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양규 조명 호평에 웃고 '궐안전쟁' 혹평에 울다[스타in 포커스]

김현식 2024. 3. 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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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송한 32회 끝으로 종영
최고 시청률 13.8%…전작보다 높아
흥화진 전투까지 호평 이어졌으나
중반부 이후 '고려궐안전쟁' 혹평
차기작은 빠르면 내년 방송 시작
드라마 포스터(사진=KBS)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 서용수/ 제작 몬스터유니온, 비브스튜디오스)이 4개월여의 여정을 마치고 종영했다.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는 전작보다 나은 성과를 거뒀으나 내용적 측면에서는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귀주대첩 승리로 대미…현종, 성군으로 발돋움

1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한 ‘고려거란전쟁’ 최종회인 32회 전국 시청률은 13.8%로 집계됐다. 이는 이 드라마의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이전 최고 시청률은 지난 3일 방송한 30회가 기록한 12.9%였다. 2022년 5월 종영한 전작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최고 시청률은 11.7%였다.

최종회에서는 강감찬 장군(최수종 분)이 거란군과의 치열한 사투 끝에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끄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귀주에서 고려군이 대승했다는 소식을 접한 현종(김동준 분)은 신하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현종은 개경으로 돌아온 강감찬에게 황금 화관을 하사하며 “천년이 지나도 경이 전한 승전보가 이 고려 땅에 계속해서 울려 퍼질 것이오. 경이 고려를 구했소”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종회 방송 화면(사진=KBS)
전쟁이 끝난 이후 송으로부터 1년 뒤 거란을 함께 공격하자는 제안을 받은 현종은 강감찬의 조언대로 명분을 주고 실리를 챙기기로 했다. 고민 끝에 현종은 거란주에게 화의를 청하고, 자신을 고려의 군주로 책봉해달라고 했다. 강감찬은 소배압(김준배 분)에게 거란의 체면을 살려줄 테니 다시는 고려를 넘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라는 내용을 담은 서찰을 보냈다.

야율융서(김혁 분)와 소배압은 거란의 미래를 위해 고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든 것을 이뤄낸 강감찬은 현종에게 사직을 윤허해 달라고 청했다. 그는 사직을 불허하려는 현종에게 “우리 고려는 거란을 물리쳤사옵니다. 그 승리의 기억이 온 고려인의 가슴에 새겨졌사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겨낼 것이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용상 아래로 내려온 현종은 “경을 잊지 않겠소”라며 강감찬의 손을 꼭 잡았다. 이후 눈시울이 붉어진 현종은 강감찬의 손을 놓아줬고, 강감찬은 눈물을 흘리며 정전을 빠져나가 짙은 여운을 안겼다. 방송 말미에는 현종이 자신의 길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듯 용상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장면이 펼쳐졌다. ‘고려거란전쟁’은 현종이 어엿한 성군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양규 장군 역을 맡은 지승현(사진=KBS)
야율융서 역의 김혁과 소배압 역의 김준배(사진=KBS)
◇중반부부터 삐걱…‘고려 궐 안 전쟁’ 혹평도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 장군의 이야기를 다뤘다. 태종 이방원’이 지난해 5월 종영한 이후 1년 반 만에 시청자들 곁을 찾는 대하드라마다. 제작비는 약 27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KBS 대하드라마 중 최초로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한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일부 국가 한정)에서 동시 공개된 작품인 ‘고려 거란 전쟁’은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영웅 서사를 그리는 정통 사극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시청률은 방송 10회만에 두 자릿수대에 진입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야율융서, 소배압, 양규 장군(지승현 분)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잇단 등장, 때깔 좋은 전쟁씬과 완성도 높은 OST 등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지점이다. 양규 장군이 흥화진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소수 정예 병력으로 거란군의 보급 거점인 곽주성을 탈환하는 장면 등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강감찬 역의 최수종은 이번 작품으로 KBS에서 연기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반환점을 돈 이후부터 삐걱댔다. 지방제도 정비에 나선 현종이 강감찬을 비롯한 신하들과 갈등을 겪는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뒤부터 혹평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거란과의 전쟁이 아닌 궁중암투가 극의 중심이 되면서 전개가 지루해졌다는 반응이 뒤따랐고, 박진(이재용 분)과 같은 가상의 캐릭터들이 비중이 커지고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먼 전개가 이어지는 데 대한 반발 목소리도 나왔다.

‘왜 드라마가 고려 궐 안 전쟁으로 바뀌었느냐’는 비아냥이 따르는 가운데 원작 소설을 쓴 작가가 “대하 사극 아닌 웹소설 같다”며 공개 비판에 나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 ‘고려거란전쟁’ 시청률은 탄력을 받지 못한 채 9~10%대에 머물렀다. 다행히 급격한 시청률 하락은 피했다. ‘고려거란전쟁’은 고려군과의 3차 전쟁에 돌입한 이후부터 다시 시청률을 조금씩 끌어올리면서 ‘태종 이방원’보다 높은 시청률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양규 장군과 같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을 조명한 점은 의미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땐 불필요한 내용이 많았던 작품”이라며 “32회 분량 중 10회 이상은 드라마에 담기지 않아도 될 이야기였다”고 평했다. 이어 “도입부부터 보여주며 기대를 모았던 귀주대첩 전쟁씬의 경우 분량도 짧고 서사와 디테일도 부족해 스펙터클한 재미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드라마 포스터(사진=KBS)
◇대하드라마 차기작은 내년 목표…“비판 목소리 참고해야”

‘고려거란전쟁’의 뒤를 이을 대하드라마 차기작은 이르면 내년 중 전파를 탈 전망이다. 김상휘 KBS 드라마센터 CP는 지난 3일 KBS 1TV ‘TV비평 시청자데스크’를 통해 “아직 구체적 시기나 인물 소재에 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이미 후속작 기획에 돌입했다. 2025년 방송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차기작 계획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CP는 “기존 사극 시청층은 물론 젊은 세대 등 모두를 아우르는 소재를 발굴하고 첨단기술을 도입해 품격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덕현 평론가는 “‘고려거란전쟁’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한정된 제작비를 어느 지점에 집중 투입할 것인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스펙터클한 전쟁씬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대본을 촘촘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서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다루는 사극을 제작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고려거란전쟁’은 오는 17일 밤 9시 15분 출연 배우들이 방송 장면을 되짚으며 토크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스페셜 방송으로 시청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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