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과학기술의 미래예측

2024. 3. 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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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2100.[출처 Monmouth College]

미래에 대한 상상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인류가 생긴 이래 언제나 중요한 화두였다. 수십 세기를 거치면서 인류가 상상했던 미래가 현실이 되기도 하고, 우리들 역시 과학기술의 진보로 비현실적으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목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측은 현상의 역동성과 같이 반복적으로 발현되는 날씨, 가격 변동, 증권 거래소 지수, 외환 또는 금융 자산 등의 부문에 적용되어 왔다. 미래과학기술 예측은 어떠한가? 과학기술과 관련한 예측은 과학기술정책과 연구부문에서 중요한 테마로 자리잡고 있으며 과정 자체가 도전적이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탓에 국제조직, 정부, 기관차원에서 주도되는 경향이 있다. Bonaccorsia 등 해외 연구자들은 과학자들이나 정책적 입안자들이 일련의 미래기술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얻기 위해 미래전망-기술미래에 대한 약속-을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매년 국내외 기관들이 발표하는 미래기술도 공급과 수요를 견인하기 위한 전략적 니치 관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과 관련하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방대한 과학기술분야 논문데이터에 AI 기술을 적용하여 향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성장할 미래유망기술을 선정, 15년간 출판된 글로벌 과학기술논문 약 약 2,200만 건을 분석하여 미래유망기술을 발표했다. 2024년 미래기술 선정에 있어서는 KISTI 고유의 ‘위크시그널(weak signal) 자동탐지기술’을 결합하여 미래기술 아이템의 구체성을 강화했고 전 세계에서 발표된 수천 건의 최신 미래 유망기술들에 대한 메타 분석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과학기술분야별 미래기술로는 이미지 및 LiDAR 정보를 활용한 객체 인식, 블록체인과 크로스체인 기술, 모바일 기기에 적용 가능한 AI, 유전자 편집을 활용한 치료와 응용, COVID-19관련 치료제가 있으며, 미래 고성장 위크시그널로는 당뇨병 및 비만치료와 혈당 조절 관련 신약개발, 컨볼루셔널 뉴럴 네트워크를 대체할 새로운 캡슐 신경망 기술, 뉴로모픽 컴퓨팅을 위한 시냅스 소자기술 등이 있다.

한편, 과학기술분야 논문데이터를 활용한 미래기술발굴이 먼 미래를 타겟으로 한 결과물이라면 가까운 미래를 타겟으로 한 유망사업화아이템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 KISTI는 지난해 국가전략기술분야를 대상으로 위키데이터(Wikepedia)와 공급 및 수요 부상성, 기술집약성 및 확장성 모델을 적용하여 유망사업화아이템을 발굴하고 우선순위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대표 아이템으로는 극자외선 리소그라피, 셀투팩, 첨단 미래차 보안솔루션, 첨단 멤스센서, 올리고 뉴클레오티드 합성 플랫폼, 차세대 중형 리프트 발사체,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개인정보보호 솔루션, AI 교육용 서비스 솔루션, 양자컴퓨팅, 5G NR 지능형 스몰셀 등이 있다. 동일한 기관에서 발표한 미래기술(아이템)이 상이한 이유는 목적에 부합하는 데이터의 활용, 예측기간 및 대상에 따라 모델과 지표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주목할 미래기술과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수년 내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을 발굴하는 방법, 프로세스, 결과는 상이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얼마전 예측 활동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참여하는 부문을 간소화하는 것이 가능한가? 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미래예측에 대한 노고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은 과학적인 방법과 도구를 활용하더라도 전문가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데이터와 AI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발굴한 기술들을 클러스터링하고 분석하는 각각의 단계에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데이터 정제와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도 전문가들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개별 예측이 실현된 결과와 개인의 전문가적 경험을 통해 논리적 유사성을 학습하고 예측의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위에 열거한 기술(아이템)들의 경쟁기술, 예상 성능, 비용 및 위험요인 분석 등은 전문가의 참여가 집약되는 단계이다.

여기서 한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하다고 믿는 것을 기술적 현실에 투사할 가능성, 즉 편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desirability bias)이라고 하는데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는 속내 그대로를 표현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맞춰 행동하고 표현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기술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미래에 바람직한 개발(기술의 발견, 발명, 개선)이 일어날 가능성을 왜곡 혹은 과대평가할 수 있으며 전문가들의 정서적 반응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경감시키기 위해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미래기술예측이라는 영역을 중심으로 시도되어 온 점은 근거기반의 의사결정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향후 미래기술을 넘어 인류의 오랜 열망이자 관습인 미래의 시그널을 탐색, 예측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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