소금, 산사나무 열매 셰리주, 석잠풀 덩이뿌리 찜, 쐐기풀잎 칩, 구운 야생 사과⋯, 자연에 먹을 것이 이토록 많았던가!

모니카 와일드는 기후 위기를 염려하면서도 당장 블랙프라이데이에 무한 욕망의 소비 지옥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며, 이 실험을 계획했다. 그동안 채취(풀, 나무, 광석 따위를 찾아 베거나 캐거나 하여 얻어내는 활동) 강습생들에게 수없이 들어왔던 질문 “채취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요?”라는 의문에도 속 시원히 답할 겸, 고대 인류처럼 살아보기로 한 것.

다행히 그는 숲이 우거진 스코틀랜드 중부 지역 바람 부는 언덕 위에 세 명의 하우스메이트와 살고 있었다. 한 명은 버섯에 도통한 동료 채취인이었고, 한 명은 해초를 널어놓은 집 안에서 의연히 프라이드치킨을 먹는 사람이었지만, 그들이 어울려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봄·여름·가을에는 버섯과 나물과 열매, 해초와 물고기를 찾아 숲과 바다로 이동하고, 겨울은 저장 식품과 이웃 사냥꾼의 선의에 의존한 채 사계절을 슬기롭게 관통한다. 허기와 결핍을 각오한 실험이었으나 자연은 그를 굶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피클과 허브차와 술을 담그며 계절을 누리는 이 다정한 스코틀랜드 할머니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갯벌의 보물과 하지의 햇살, 야생의 자아를 지탱하는 ‘우정의 근거’로 서식지를 고백하는 이 자연철학자의 이야기는 음식보다 더 풍미있다. 모니카 와일드는 홀로 세 아이를 키우다 쉰 살에 대학에 들어가 약초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지수 마인즈 커넥터 (Minds Connector) 전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위대한 대화’ 저자

1년간 수렵 채집 프로젝트를 해보니 어땠나. 나의 동물성, 식물성 혹은 인간성을 동시에 자각하는 나날이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1년간의 실험이 끝날 즈음에는 한 해를 더 이렇게 지내라고 해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매일 인스타그램에 식단을 게시하면서 자신감과 자제력이 생겼다. 생각만큼 커피와 초콜릿이 아쉽지 않았고 감자, 빵, 파스타는 영원히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서 기쁘다. 야생식을 채취하다 보면 정신이 또렷해지고 집중력이 강해진다. 예전에는 그냥 산책에 나서서 반찬거리를 조금씩 따왔다면, 이제는 모든 산책에 목표가 생겼다.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슈퍼마켓에서 쇼핑하기가 싫어진다.”

어떤 계절이 가장 지내기 좋았나.

“봄, 가을은 지내기가 정말 좋다. 야생 먹거리가 가장 풍부한 시기다. 봄에는 신선하고 맛있는 녹색 새싹들과 속이 꽉 찬 조개류, 아삭하고 감칠맛이 나는 해조류가 풍부하다. 가을에는 산딸기, 자연산 버섯, 단밤과 헤이즐넛이 풍부하다. 그러나 내가 사는 스코틀랜드는 다섯 계절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해산물과 봄나물에 의존하는 춘궁기가 지나면 진짜 봄은 4월 말에 시작한다. 여름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못하면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나는 여름에 주로 해안가로 이동해서 풍성한 먹거리들을 수확했다. 샘파이어, 명아주 같은 바다 채소를 구할 수 있고 고등어 낚시도 했다. 꾸준한 영양 공급을 위해 해안에서 캠핑을 했다.”

1 ‘야생의 식탁’ 저자 모니카 와일드가 채집한 버섯과 이파리들. 2 저자가 채집한 고등어와 그물버섯으로 만든 요리. 부키

겨울에 산토끼나 다람쥐를 먹을 땐 기분이 어땠나.

“겨울에는 고기가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라 이웃이 선물한 산토끼를 먹었다. 대신 산사나무를 심어 산토끼에게 더 많은 은신처와 겨울 식량을 제공하는 것으로 감사를 표했다. 내 몸도 다른 동물처럼 지방이 거의 없는 상태라, 이웃이 준 다람쥐 세 마리의 몸에 붙은 지방을 발라내서 프라이팬에 녹여 두기도 했다. 육류만 먹으니 몸의 체취가 강렬해진다고 느꼈다.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은 오직 채소뿐이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채취란 무엇인가.

“채취는 ‘사냥, 낚시, 식물 채집으로 식량을 획득하는 행위’다. 매우 육체적이고 지적인 행위지만,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잠시 잊고 있을 뿐, 인간은 지구에 존재한 모든 시간에 채집을 해왔다. 채취는 내 발아래 지구와 나의 육체성을 연결해 준다.”

보통 사람도 채취로 살아갈 수 있나.

“물론이다. 일단 선호하는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지역을 택해야 한다. 위치 선택은 생존의 문제다. 한 해의 식생을 대강이라도 아는 지역을 찾고, 주변에 해조류 채취와 낚시가 가능하면 좋다. 더불어 냉장고(보관)와 자동차(이동), 단열이 잘되는 거처(얼어 죽지 않고 겨울을 보내기 위한 장소)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1년 채취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당신이 정한 규칙은 무엇인가.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1. 오로지 야생식만 먹는다. 2. 다양한 서식지를 다니며 현지 식량을 구한다. 3. 돈은 쓰지 않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 4. 물물교환은 가능하다. 5. 제철 음식을 먹되 겨울에는 미리 채취해서 보존 처리한 야생식도 섭취한다.”

당신과 함께한 오두막의 동거인들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은둔 생활은 흥미롭지만 혼자서 살아가는 삶은 위험하다. 나와 내 동거인들은 모두 주변이 자연 그대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시골에서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영국은 작은 섬이고 집값이 비싸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혼자 살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지였다. 맷과 게저와 나는 셋 다 독신인데, ‘버섯맨’이라는 별명이 붙은 남성 동료 맷은 나의 야생식 실험에 동참했다. 반면 게저는 빨래건조대에 해초가 가득 널브러진 가운데서 프라이드치킨을 사 와서 먹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사는 데 익숙하다. 요즘엔 혼자 사는 사람이 많지만 작은 규모의 핵가족으로 사는 것은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꽤 최근에야 자리잡은 관습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때때로 숲이 나를 경계하거나 환영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나.

“숲에서는 거의 늘 환영받는 느낌이다. 숲은 결코 위협적이지 않다. 다만 날씨는 위협적일 수 있다. 극심한 추위, 폭우, 눈보라 때문에 자연이 매우 사나운 것처럼 착각한다. 숲은 이미 살아 숨 쉬고 있어서 어느 순간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밤이나 해 질 녘에 다른 감각이 살아나서 이전에는 무시하고 지나쳤던 수많은 생명체가 우리 주변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더 잘 인식하게 된다. 알고 보면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우리 자신에 대한 감정일 뿐이다.”

어느 순간, 시간의 대부분을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게 괴롭지 않았나. 초기 인류와 하나가 되는 건 좋지만, 문명과 오락,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았나.

“한정된 기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괴롭진 않았다. 게다가 채집 활동은 하루에 평균 1~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쓰는 시간보다 적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원한다면 영화관이나 극장에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보통 주말에 하루를 채집 활동에 투자하면, 일주일 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오늘날의 토착 부족민도 도시인이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을 사냥과 채집 활동에 할애한다. 그리고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 그러나 이것은 따로 생각해 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고등어 낚시를 하는 ‘야생의 식탁’ 저자 모니카 와일드. 부키

솔직히 커피와 탄수화물과 치즈 중 무엇이 가장 간절했나.

“재미있게도 그 어느 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커피, 초콜릿, 감귤류가 그리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3일이 지나자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장 속의 박테리아가 적응하고 나면 더 이상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한 야생 음식은 같은 양이라도 더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서 혈당이 떨어지거나 ‘배가 고파서 화가 나는’ 일이 없다. 가끔치즈가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못 참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겨울에 가장 생각나는 건 과일과 색깔 있는 음식이었다. 겨울 음식은 온통 갈색과 짙은 녹색뿐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무얼 먹고 또 무얼 하고 있나.

“요즘엔 혼합 식단을 실천하고 있다. 매주 로컬 유기농 도매상에서 구매하는 유기농 채소 중심으로 취나물과 바닷가에서 채취한 해조류, 야생 버섯을 곁들인 식단이다. 매주 현지에서 잡은 생선을 구입하고, 사슴과 산비둘기 고기도 먹는다. 가끔은 지역 농부가 공급하는 원산지가 확실한 양고기도 먹는다. 최대한 내 체질에 잘 맞는 야생식을 실천하지만 언제나 같은 식단으로 먹지는 않는다. 겨울에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숲으로 나가 채집하며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를 예의 주시한다.”

야생식 후 체중이 30kg 줄었다고 들었다. 특히 감자, 빵, 파스타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다니, 귀가 솔깃해진다.

“나는 체질상 탄수화물을 최소한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금방 다시 살이 찐다. 그래서 등산이나 하이킹 같은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이 있어야 할 때만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북부 지역의 기후에서는 중석기시대의 식단을 통해 일 년 내내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가 없었다. 계절에 따라 식탁에서 탄수화물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글루텐(보리나 호밀, 밀 같은 곡물에 들어있는 불용성 단백질 혼합물)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곡물은 여름에 익고, 겨울에 먹었다. 요즘 사람은 일 년 내내 곡물을 섭취하며 몇 년이 지나면 글루텐 불내성(흡수 불량증)을 경험한다. 곡물도 제철에만 섭취하면 몸에 과부하가 걸리는 걸 막을 수 있다.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스펠트밀, 테프밀 또는 엠머밀 같은 고대 밀에서 수확한 곡물을 추천한다. 나는 소화가 잘되는 외알밀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 조상은 곡물을 섭취했지만, 다양한 종을 섞어 먹었다.”

문득 궁금하다. 당신에게 친구의 정의는 무엇인가.

“가장 진실한 ‘야생의’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인간은 원래 고독한 동물이 아니었기에, 나는 함께 먹고 걸을 수 있는친구가 소중하다. 진정한 친구는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다’가 자연의 기본 법칙임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배달 음식과 초가공식품으로 연명하는 가여운 콘크리트 시민에게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팁을 부탁한다.

“가장 중요한 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지역의 야생식물을 관찰하며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곳에서 자라는 걸 선호하는지 등등을 알아보기를 권한다. 생선을 주로 먹는 이누이트도 베리류를 따러 다녔고 우유로 고단백 식단을 유지한 마사이족도 다양한 야채를 먹었다. 좋은 식단을 구성하려면 직접 야외로 나가 계절마다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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