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 “졸리가 유방 절제술 받게 했던 그 진단 기술로 美시장 개척”
엔젠바이오, 국내 유일 NGS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사
이달 내 미국 클리아랩 2곳 인수... “실적 점프할 것”
KT 사내벤처 출신... 현재도 지분 10%대 보유
“이달 내 미국에 있는 클리아랩(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 두 곳을 인수할 예정이다. 2020년 코스닥 상장할 때부터 내세운 숙원사업으로, 이제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다. 미국에서 새로운 판로를 찾아 올해 실적은 말 그대로 ‘점프’하는 걸 보여드리겠다.”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엔젠바이오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클리아랩 인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2020년 12월 엔젠바이오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때부터 미국에 있는 클리아랩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제야 마무리를 앞두게 됐다고 회고했다.
엔젠바이오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반으로 정밀 진단 시약,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NGS 검사는 암 환자의 혈액이나 조직에서 피를 뽑아 DNA를 하나하나 분석해 그에 맞는 항암제, 치료법을 찾아주는 방법을 의미한다. 만약 암환자 입장에서 긴 시간 여러 약을 써보며 치료에 맞는 약을 찾는 것보다 NGS 검사 후 적합한 약을 빠르게 찾는 게 훨씬 이득일 수 있다.
언뜻 낯설지만, 유명인 사례가 생기면서 NGS 기술에 대해 설명하기 쉬워졌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NGS 검사를 통해 유방암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가슴·난소 절제수술을 받았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역시 두 차례 NGS 검사를 통해 췌장암 치료 표적 유전자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엔젠바이오의 핵심 경쟁력은 NGS 데이터 자동 분석 소프트웨어인 ‘엔젠어날리시스(NGAS)’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한 건 엔젠바이오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 주요 병원에서 NGS 검사 시 엔젠바이오가 개발한 NGS 진단 시약을 활용하고, 자동 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암 환자들에게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환자의 피 한 방울에서 수백만 개의 유전자 정보가 쭉쭉 나오는데, 책 한 권이 넘는 데이터 뽑고 연구실로 보내 분석하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며 “엔젠어날리시스에는 고형암, 혈액암 등 암과 관련된 모든 NGS 진단 정보를 갖고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에 데이터를 넣으면 세 시간 만에 환자의 유전자 리포트를 알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해외 판로도 넓히고 있다. 엔젠바이오가 만든 NGS 진단 시약은 일루미나에서 만든 NGS 검사 장비에 호환된다. 일루미나의 NGS 장비는 전 세계적으로 폭 넓게 쓰인다. 현재 루마니아,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폴란드, 튀르키예 등에 있는 대형 병원에서 엔젠바이오의 NGS 검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엔젠어날리시스를 쓰려면, 엔젠바이오가 생산하는 진단 시약을 써야 하기에 한 번 매출이 나면, 계속 발생하는 구조라고 자신했다.
올해는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바로 숙원사업으로 꼽은 미국 클리아랩 인수다. 클리아는 미국 보험청에서 질병 진단, 예방, 치료 목적 임상검사를 실시하는 실험실에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클리아 인증을 받았다는 건 실험실이 검사 정확도, 신뢰성, 적절성 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매물로 나온 클리아랩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쉽게 살 수 없었는데, 팬데믹 이후 운 좋게 흑자가 나는 곳과 기술력이 뛰어난 곳을 접촉해 인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수 막바지라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한 곳은 유전자 증폭 검사(PCR)를 주로 하던 곳인데 이곳에 엔젠바이오의 NGS 검사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흑자가 나는 곳이라 인수와 동시에 엔젠바이오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른 한 곳은 바이오 AI 기술이 뛰어난 연구소라고 귀띔했다.
실적 성장도 자신했다. 우선 NGS 검사 비용이 훨씬 비싸다. 국내에서 NGS 검사 비용은 100만~200만원 정도인데, 미국으로 가면 3000~5000달러(한화 400만~650만원)로 뛴다.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도 올해부터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실적은 개인 유전자 매출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줄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60% 줄어든 4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134억2500만원, 당기순손실 131억7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최 대표는 주주들에게 면목이 없다는 말도 더했다. 그는 “주주총회, 기업설명회 등 주주들을 만날 때마다 직접 IR을 진행하는데, 그간 시장 반응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며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젠바이오는 최대출 대표가 KT 재직 시절 사내 벤처로 시작해 회사를 나와 2015년 세운 회사다. 최 대표는 전자공학을 공부한 이공계 출신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특례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대주주는 설립 당시 자본을 유치한 젠큐릭스(11.64%)와 KT(10.51%)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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