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SONNY' 손흥민, 1골 2도움 펄펄→"눈부신 선수·진짜 주장의 활약"...토트넘, 빌라 원정 4-0 대승
[OSEN=고성환 기자] '캡틴'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1골 2도움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다. 그 덕분에 토트넘도 승점 6점짜리 경기를 잡아내며 4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희망을 높이는 귀중한 승리였다.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28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를 4-0으로 꺾었다. 후반 20분 상대 미드필더 존 맥긴이 퇴장당한 뒤 2골을 추가하며 경기를 끝냈다.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손흥민, 브레넌 존슨-제임스 매디슨-데얀 쿨루셉스키, 이브 비수마-파페 사르, 데스티니 우도기-미키 반 더 벤-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선발 출격했다.
빌라는 5-3-2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올리 왓킨스-레온 베일리, 유리 틸레만스-더글라스 루이스-존 맥긴, 뤼카 디뉴-파우 토레스-클레망 랑글레-에즈리 콘사-매티 캐시,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전반은 탐색전이었다. 양 팀은 실점하지 않는 데 집중하면서 기회를 엿봤지만, 마무리 단계에서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토트넘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14분 비수마가 수비 진영에서 치명적인 패스 실수를 저질렀으나 슈팅까지 내주진 않았다.
빌라가 좋은 기회를 놓쳤다. 전반 18분 역습 장면에서 왓킨스가 뒷공간을 파고들며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다. 그는 직접 마무리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패스를 내주다가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다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기에 골망을 흔들었어도 득점으로 인정될 순 없었다.
조용하던 손흥민이 한 차례 질주했다. 전반 33분 그는 속도를 살려 왼쪽 측면을 파고들려 했으나 상대 수비와 부딪치며 넘어지고 말았다. 잔디가 비로 젖어있어서 더 쉽게 미끄러졌다. 주심은 정당한 어깨 싸움으로 보고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토트넘이 반격을 노렸다. 전반 42분 존슨이 왼쪽 측면을 뚫은 뒤 골문 앞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손흥민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크로스는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토트넘이 실수로 선제골을 내줄 뻔했다. 전반 44분 로메로가 중앙선 부근에서 패스 실수를 범하며 위협적인 역습을 허용했다. 왓킨스가 속도를 살려 박스 안까지 돌파한 뒤 슈팅했으나 로메로가 흔들리지 않고 발을 뻗어 막아내며 실수를 만회했다.
빌라가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45분 코너킥을 짧게 처리한 뒤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디뉴 어깨에 맞고 절묘한 궤적을 그렸지만, 골대 옆으로 살짝 빗나갔다. 전반은 득점 없이 0-0으로 끝났다.
토트넘에 악재가 닥쳤다. 후반 2분 반 더 벤이 토트넘 박스 왼쪽에서 갑자기 주저앉았다. 그는 허벅지 뒤근육을 만지작거리더니 드러누워 두 팔로 눈을 가렸다. 결국 반 더 벤은 라두 드라구신과 교체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토트넘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사르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하게 무너트리는 크로스를 올렸다. 골문 앞으로 쇄도하던 매디슨이 이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이 이타적인 패스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후반 8분 쿨루셉스키가 상대 패스 실수를 끊어낸 뒤 전방의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손흥민은 직접 슈팅할 수도 있었지만, 욕심내지 않고 왼쪽에 있던 존슨에게 공을 내줬다. 존슨은 그대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2-0을 만들었다. 손흥민의 시즌 7호 도움이었다.
빌라가 쓸데없는 퇴장으로 자멸했다. 후반 20분 주장 맥긴이 드리블하는 우도기의 다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공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한 위험한 가격이었다. 주심은 곧바로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적 우세를 등에 업은 토트넘은 천천히 경기를 운영했다. 10명이 된 빌라는 일단 버티면서 득점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후반 38분 코너킥 공격에서 니콜로 자니올로가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45분 쿨루셉스키가 우측면을 돌파한 뒤 박스 안으로 패스했다. 손흥민이 이를 강력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두 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14호 득점포였다.
뜨겁게 달아오른 손흥민의 발끝은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손흥민이 박스 왼쪽을 빠르게 뚫어낸 뒤 컷백 패스를 건넸고, 베르너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팀의 4번째 골을 터트렸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4골 차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승리의 1등 공신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그는 홀로 1골 2도움을 몰아치며 무려 3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영국 'B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코너 코디(레스터 시티)는 "엄청난 마무리다. 손흥민에게 다른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눈부신 골과 눈부신 축구선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팀을 위해 전력질주했고 존슨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이후엔 직접 슈팅해 골망을 갈랐고 늦은 시간 베르너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진짜 주장다운 활약을 펼쳤다"라고 칭찬했다. 평점도 9점으로 팀 내 1위였다.
'이브닝 스탠다드'와 '90min'도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을 줬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영리한 패스로 존슨과 베르너의 골을 만들어줬다. 또한 힘차게 마무리하며 득점했다. 주장의 퍼포먼스였다"라고 평가했고, 90min은 "왓킨스와 공격수 대결에서 승리했다. 정확한 마무리로 득점했을 뿐만 아니라 어시스트도 2개 기록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손흥민은 2경기 연속 MOTM(Man of the match)도 수상했다. 그는 팬 투표에서 83.4%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어느덧 시즌 10번째 MOTM 선정이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로 대기록도 여럿 세웠다. 그는 토트넘 통산 159골 고지를 밟으면서 클리프 존스와 함께 구단 역대 최다 득점 공동 5위로 올라섰다. 한 골만 추가하면 단독 5위가 된다.
이제 다음 목표는 4위 마틴 치버스(174골)다. 손흥민은 15골을 더 넣으면 치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1위는 해리 케인(280골), 2위는 지미 그리브스(268골), 3위는 바비 스미스(208골)다.
'Here we go' 멘트로 유명한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손흥민이 존스와 동률을 이뤘다는 소식을 전하며 "클럽의 전설"이라고 덧붙였다. 존스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159골로 나와 함께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 공동 5위가 된 쏘니(손흥민 애칭)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가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길 바란다"라고 축하를 남겼다.
손흥민은 PL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역대 최다 득점 23위를 자랑한다. 그는 PL 통산 117골을 넣으며 '리버풀의 영원한 캡틴' 22위 스티븐 제라드 알 에티파크 감독(120골)을 3골 차로 바짝 추격하게 됐다.
동시에 손흥민은 8시즌 연속 공격 포인트 20개라는 뜻깊은 기록도 달성했다. 그는 올 시즌 리그에서만 14골 8도움을 터트리며 시즌 공격 포인트 22개를 기록 중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데뷔 시즌이었던 2015-1016시즌을 제외하고는 2016-2017시즌부터 꾸준히 20개 넘는 공격 포인트를 생산해 오고 있다.
손흥민은 팀 내 득점 1위, 도움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계속해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었던 가운데 도움까지 두 개 추가하면서 제임스 매디슨, 페드로 포로(이상 7개)를 제치고 도움 1위까지 석권했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진기록이다.
이제 손흥민은 또 하나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그는 남은 10경기에서 6골 4도움을 추가한다면 PL 20골-10도움을 마크할 수 있다. 이는 앨런 시어러와 티에리 앙리, 루이스 수아레스, 해리 케인, 위르겐 클린스만, 모하메드 살라 등 역대 11명만 달성한 엄청난 기록이다.
한편 손흥민은 역대급 득점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2023 카타르 아시안컵으로 여러 경기를 놓치고도 28라운드에서 14골을 신고했다. 이는 손흥민이 PL에 입성한 뒤 가장 빠른 14호 골 기록이다.
득점왕을 달성했던 시즌보다도 빠르게 득점을 쌓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2020-2021시즌 리그 23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당시 28라운드 기준 득점은 11골이었다.
손흥민은 이번 득점으로 다시 한번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18골을 넣은 선두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과 격차는 4골이다. 물론 그 전에 2위 왓킨스(16골)와 3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15골)도 제쳐야 한다. 하지만 격차가 아주 크지는 않은 만큼, 손흥민의 장기인 몰아치기가 터진다면 역전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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