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는 법] <9> 미디어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라
어린 시절엔 만화잡지, 10대엔 패션잡지를 즐겨 보던 앤디 워홀이 20대에 잡지에서 성공의 돌파구를 찾은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1950년 피츠버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그는 작품을 팔기 위해 갤러리 사장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친구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멋진 사업이 최고의 예술' (Good business is the best art)이라 생각한 워홀은 꿈을 좇아 바로 뉴욕으로 건너가 잡지사에서 일거리를 찾았다. 아티스트가 유명해지려면 큰 화랑에 작품을 전시하고 작품이 관심을 끌거나 비싸게 팔린 뒤 잡지나 신문 같은 미디어에 기사로 나와야 한다.
워홀은 앞 두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미디어로 접근했다. 잡지사의 미술감독에게 참신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면서 깜찍한 선물도 건넨 덕이다. 투덜대지 않고 빨리빨리 수정안을 가져오는 젊은 디자이너에게 일감이 쏟아졌다.
'글래머'(Glamour)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같은 최고의 패션잡지에서 일감을 받아 광고 일러스트를 그렸다. 1955년 최고급 가죽구두 가게인 '아이밀러'(I. Miller)의 광고가 뉴욕타임스 일요판에 매주 연재되면서 워홀은 독특한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해졌다. 20대 중반에 이미 최고의 패션잡지를 장악했다고 할까?
잡지의 풍부한 매력을 알아챘을 것이다. 워홀은 아예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1969년 유명인사들의 근황을 다루는 잡지 '인터뷰'(Interview)를 창간한 것이다. 30대에 팝아트 작품을 대량생산하던 작업장 '더팩토리' (The Factory)에서 5년 동안 까칠하고 혈기왕성한 젊은 아티스트들을 만났다면, 40대에 '인터뷰'를 통해 상류층과 유명인사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TV방송도 놓칠리 없다. 워홀은 방송사 ABC의 로맨틱 코미디드라마 '러브보트'(Love Boat)와 방송사 NBC의 심야 버라이어티쇼인 '새터데이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에 자주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 TV 광고에도 출연하고, 뮤직비디오도 선보이고, 패션 쇼에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유명해지기 위해 틈만 나면 TV에 얼굴을 내민 것처럼 보일 정도다.
1981년 음악방송인 MTV가 개국하면서 워홀은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맡았다. 이듬해 MTV에서 토크쇼 '앤디워홀 TV'에서 사회를 맡다가 3년 뒤 '앤디워홀의 15분'을 진행했다. 스타, 예술가, 정치인, 갑부처럼 대중이 궁금해 하는 유명인사들을 불러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다. 말솜씨가 좋은 그는 대본도 없이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잡지 '인터뷰'의 방송판인 셈이다.
유명해지는 법은 워홀의 TV 토크쇼에서 풍성하게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토크쇼에 출연한 인사에게서 유명해지기까지 얼마나 고생하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다양한 유형의 '유명해지는 법'을 계속 파고든 것이다. 또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장기를 자랑하도록 요청하면서 시청자들이 뜻밖의 즐거움을 기대하도록 만들었다. 대중 미디어는 유명인사의 신변잡기(身邊雜記)를 먹고 되새김질 하면서 자라는 법이다.
워홀은 일찌감치 미디어의 위력을 깨닫고, 미디어에 접근하는 법을 터득했다. 단순히 미디어의 비위를 맞추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이 주도하는 미디어를 창간하고 자신이 도맡아 코너를 진행했다. 유명해지려면 미디어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면서, 대중이 보고싶어 하는 걸 보여주고, 계속 보고싶어 하도록 만드는 법을 깨쳐야 한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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