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법인 인수해 취득한 대도시 부동산…법원 “8억 중과세 정당”

사업실적이 없는 ‘휴면법인’을 인수해 대도시 부동산 개발을 한 업체에 세법에 따라 중과세를 부과한 처분이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조선일보DB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부동산 신탁법인 A사가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A사는 2016년 11월 컴퓨터 시스템 개발·판매업체인 B사의 발행주식 100%를 취득하고 상호를 바꿨다. 목적 사업을 부동산 개발업 등으로 바꾸고 등기임원도 교체했다. A사는 이후 2017년 7월 B사 발행주식 100%를 C사에 넘겼다.

A사는 2019년 2월 B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B사가 취득한 영등포구 내 필지 등을 개발했다. 이후 A사는 관련 부동산에 건물을 신축한 뒤 2020년 12월 24일 자사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구청이 이를 지방세법상 중과세 대상으로 판단해 A사에 취득세와 가산세 등 8억여원을 부과하자 A사는 2021년 9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이 이를 기각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는 B사가 ‘휴면법인’이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지방세법 시행령에는 인수일 이전 2년간 사업 실적이 없고 인수일 이후 1년 내에 임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한 경우 휴면법인으로 본다. 그리고 지방세법에는 휴면법인 인수 이후 5년 내에 해당 법인을 통해 대도시 내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중과세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은 A사가 처음 B사를 인수한 2016년 11월 당시 B사는 휴면법인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어떠한 회사가 정상적으로 사업 활동을 수행한다면 급여·임차료 등 필요 최소한의 경비를 지출하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이 사건 회사의 손익계산서에 의하면, 위 회사는 2014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임직원의 급여로 비용을 지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A사가 인수하기 전까지 B사는 부동산 개발업과 무관한 사업을 했던 점을 고려하면, A사가 인수 전 미리 B사의 명의만 빌려 부동산 개발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사업 활동을 B사의 사업 실적으로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A사에 대도시 내 부동산 취득에 따른 중과세를 회피할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사는 이 사건 회사를 인수하기 전 이미 관련 부동산을 매입해 개발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한동안 사업 실적이 없었던 이 사건 회사를 뒤늦게 인수하는 형식을 취하고 그 전후로 이 사건 회사가 사업 활동을 영위한 것처럼 외관을 형성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