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날 뻔했다, 이거” 한문철, ‘죄 없는 배달기사 도둑으로 몬 영상’ 내리며 한숨

배달 라이더의 아내 A씨, 온라인 커뮤니티 글 통해 억울함 호소
“배달 앱 오류로 음식 자체 폐기. 한참 후에야 한문철TV 영상 확인”
“남편은 도둑놈이 아니다. 영상 삭제하고 공개 사과하시라”
한 변호사 “제보자와 확인 작업 거쳤는데 이제야 말 바꿔. 아이고 미치겠다”
“12일 방송 예정이던 ‘한블리’에는 안 나가게 하겠다. 편집 이미 다 해놨는데….”

유튜브 한문철TV 영상 갈무리.

 
교통사고를 전문으로 다루는 한문철(사진) 변호사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서 죄 없는 배달 기사(배달 라이더)를 도둑(절도범)으로 모는 제보 영상을 방송해 논란이 일었다.

배달 기사의 아내는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 내용이 기사화 되면서 비난이 일었다.

한문철TV 측은 10일에야 관련 영상을 모두 내리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잘못을 시인했다. 한문철TV 구독자 수는 178만명에서 하루 만에 177만명으로 감소했다.

해당 내용은 오는 12일 JTBC ‘한블리’ 방송까지 예고돼 있었지만, 그는 방송사에 연락해 영상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희 남편이 한문철tv에서 도둑놈으로 몰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게 됐다.

유튜브 한문철TV 영상 갈무리.

 
글 작성자 A씨는 “한문철tv 유튜브 21228회/21127회에 도둑놈으로 몰린 배달기사 아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해당 영상은 ‘여러분은 실수로 보이시나요? 고의로 보이시나요? 남의 음식을 가져간 라이더 제보합니다’(21127회, 2월17일 방송), ‘배달 라이더로 위장한 도둑이랍니다’(21228회, 2월26일 방송)라는 제목으로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A씨는 “제 남편은 눈이 많이 오던 지난 2월5일 양주 옥정에서 배달앱을 통해 ‘고기○○’이라는 가맹점 배달 건으로 도착지에 갔고, 도착 후 배달업체 측 ‘앱 오류’로 배차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운을 뗐다.

이에 A씨 남편은 해당 배달앱 측과 통화해 ‘음식은 고객 요청으로 다시 제조해 새로 배달하기로 했으니 픽업한 음식을 자체 폐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당시 ‘통화 녹음본’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A씨는 글을 올린 당일 오전에야 남편이 지인을 통해 ‘도둑놈’으로 제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A씨는 남편과 해당 유튜브 영상과 댓글을 확인하며 황당하고 억울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A씨의 남편은 전후 상황부터 알기 위해 가맹 점주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주는 ‘이미 해당 폐기음식 건에 대해 배달업체 측에서 보상 처리 받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배달 기사였던 제 남편을 괘씸하다며 한문철TV에 제보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오늘 아침 찾아가 해당 영상에 관해 여쭈니 점주 분은 죄송하다고 하셨다”면서 “저희 남편은 이 좁은 배달라이더 업계과 가맹점들이 유튜브를 보고 알아봐 버린 상황이고 ‘한블리’에 이 영상이 전파를 탈 예정이라는 문구를 해당 영상 안내글에서 확인했다”고 했다.

A씨는 “남편의 잘못도 아니고 배달업체 측 앱 오류로 일어난 배달 사고를, 심지어 폐기음식 건에 보상까지 받으신 가맹점주가 왜 대체 (남편을) 도둑으로 제보하신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후 A씨는 추가 글을 올렸다. 그는 “주말이라 방송사 쪽 연락이 힘들어 가맹점주를 통해 PD 연락을 받았지만, ‘편집이 어려우니 영상은 그대로 방송에 나가고 끝에 상황 설명을 내보내면 어떻겠느냐’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남편은 ‘방송 자체를 원하지 않고 취재도 원치 않으니 영상 그대로 방송 내보내면 고소하겠다’고 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문철TV 유튜브의 공식 사과와 가맹점주의 지역 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사과를 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튜브 한문철TV 영상 갈무리.

 
논란이 일자, 한 변호사는 10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정정했다.

그는 제보자인 가맹점주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소개하며 ‘원래는 배달원이 주소지를 확인하고 (물건을) 가져가는데, 이번에는 얼굴도 모르는 배달원이 확인도 하지 않고 가져갔다’라는 내용을 확인한 뒤 두 차례에 걸쳐 방송을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가맹점주는 9일 오후 한 변호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원래 저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가 맞다고 한다. 주소지가 잘못 돼 있어 배달원이 본사에 연락을 취했고, 본사는 직접 매장에 연락해 처리하겠다고 해 배달원이 본사 말대로 음식은 폐기하고 다른 배달일을 하러 갔다고 한다”고 잘못된 제보였음을 인정했다.

이어 “그런데 본사에서 저희 매장에 연락을 주지 않았던 것”이라며 “때마침 기계 오류로 (음식을) 픽업했다는 알람조차 울리지 않아 도둑질을 의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맹점주는 “어찌 됐든 본사 내부 소통의 오류가 있었고, 경찰 역시 담당자가 교육을 가서 진행 상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오늘 (피해자들이) 찾아와서 오해를 풀게 됐다”면서 “다만 여기가 작은 동네고 아는 분들은 다 알다 보니 주변에서 연락이 오고 라이더 님은 도둑이 아닌데 도둑이 됐다고 제발 영상을 내려 달라고 했다. ‘한블리’는 아직 방송 되지 않았지만, 방송이 된다고 하니 영상이 아예 올라오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한 변호사는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이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분이 이거 모르셨으면 (한블리) 방송에 나갈 뻔 한 게 아니냐”면서 “예고편도 조금 나갔다고 한다. 큰일 날 뻔 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아이고 미치겠다”면서 “제가 몇 번을 확인했는데도 확신을 갖고 말씀해주셨으면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한블리는 방송 안 나가게 하겠다. 제가 바로 어제 PD님께 말씀드렸다. 이미 편집 다 끝났다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분량도 8분 정도로 굉장히 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공개된) 한문철TV 영상은 삭제보다는 정정방송을 해서 이 분(배달 기사)의 명예 회복을 해야 한다”고 정정방송을 예고했다.

또한 ‘라이더 님(피해자)이 한 변호사와 통화를 원한다’는 가맹점주의 요청에는 “저는 직접 통화는 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