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대리가입·허위녹취…은행 비위 대거 적발
은행 직원, 고객 가장해 허위로 녹취 진행
위험등급 유의사항 등 투자위험도 누락·왜곡
은행 과도한 영업목표로 공격적 영업 지속 탓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은행·증권사의 불완전판매가 대거 적발됐다. 은행 직원이 고위험 상품이 불가한 투자자에게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라고 유도하고, 지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를 대신해 가입신청서 등을 대리작성하며 녹취를 고객인 것처럼 허위로 진행했다.
은행 직원, 고객 가장해 허위로 녹취
2021년 1월 A은행 직원은 투자자의 투자성향 분석 결과가 주가연계신탁(ELT) 가입이 불가한 위험중립형으로 나오자, 가입이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나서는 다시 작은 목소리로 "이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라고 유도했다.
또 같은해 6월 B은행 직원은 투자자가 방문이 어렵다고 하자, 고객이 내점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투자성향진단 설문지, 상품설명서, 가입신청서를 모두 작성·서명하고 판매과정 녹취시 타직원이 고객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허위로 진행했다.
금감원은 "해당 은행은 ELT 회차별 판매기간을 짧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며 "그러다보니 판매직원이 신속히 판매를 완료하기 위해 대리가입 등 변칙적으로 판매하는 행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C은행 직원은 87세 투자자가 청력이 약해 "들리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함에도 투자상품을 '이해했다'고 답할 것을 반복해 요구하고, 중도해지수수료 개념에 대해 "가능하면 해지하시면 안된다는 의미"라고 왜곡 설명했다.
D은행 직원은 배우자를 대신해 방문한 투자자에게 ELS 재가입을 권유하며, 명의자(배우자) 본인의 가입의사 확인없이 기존에 제출돼 유효기간이 지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일자를 변조해 가입시켰다.
증권사 역시 불완전판매를 저질렀다.
A증권사 판매직원은 71세 고령투자자에게 ELS를 판매하면서 투자자 배우자와 통화해 부부의 컴퓨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으로 접속하는 방식으로 고객 대신 가입절차를 진행했다.
또 B증권사 직원은 방문가입을 원하는 70세 투자자가 휴대폰 조작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음에도 직접 가입방법을 알려주며 온라인 가입을 유도했다.
금융사 판매정책·시스템 전반적 부실 발견
금융사들은 투자자 성향분석시 거래목적·재산상황 등 6개 항목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함에도, 일부 항목을 누락하거나 점수가 배정되지 않도록 부실하게 설계·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손실 감내수준 20% 미만' '단기투자희망' 등 홍콩 ELS에 부적합한 투자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상품을 운영했다.
투자성 상품 판매시 설명해야 하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위험등급 유의사항 등 투자위험을 누락하거나 왜곡하기도 했다.
E은행은 ELS 발행사(증권사)의 증권신고서에는 손실위험 분석기간이 과거 20년으로 돼 있으나, 운용자산설명서 작성시 이를 10년으로 임의변경(2007~2008년 금융위기 제외)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0%)으로 축소 기재했다.
또 F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금융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하고, 설명서의 맨 앞에 두도록 한 중요사항인 '위험등급 유의사항'을 설명서에서 누락했다.
금감원은 "투자자에게 고난도상품 요약설명서를 교부해야 함에도 미교부하고 투자권유 자료는 10년간 보관해야 함에도 운용자산설명서 보관하지 않았다"며 "계약 체결과정 전반을 녹취해야 함에도 일부분만 녹취하도록 프로세스를 설정해 실질적 상품권유 및 설명과정은 녹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은행·증권사의 판매정책의 전반적 부실도 발견했다. 과도한 영업목표로 공격적 영업을 지속하고 성과평가지표(KPI)를 ELS 판매에 유리하게 설계해 판매 유인이 증가했다.
A은행은 2021년 영업목표 수립시 WM수수료 중 신탁수수료 목표를 2020년 예상실적 대비 56.9% 상향 설정해 전사적으로 판매를 독려했다.
B은행은 변동성이 확대되던 2021년 1분기 중 두 차례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해당 과정에서 실적 데이터를 회사 게시판에 안내하는 등 실적 경쟁을 독려했다.
C은행은 낙인(Knock-in)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H지수가 하락하더라도 판매당시 ELS 수익률(쿠폰)을 영업점 KPI로 인정했다. D은행은 ELT 등 고위험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신탁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이익으로 평가해 고위험 상품 판매를 유도했다.
아울러 상품선정에 있어서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비예금상품위원회의 포괄승인 이후 실제 개별 상품선정은 업무 담당자에 의해 결정됐다"며 "위원회 차원의 기초자산 안정성점검·모니터링은 실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금감원 "위법행위 과징금 등 엄중조치"
다만 해당 판매사들이 고객피해 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을 한다면 관련 기준·절차에 따라 참작할 예정이다.
이어 금융당국은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검사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재발 방지에 초점을 두고, 해외사례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을 균형있게 고려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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