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100% 배상받는 투자자 나올 수도…기본배상은 20∼40% [Q&A]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4. 3. 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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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는 가운데 한 집회 참가자가 삭발식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정도와 투자자의 투자 경험, 연령 등 기준에 따라 ‘차등 배상’하는 내용의 배상 기준안을 11일 발표했다. 앞으로 각 금융사들이 진행할 자율배상의 가이드라인 셈이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DLF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또다시 이런 대규모 투자자 손실사태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법적 규제와 절차가 크게 강화됐으나 이번 검사를 통해 이 같은 원칙과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먼저 기본배상비율은 설명 의무나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 원칙을 위반했는지에 따라 20∼40%로 정했다. 이 같은 위반 행위에 대한 내부 통제부실 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 포인트, 증권사는 5% 포인트 가중하기로 했다. 다만, 온라인 판매채널을 이용했다면 판매사 책임을 상대적으로 적게 적용해 은행 5% 포인트, 증권사 3% 포인트로 가중 비중을 낮췄다.

또 금융 취약계층 보호에 소홀하거나 과거 ELS 투자 경험 등 판매사와 투자자의 과실사유를 따져 투자건별로 배상비율을 가감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반화하기 곤란한 내용이 있다면 기타 요인으로 10% 포인트씩 가감할 수 있도록 배상 기준안을 마련했다.

이번 금감원의 책임 분담 기준안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DLF 사태 때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치매환자에게 최고 수준인 80%의 배상비율이 적용된 것에 비춰볼 때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명확한 경우 전액 배상 가능성도 열려있다. 하지만 과거 투자 경험이 있거나 자기책임 원칙이 적용될 만한 투자자는 원금을 아예 건지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가입자들은 오는 15일 집회를 열고 전액 배상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사들은 조만간 책임 분담 기준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자율배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서 금감원은 홍콩 ELS 자율배상에 적극 나서는 판매사에게 감면 방안을 내놓았지만, 금융사들은 자율배상에 배임 소지가 있다며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이다.

자율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판매사와 소비자 중 어느 누구라도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치 않을 경우 배상문제는 법정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번 책임 분담금 기준안 발표 관련 일문일답이다.

▶ELS 투자로 손실을 본 금융소비자는 언제쯤 배상을 받을 수 있나

“각 판매사가 이번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을 실시할 수 있고, 이 경우 양 당사자간의 의사(배상안 제안 및 수용) 합치 여부 및 시기에 따라 배상시기가 결정된다. 각 판매사가 자율배상을 실시할 경우 조속하게 배상이 이뤄진다. 판매사-투자자간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길 기대한다.”

▶소비자별 배상비율은 어떻게 정해지며, 평균 배상비율은

“개별 투자자 배상비율은 이번 조정기준안을 토대로 산정된다. 금감원은 신속하게 대표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조정기준안은 분쟁조정 절차의 시작점으로 현 시점에서는 투자자별 구체적 배상비율을 일률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

▶가입자에 따라서 100% 배상 또는 0% 배상도 가능하나

“투자자별 배상비율은 이번 조정기준안을 토대로 산정될 것이며, 현 시점에서 배상비율 범위 분포를 예측하기 어렵다.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 요인을 종합 고려해서 결정될 예정으로, 판매자나 투자자 일방의 책임만 인정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과거 ELS상품 가입으로 얻은 수익은 배상금액과 상계되나

“과거 수익을 배상금액과 직접 상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자의 과거 투자경험과 수익규모 등은 투자자 책임 요인 고려 시 감안하는 요인 중 하나다.”

▶아직 만기가 남아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배상은 어떻게 진행되나

“투자자별로 만기 도래 이후 확정된 손실에 대해 이번 조정기준안에 따라 산정된 배상비율을 적용해 배상금액이 결정된다.”

▶이번 조정기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조정기준은 과거 분쟁사례를 참고하되 ELS 손실사례의 특수성과 판매채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만들었다. 조정안이 대규모 소송 등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신속한 손실 회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대한 합리적으로 마련한 기준임을 감안해 달라. 조정안에 다툼이 있는 소비자는 소송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향후 대표사례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등 진행 일정은

“대표사례 분조위는(필요시) 추가 사실조사 및 검토 → 분조위 회부 → 조정결정 통보(양 당사자 앞) → 당사자의 수락 또는 불수락 → 양 당사자 모두 수락시 조정성립 등의 절차를 거쳐 통상 약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과거 DLF 사태와 비교해 배상기준은 어떻게 달라지나

“이번 조정기준안은 DLF와는 달리 ELS 상품특성과 소비자보호 환경 변화를 감안했다. DLF는 비정형적이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상품구조를 갖고 있지만, ELS는 장기간 판매돼 온 상대적으로 대중화된 상품이고, 상품구조가 정형화된 점 등에서 DLF와 차이가 있다. 또 DLF 사태 이후 판매규제를 강화한 금소법 시행 등에 따라 판매사들의 형식상 판매절차는 대체로 갖춰진 상황이다.”

▶여타 판매사에 대한 검사 계획은

“주요 판매사에 대한 검사결과 처리 경과를 감안해 향후 검사여부, 일정 등 검토 예정이다. 다만, 이번에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은 검사가 진행되지 않은 여타 판매사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이번 분쟁조정안으로 은행의 손실부담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되나

“현재로서는 은행의 손실부담 규모를 확정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잠정) 국내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이 14.05%로 규제비율을 크게 웃돌고 수익성(당기순이익 21조3000억원)도 견조해 분쟁조정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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