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같이 가입했는 데 배상비율 0% 대 75% 차이 왜?

김남석 2024. 3.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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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 제공.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배상 기준이 나왔다. 5조원이 넘는 손실액 중 판매사 과실에 따라 최대 100%의 손실액을 배상해야 한다.

80대 초반의 J씨는 2021년 1월께 예적금 가입목적으로 한 은행의 지점을 방문했다. 은행직원으로부터 ELS 상품을 권유 받아 2500만원을 가입했고, 지난 1월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해당 은행은 J씨에게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하거나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는 등 설명의부를 위반했다. 금감원은 설명의무 위반, 적합성 원칙 위반 등을 근거로 전체 손실액의 75%를 배상하도록 권고했다.

판매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확인됐지만 배상이 0%로 결정된 경우도 있었다. B씨(50대 중반)는 2021년 1월경 한 은행의 지점을 방문해 ELS 상품에 가입했다. 은행직원이 ELS 상품을 권유했고, B씨는 1억원을 가입했다. 이 상품은 지난 1월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하지만 금감원은 B씨가 과거 ELS 상품에 62회 가입했고, 그 과정에서 손실 경험이 1회 있는 것에 주목했다. 그간의 ELS 투자로 얻은 누적이익이 이번 손실규모를 초과한 것도 배상 비율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11개 주요 ELS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실시하고 손실금 배상 기준을 11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판매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장치들이 작동되지 않았고 과도한 영업목표와 성과지표 등을 위해 불완전판매 환경을 조성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판매사별 공통 적용 기준과 투자자별로 고려되는 개별 기준을 적용, 투자자별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판매자 기본배상비율은 적합성과 설명의무, 부당권유 등에 따라 최대 40%까지 적용하고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을 고려해 은행은 10%포인트(p), 증권사는 5%p를 가중했다.

투자자별 비율 가산은 금융취약계층 소홀, 자료 유지, 관리 부실 등에 따라 최대 45%p를 가산했다. 다만 ELS를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투자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투자 경험과 금융지식 수준 등을 세밀하게 고려해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차감(최대 45%p)했다. 이밖에 가산 항목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안이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경우 등 최대 ±10%p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J씨와 비슷한 시기에 ELS에 가입한 K씨(80대 초반)는 은행직원으로부터 상품을 권유받아 5000만원을 가입했고, 지난 1월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판매사는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하는 등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소지, 투자권유자로 미보관,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 등의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경우 일괄 기본배상비율 20%에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 총 40%p를 가산하고, 내부통제부실(+10%p), 보관의무 위반(+5%p), 초고령자(만 80세 이상) 보호 미준수(+15%p) 등을 적용해 손실액의 70% 내외 수준으로 배상하도록 했다. K씨가 ELS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없고, 지연상환이나 낙인(Knock-in), 손실경험이 없어 손실 비율을 차감하지 않았다. 금액이 5000만원 이하인 것도 배상비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ELS 상품에 가입한 L씨는 배상비율이 28%까지 줄었다. L씨는 은행직원의 권유로 ELS상품에 2억원을 최초 가입했고, 해당 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했지만 L씨의 상대적으로 큰 투자 규모가 배상비율 차감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일괄 기본배상비율(20%)와 내부통제 부실(공통가중 +10%p)를 적용하고 L씨가 ELS에 처음 투자한 것(+5%p)도 가산 요인으로 봤다. 다만 가입금액이 1억원 초과~2억원 이하(-7%p)인 것을 고려했다. 비 외감법인에 대해 원칙적으로 5%p를 차감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법상 소기업에 해당해 이는 적용하지 않았다.

40대 중반의 전업주부 M씨는 중증질환 진담금을 치료비 목적으로 예치하기 위해 2021년 2월경 한 은행 지점을 방문했고, 은행직원에게 ELS 상품을 권유받아 4000만원을 최초 가입했다. 지난달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금감원은 해당 은행에 대해 설명의무 위반과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기본 배상비율 20%와 공통가중 10%p를 적용했고, 투자권유자료 보관의무 위반과 적합성 원칙 소홀 소지를 적발해 각 5%p를 가산했다. 여기에 치료비를 예치하기 위한 첫 목적(원금보장상품 가입목적)을 고려해 배상비율을 10%p 더했고, ELS에 최초 투자한 것도 가산(5%p) 요인으로 작용했다. M씨는 손실액의 60% 내외 수준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ELS 상품에 17회 투자했던 N씨(30대 중반)는 45% 내외 수준의 배상을 받게 됐다. 투자 규모가 4000만원으로 비율 가감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판매사가 투자자성향을 분석하면서 투자자 정보 중 일부 내용을 고려하지 않아 적합성 원칙을 위반한 것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일괄 기본배상비율 30%), 내부통제 부실(공통가중 10%p), 투자권유자료 보관의무 위반(5%p)을 적용했지만 N씨의 나이(고령자 미포함)와 ELS 상품 가입 경험을 고려해 비율을 가산하지 않았고, 가입금액이 5000만원 이하인 것도 고려됐다.

비대면으로 6000만원을 ELS에 투자한 O씨는 30% 내외 수준의 배상을 받는다. 판매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20%)과 내부통제 부실(10%p), 적합성 원칙 소홀 소지(5%p) 등이 적용됐다. 비대면 가입의 경우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공통가중 비율이 5%p지만 지점을 방문한 고객에게 판매직원이 비대면 가입을 권유한 것이 인정돼 사실상 대면 가입으로 간주됐다. 다만 가입 금액이 5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인 것을 고려해 5%p가 깎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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