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폐지 줍는 노인들, 주5일 일해도 월 15만원밖에 못 번다

김보미 기자 2024. 3. 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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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된 2411명···10명 중 7명 76세 이상
시 “공공 일자리로 수입 증대 방안 모색”
지난해 11월 서울 중랑구 일대에서 한 주민이 폐지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시내 대로변과 골목길을 돌며 폐지를 수거하는 고령층이 2400여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7명은 76세 이상이었다. 이들의 평균 수입은 한 달 1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폐지를 모아 생계를 꾸리는 고령 주민들의 일자리와 주거, 돌봄 등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3~12월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며 폐지를 수집하는 이들은 2411명이다. 76세 이상 65%, 80세 이상도 25%나 됐다. 성별은 여성이 60%다. 홀로 거주하는 경우는 37%였다.

특히 기초수급자(차상위포함)가 23%, 기초연금 수급자는 72%에 달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75%)으로 폐지를 수집한다고 했다. 응답자의 52%는 하루에 3~6시간씩, 50%는 주 5일 이상 폐지를 찾아다녔다. 반면 월 평균 수익은 15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1㎏에 120원 수준이던 폐지 가격이 지난해 70원대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60㎏를 모아도 벌이는 5000원이 안 되는 셈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9860원)에 한참을 못 미친다. 어르신들도 소득감소(65%)와 건강(42%)을 수집 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교통사고 위험(9%)도 있다.


☞ 폐지 수집…가난과 착취의 손수레를 끌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1070900031

이에 서울시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층은 저강도 공공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다른 고령 주민의 말벗이 돼 안부를 묻는 노노케어를 담당하거나 급식·도시락 배달을 돕는 일 등이다.

계속 폐지를 수집하길 원하면 관련 공공일자리를 통해 폐지 판매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혼자 일하는 게 편하고 기존 활동이 익숙해 폐지수집을 원하는 고령층도 있다”며 “폐지 판매수익과 보조금을 합해 급여를 지급하는 폐지수집 일자리사업단으로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수집한 폐지를 각 자치구와 협약을 맺은 공동판매처에 가져가면 평균 30만원, 최고 38만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3개 자치구에서 총 1253개의 일자리로 운영한다.

또 건강 등의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해 생계와 주거 유지가 힘든 고령층은 긴급복지대상자로 선정하거나 희망온돌기금 등을 통해 지원한다. 1인 가구로 폐지수집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노인종합복지관 등에서 주 1회 이상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생활에 필요한 돌봄 지원에 나선다. 동주민센터 방문간호사도 2개월에 1번씩 건강 관리를 챙긴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서울에만 2400여명의 폐지 수집 어르신들이 밤낮으로 거리에서 일하고 있다”며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경량 손수레와 방한복 등 안전용품을 지원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위한 일자리 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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