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없는 월클 수미' 김덕배 꽁꽁 묶은 '펩클라시코 MOM' 엔도가 솔직히 부럽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 축구는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삼대장'을 보유했다. 공격수 손흥민(32·토트넘), 미드필더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수비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다. 이들은 유럽 최고 레벨의 무대에서도 굵직한 활약을 펼치며 일본 등 같은 아시아권 국가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산다.
그런 한국도 아직 갖지 못한 포지션이 있으니,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다. 현대축구의 핵심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설 '월클 수미'(월드 클래스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차붐, 박지성과 같이 유럽에서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은 대부분 공격수, 미드필더였다.
엔도 와타루(31·리버풀)의 존재는 그래서 부럽다. 일본 축구대표팀 주장인 엔도는 지난해 여름 슈투트가르트에서 리버풀로 이적할 때 물음표가 잔뜩 찍혔지만, 불과 7개월만에 대체불가의 입지를 구축했다. 11일 안필드에서 열린 맨시티와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에서 상대 에이스인 케빈 더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 등을 꽁꽁 묶으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더 브라위너는 후반 24분 마테오 코바시치와 교체아웃된 이후 벤치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불평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경기는 맨시티 존 스톤스의 선제골로 맨시티가 앞서갔으나, 후반 5분 리버풀 미드필더 알렉시스 맥 앨리스터가 페널티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1대1로 비겼다.
일본 축구전문매체 '풋볼존'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 중에서 MOM을 수상했다', '이것은 일본 축구 역사에 남을 쾌거', '엔도를 전 세계에 알렸다' 등 이날 경기를 마치고 팬들이 보인 반응을 소개했다. 팬들은 이날 경기를 양팀 감독인 위르겐 클롭(리버풀)과 펩 과르디올라(맨시티)의 이름을 따 '펩클라시코'라고 명명했다.
엔도는 이날 96%의 패스 성공률, 3번의 볼 경합 성공, 2번의 공중볼 경합 성공, 2번의 클리어링, 2번의 인터셉트, 6번의 볼 리커버리 등을 기록했다. 과거 리버풀에서 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사비 알론소가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왜 많고 많은 미드필더 중에서 늘 엔도를 선발하는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미국 NBC스포츠는 이날 90분 풀타임 활약한 엔도에게 팀내 2번째인 평점 7점을 매겼다. "몇 번이나 공을 되찾았다. 리버풀 축구에 잘 적응했다"고 평했다. 팀내 평점 1위는 8점을 받은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다.
엔도는 서른 전후로 빛을 본 케이스다. 그는 2010년 일본 쇼난 벨마레에서 프로데뷔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우라와 레즈에서 활약했다. 8년간 일본 무대에서 활약한 엔도는 2018년 벨기에 신트 트라위던으로 이적한 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독일 슈투트가르 주력 자원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여름 엔도가 단돈(?) 1620만파운드(약 276억원)에 리버풀로 이적했을 땐 누구도 이같은 활약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백업용 자원'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클롭 감독은 엔도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감쌌다. 엔도는 올시즌 컵포함 31경기에 출전해 2골을 넣고 있다.
체구(신장 1m78)가 크지 않은 31세 일본인 미드필더가 '펩클라시코'에서 펼쳐보인 활약은 한국 축구에도 큰 울림을 던진다. 한국은 전직 대표팀 주장 기성용(서울)의 뒤를 이을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박용우(알 아인)는 카타르아시안컵에서 한국의 3선을 책임지기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기대를 모은 올림픽 대표 권혁규(세인트 미렌)는 셀틱에서 세인트 미렌으로 임대를 떠난 뒤 조금씩 출전 기회를 잡아가고 있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만족하지 않는 팀이 되기 위해선 '삼대장'과 어우러질 월클 수미와 풀백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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