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예금하러 왔다 ELS 투자한 80대 배상비율은

이경남 2024. 3. 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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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사 책임에 초고령자·예금목적 등 가산 최고 75%
판매사 귀책사유±투자자 상황따라 배상 비율 결정
배상비율 0%~100%까지 모두 가능…투자자 상황 따져야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와 관련해 다양한 배상비율을 마련했다. 투자금액만 18조8000억원, 가입계좌만 39만6000개에 달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상황 또한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등 분쟁조정 절차를 우선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사례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금융회사들의 자율적인 배상(사적화해)에 나서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상황 별 '핀셋' 조정 유도

금감원이 홍콩 ELS가 오랜 기간동안 다수에게 판매된 상품인 만큼 일률적으로 배상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서 과거 대규모 분쟁사태와는 달리 세밀한 조정 기준을 마련했다는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판매사별 공통 적용 기준과 투자자별로 고려되는 개별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마다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별 고려요소'를 종합해 판단한 후 배상비율을 따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배상의 기본 골조인 '기본배상비율'은 20~40%로 정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진다. 

여기에 더해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던 것은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3~10%포인트를 가중하기로 했다. 단 내부통제 부실 책임은 대면 가입인지 비대면가입인지도 따져보기로 했다. 비대면 가입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완전판매 소지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종합하면 '판매사'의 귀책에 따른 배상비율은 최소 23~50%가 된다.

여기에 가입자별 상황을 고려해 배상비율을 가감한다.

먼저 이는 가입자가 ELS 가입 당시 금융회사 방문 목적이 예적금 가입이 목적이었는지, 금융취약계층에 해당하는지 등을 따진다. 이에 따라 배상비율은 최대 45%포인트가 가산된다. 반대로 가입자가 ELS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금융투자상품 경험이 많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최대 45%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이러한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고려되지 않은 사안이 있거나 일반화가 곤란한 경우에도 10%포인트씩 가감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분쟁조정 적용 시 배상비율 예시.

2500만원 투자한 80대 A씨

80대 초반 A씨는 2021년 1월 예적금 가입을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은행직원이 ELS 상품 가입을 권유해 2500만원을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직원은 ELS 상품을 설명하면서 A씨의 투자성향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았고 원금손실 가능성 등 투자위험에 관한 설명도 누락했다. 투자권유자료를 따로 보관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판매사는 △자본시장법 상 설명의무 위반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 △투자권유자료 보관위무 위반 등으로 45%가 기본이 되는 배상 비율이다. 

여기에 더해 가입자가 △80세 이상 초고령자라는 점 △예금과 적금 가입목적으로 은행을 방문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25%포인트가 가산된다. 따라서 A씨의 경우에는 투자금의 70~75%가량을 은행이 배상해야 한다. 

치료비 마련하려 했던 40대 B씨

40대 중반의 전업주부인 B씨는 중증질환 진단금을 치료비 목적으로 예치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해당 은행 직원 역시 B씨에게 ELS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고 B씨는 4000만원을 예치했다.

은행 직원은 B씨에게 ELS 상품 가입을 권유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단 10분만을 할애하는 등 투자상품 판매가 적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판매사는 △자본시장법 상 설명위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투자권유자료 보관위무 위반 △적합성 원칙 소홀 소지 등으로 인해 판매사 귀책 배상 비율은 40%가 된다.

투자자 별 경감사유를 보면 B씨가 중증질환 진담금을 치료비 목적으로 예치, 즉 원금보장상품에 가입할 목적이었다는 점으로 인해 10%포인트가 가중된다. 또 B씨는 전업주부였으며 ELS에 최초로 투자했다는 점 등은 각각 5%포인트씩 가중된다. 

이를 종합하면 은행이 B씨에게 배상해야 하는 비율은 약 60% 내외 수준이다. 

ELS 경험 있던 C씨와 D씨

40대 초반 C씨는 2021년 2월경 은행에 방문했고 그 역시 은행 직원으로부터 ELS 가입 권유를 받았다. C씨는 그간 8차례 ELS에 가입한 경험이 있었기에 은행 영업점에서 비대면(모바일)을 통해 6000만원을 가입했다.

이후 금감원 조사 결과 C은행은 상품설명시 투자 위험 일부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C씨의 사례에서 판매사는 △자본시장법 상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적합성 원칙 소홀 소지 등을 이유로 기본 배상 비율이 정해진다. C씨가 비대면으로 가입하기는 했지만 은행 영업점 방문 이후 비대면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대면가입'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른 판매사 귀책 배상 요인은 35%다. 

다만 C씨가 그간 8차례 ELS 상품에 가입을 한 경험이 있었으며 5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넣어뒀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귀책도 있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C씨가 받을 수 있는 배상 비율은 30% 내외다. 

50대 중반 D씨의 경우도 C씨와 비슷한 이유로 ELS에 1억원을 가입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도 C씨와 같다.

단 D씨는 그간 ELS 가입 경험이 62회에 달했고 1회 손실을 본 경험도 있다. 아울러 그간 ELS 상품에 투자한 누적이익이 이번 손실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D씨의 경우에도 판매사에게는 C씨와 같은 이유로 35%의 배상비율이 정해진다. 단 D씨가 그간 ELS투자 경험이 수십차례에 달했으며 손실을 봤던 경험 등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D씨가 ELS의 구조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고 35%포인트를 차감한다. 따라서 D씨의 배상 비율은 0% 내외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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