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화재로 입주사 피해…대법 "투자사·신탁사 공동배상해야"
허경진 기자 2024. 3. 11. 11:05
사모부동산집합투자기구(펀드)가 투자해 신탁회사가 소유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임차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 투자회사와 신탁회사가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11일) 대법원 2부는 임차인(세입자) A사가 자산운용사와 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지난달 15일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015년 12월 11일 성남시 분당구 건물의 1층 주차장 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6층부터 12층까지 입주해있던 A사는 각종 전산 장비와 집기, 부품 등이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건물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투자펀드 신탁(자산관리 위탁) 계약을 체결한 은행이 2013년부터 매수해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A사와 소속 임직원은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자산운용사와 은행, 건물 관리회사를 상대로 2016년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 법원은 자산운용사와 은행이 공동으로 A사에 46억4500만원을, 임직원에게는 1인당 16만~61만원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건물 관리회사를 상대로 한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양측은 판결에 불복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법 758조에 따르면 공작물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보수·관리 권한이 있는 개인이나 기관은 '점유자'로서 공작물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타인의 지시를 받아 지배하는 이는 점유보조자에 불과해 책임을 면합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건물 주차장 천장의 점유자로서 화재로 인한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는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와 신탁업자(은행)이고, 부동산 관리회사는 점유보조자에 불과해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자산운용사와 은행은 문제의 주차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던 건물관리 회사에 책임이 있고, 간접 점유자인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자산운용사가 부동산 관리회사에 건물에 관한 관리 등의 업무를 지시하고 업무보고를 받으며, 예산 범위 내에서 건물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한 점 등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 점, 신탁회사는 소유자 지위에 있으면서 대외적으로 건물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행사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책임재산의 범위와 관련해선 자산운용사와 은행은 건물의 가액을 한도로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투자신탁재산의 취득·처분 등과 관련한 이행 책임은 투자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한다고 정하는 자본시장법 80조 2항이 근거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가 점유자로서 부담하는 공작물 책임은 투자신탁재산의 취득·처분 등과 관련한 이행 책임이 아니다"라면서 "투자신탁재산을 한도로만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재산(신탁하지 않은 재산)으로도 공작물 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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