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실적경쟁이 부른 참사?…금융당국이 파악한 불완전 판매 이유
올해 만기도래액 중 1.2조 손실…추가 예상 손실금액 4.6조
# A은행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과정에서 발행사의 증권신고서에는 손실위험 분석기간이 과거 20년으로 돼 있으나, 운용자산설명서 작성시 이를 10년으로 임의변경(2007~2008년 금융위기 제외)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0%)으로 축소 기재했다. 또 영업점에 배포한 안내자료('과거 10년간 손실발생 0건') 및 권유멘트('과거 10년 동안 원금손실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검증된 상품입니다')를 통해 안전상품으로 설명하도록 유도했다.
# B은행은 변동성이 확대되던 2021년 1분기 중 두 차례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실적 데이터를 회사 게시판에 안내하는 등 실적 경쟁을 독려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8일부터 두 달여간 은행 5개사(국민·신한·하나·농협·SC)와 증권 6개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투자증권) 등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ELS 주요 판매사 11곳에 대한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실시한 결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 보호 장치들이 실제 판매과정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감원은 "검사 결과 본점의 판매 시스템 설계 미흡으로 인한 판매규제 위반 및 일선 판매현장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 등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판매사들은 고객 손실 위험 확대기에 무리한 실적 경쟁을 위한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부적절한 성과지표 등을 통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한 반면 소비자보호를 위한 판매한도 관리, 비예금상품위원회 운영 등에는 소홀해 불완전판매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C은행은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급락 이후 양적완화로 각국 주가지수 변동성이 확대된 데다가 같은 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투자자의 중국군 연계 중국기업 투자금지 관련 행정명령이 내려온 상황에서도 2021년 영업목표 수립시 자산관리(WM) 수수료 중 신탁수수료 목표를 2020년 예상실적 대비 56.9% 상향 설정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했다.
D은행은 낙인(Knock-in)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H지수가 하락하더라도 판매당시 ELS 수익률(쿠폰)을 영업점 KPI(성과평가지표)로 인정, 고객보호 관점에서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KPI를 ELS 판매에 유리하게 설계해 판매를 유인했다.
F은행은 주가지수 변동성 확대 시 기존 판매목표 대비 판매한도를 감축하도록 한 내부 리스크 관리 기준을 완화해 판매한도를 확대(분기별 목표의 50%→80%)하고, 실제 판매금액이 완화된 판매한도마저 초과하자 2조5000억원 규모의 예외한도를 설정했다.
이 외에도 상품선정 등에 있어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 역시 미흡했던 정황이 밝혀졌다. 위원회의 포괄승인 이후 실제 개별 상품선정은 업무 담당자에 의해 결정돼 선정기준이나 관리자 결재 등 내부통제가 부재했으며 위원회 차원의 기초자산 안정성점검이나 모니터링도 실시되지 않았다.
판매 시스템 차원에서도 부실이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투자자 성향분석, 부적합 투자자 배제, 금소법상 의무준수 등을 위한 판매시스템을 부적정하게 설계·운영해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설명서 교부의무 등 위반을 초래했다.
G은행은 투자자성향 분석시 '거래목적' 항목에 평가점수를 배정하지 않아 투자자가 '노후자금 마련', '단기운영목적' 등을 선택하더라도 투자성향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소법에 따르면 투자자 성향분석 시 6개 항목(거래목적, 위험에 대한 태도, 금융상품 이해도, 보유한 자산 중 금융상품의 유형별 비중), 투자성 상품의 취득·처분 경험, 연령)을 필수적으로 고려·확인해야 한다.
H증권은 '원금보존'을 희망하는 투자자에게도 자산규모, 소득수준 등 다른 항목 평가결과에 의해 ELS 가입이 가능하도록 운영했다. '손실 감내수준 20% 미만', '단기투자희망' 등 H지수 ELS에 부적합한 투자자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운영한 것이다.
I은행의 경우 상품판매시 '계약 체결과정' 전반을 녹취해야 함에도 일부분만 녹취하도록 프로세스를 설정해 실질적 상품권유 및 설명과정은 미녹취하는 등 투자성 상품 판매시 설명해야 하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위험등급 유의사항 등 투자위험을 누락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말 기준 H지수 파생결합증권(ELS·ELT·ELF 포함) 판매 잔액은 총 18조8000억원(39만6000계좌)으로, 은행과 증권사에서 각각 15조4000억원(24만3000계좌)과 3조4000억원(15만3000계좌)가 판매됐다.
개인 투자자 투자금액은 전체 판매금액의 90% 이상인 17조3000억원(39만계좌)으로, 이 중 65세 이상 고령투자자는 8만4000계좌(21.5%), 최초투자자는 2만6000계좌(6.7%)에 해당한다.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1000억원의 만기가 2024년 중 도래하며 1~2월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 중 총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누적 손실률 53.5%)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2월 말 현재 지수(5678포인트)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추가 예상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집에 간다고?" 술마시다 여성 폭행한 60대男…현행범 체포
- "베이조스 비켜라"…세계 최고 갑부 이번엔 루이뷔통 회장
- 배달 오토바이 치고 달아난 20대 음주운전자…자택서 긴급체포
- 기장·부기장 동시 졸음운전 `충격`…아찔했던 인니 항공기
- `앙상한 뼈` 가자 10살 소년 결국 사망…충격적 모습 공개됐다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
- 거세지는 ‘얼죽신’ 돌풍… 서울 신축 품귀현상 심화
- 흘러내리는 은행 예·적금 금리… `리딩뱅크`도 가세
- 미국서 자리 굳힌 SK바이오팜, `뇌전증약` 아시아 공략 채비 마쳤다
- 한화, 군함 앞세워 세계 최대 `美 방산시장`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