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없어요?" 회장 한마디에 20억 투자…골판지 회사 '반전'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최형창 2024. 3. 11. 10:1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8일 시흥시 정왕동 시화산업단지에 자리한 태림페이퍼 연구개발(R&D)센터.

겉보기에는 박스를 만드는 일반 공장과 다를 바 없는 이곳에선 매일 골판지와 박스 포장 실험이 진행중이다.

이곳은 국내 골판지 및 박스 포장 생산량 1위 태림페이퍼 연구원 11명이 더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이다.

태림의 연구개발(R&D)센터가 눈길을 끄는 건 국내 골판지 업계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R&D센터 없냐"는 '패션 거목' 한마디…'골판지 판' 뒤집혔다
업계 최초 R&D센터 만든 태림페이퍼
글로벌세아그룹 인수 후 김웅기 회장 지시로 탄생
스티로폼 박스 대체하는 '테코박스' 등 인기
태림페이퍼 R&D센터 연구원들이 실험실에서 실험 준비를 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지난 8일 시흥시 정왕동 시화산업단지에 자리한 태림페이퍼 연구개발(R&D)센터. 겉보기에는 박스를 만드는 일반 공장과 다를 바 없는 이곳에선 매일 골판지와 박스 포장 실험이 진행중이다. ‘태림페이퍼 기술연구소’라고 적힌 40여평의 실험실에 들어서니 꽃샘 추위도 잠시 잊었다. 종이는 온·습도에 따라 물성이 달라져서 정밀한 실험을 위해서는 23도, 습도 50%를 늘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험실에는 골판지의 성질을 분석하는 장비부터 상자의 압축강도를 측정하는 기계에 이르기까지 40여종의 각종 기기가 놓여 있었다. 이곳은 국내 골판지 및 박스 포장 생산량 1위 태림페이퍼 연구원 11명이 더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이다.

 20억원 투자해 시설 정비 및 기기 설치

태림의 연구개발(R&D)센터가 눈길을 끄는 건 국내 골판지 업계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제지회사들은 자체 R&D 조직을 갖고 있지만, 골판지 업계에서는 그동안 보기 드물었다. 내수 위주 시장이고, 대형 4~5개사가 파이를 나눠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찰나에 2020년 글로벌세아그룹이 인수한 태림에서 R&D센터를 야심차게 출범했다. 패션 사업을 통해 R&D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김웅기 회장이 약 20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정비하고 기기를 들여놓았다.
 

디자인 담당 직원이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작년 전주페이퍼 인수인수 "생산성 등 시너지 낼 것"

R&D센터는 조직 전체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주먹구구로 이어오던 체계를 표준화하고 원가절감 등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이해성 태림페이퍼 기술연구소장은 “골판지 업계에서는 50년 넘은 번역서가 유일할 정도로 메뉴얼이 없었다”며 “공정 기술을 집대성한 ‘백서’를 지난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골판지 업계에서는 박스가 휘는 것과 접착불량이 고질적인 문제였다”며 “이를 R&D로 개선했고, 원재료를 절감으로 매년 20억원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보냉 종이상자 ‘테코 박스’는 R&D의 산물이다. 최근 태림포장이 냉장육 보관 시험을 한 결과 테코박스는 21시간 동안 10℃ 이하를 기록해 안정적인 냉장 시간을 유지했다. 스티로폼 상자가 같은 조건에서 기록한 21시간 20분 냉장시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경제성도 탁월하다. 스티로폼 상자를 5만개씩 5t급 화물차로 운송할 경우 스티로폼 상자는 화물차 38대가 필요한 반면 테코박스는 26대면 가능하다. 그 덕분에 택배·포장재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도 손을 잡는 등 사업 영역이 커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이 태림포장의 물류 운영을 담당하고, 태림포장은 CJ대한통운에 포장재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태림페이퍼는 지난해 국내 최대 신문용지 제조사인 전주페이퍼를 인수했다. R&D센터에서는 양사가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키울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이 소장은 “골판지에 기둥 역할을 하는 골심지를 국내에서 가장 낮은 무게로 생산하는 회사가 전주페이퍼”라며 “어느 공장에서 얼마나 생산할 지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시흥=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