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초선의원 출마 선언문…‘운명’의 마지막 자락 보니 [대통령의 연설]
22대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총선에 뛰어든 각 정당들은 저마다 새로운 인물들을 내세우며 표심을 끌어들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지역구 잔뼈가 굵은 현역의원이나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들이 공천 탈락에 반발하는 일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정치인들이 아무래도 해당지역 선거에서는 큰 힘을 발휘할텐데, 굳이 신인을 공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차하면 현역의원이 탈당해 적으로 맞설 수도 있는데 말이죠.
흔히 회자되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공천권을 가진 세력이 당내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치신인을 내려꽂는 게 첫번째구요. 두번째는 해당 지역구를 넘어 전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죠. 이렇게 등판한 신인은 미래에 대권후보감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두번째 이유로 공천돼 아마도 역대 총선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던 정치인이 이번 ‘대통령의 연설’ 주인공입니다. 비록 당은 해당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이 정치인은 험지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훗날 대통령에까지 오르게 되죠.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운명>은 문 전 대통령의 개인사를 다루며 자연스럽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을 소개하고,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최후까지 생생하게 다루는데요. 이를 담담한 문체로 담아낸 것이 과거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서 묵묵히 상주역할을 하던 모습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책의 마지막 대목은 사실상 출마선언으로 받아들여져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죠.
이 대목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책의 제목이 운명으로 바뀌다보니 나중에서야 추가한 문장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요. 문장이 들어가게 된 계기야 어떻든 이후로 한국 정치판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역사상 가장 유명한 초선의원의 출마선언문이란 평가가 아깝지 않습니다.
대선후보 도약 발판으로
당시 당내에서는 문 전 대통령에게 총선에 출마하지 말고 나중에 바로 대선 출마로 가야 한다는 의견, 비례대표나 당선이 용이한 수도권 지역을 선택해서 전국 지원 유세를 다녀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저는 정권 교체를 위해 총선부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선은 그 후에 생각할 일이었습니다”라며 “그리고 총선에 나선다면, 부산에서 출마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훗날 술회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 그토록 염원했던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택인 것이죠.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들었으나 따르지 않았던 조언들을 현재의 유력 대권후보들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데요. ‘총선에 출마하지 말고 바로 대선 출마’하는 것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행보고, ‘당선이 용이한 수도권 지역을 선택해 전국 유세’를 다니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행보죠. 문 전 대통령과 다른길을 택한 것이 이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도 잘 지켜볼만한 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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