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백기 들고 협상” 교황에…“러 철수 촉구하라”

신기섭 기자 2024. 3. 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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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를 거론하며 이례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끝낼 협상을 촉구하자,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반발하며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밤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종교 지도자들이 기도와 행동을 통해 자국을 돕고 있다며 이들은 "2500㎞ 떨어진 곳에서, 생존을 원하는 이들과 그들을 파괴하려는 이들 사이의 가상 중재를 시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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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송 인터뷰
우크라는 물론 유럽서도 비판
교황청 대변인 “항복 요구 아냐”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현지시각) 바티칸에서 기도회를 이끌고 있다. 교황은 전날 사전 공개된 인터뷰에서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끝낼 협상을 촉구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를 거론하며 이례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끝낼 협상을 촉구하자,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반발하며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밤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종교 지도자들이 기도와 행동을 통해 자국을 돕고 있다며 이들은 “2500㎞ 떨어진 곳에서, 생존을 원하는 이들과 그들을 파괴하려는 이들 사이의 가상 중재를 시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전날 일부 공개된 교황의 협상 촉구 인터뷰 내용을 간접 겨냥한 발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전 공개된 스위스 공영 방송 ‘아르에스아이’(RSI) 인터뷰에서 “협상은 항복이 아니다”며 “상황을 살피고 국민을 생각하며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패배하는 게 보이고 상황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협상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며 거듭 협상을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달 초 이뤄졌으며, 오는 20일 방송될 예정이다. 교황청의 마테오 브루니 대변인은 교황의 인터뷰 내용은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교황청의 해명에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쓴 글에서 “우리 국기는 노란색과 파란색이며, 우리는 다른 깃발을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청에)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들의 정의로운 투쟁을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그의 과거 언급은 20세기 2차 세계대전 중 교황청이 나치 독일을 막지 못한 걸 겨냥한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 교회의 스비아토슬라우 셰브추크 대주교도 “우크라이나는 지쳤지만, 여전히 굳게 서서 견디고 있다. 누구도 항복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균형을 위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할 용기를 촉구하는 건 어떤가? (이렇게 되면) 협상 필요 없이 즉각 평화가 보장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편들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악한 세력 앞에 굴복하면 안된다. 싸우고 무찔러 백기를 들고 굴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2년을 넘기면서 일부 국가가 협상을 중재할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불거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은 지난 8일 이스탄불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정상 회의를 주선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여름 스위스가 주최할 고위급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에 러시아가 초청받지 못하겠지만 다음번 회의에는 초대받을 수도 있다고만 언급했다.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도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잇따라 방문해 전쟁 해결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논의는 불가능하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기타 관련 국가를 중재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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