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크 예술이자 매듭의 마술, 에르메스 까레
[Luxury Inside] Legendary Item ⑪ 에르메스 까레
에르메스 켈리 백 이름의 주인공인 그레이스 켈리. 그녀가 에르메스 까레 스카프로 부상당한 팔을 가리고 나타났을 때 모두가 감탄했다. 에르메스 까레를 이렇게 멋지게, 창의적으로 활용한 예가 또 있을까? 우아한 드레스와 업두 헤어(up-do hair : 올림머리)에 에르메스 까레를 삼각으로 접어 팔걸이로 스타일링한 그레이스 켈리의 사진은 전설적인 패션 명장면의 하나가 됐다.
25초에 하나씩 판매 된다는 전설의 스카프
에르메스는 명품 중의 명품, 명품 위의 명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위 1%만이 살 수 있다는 에르메스 버킨백은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2~3년은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다. 특별한 가죽을 사용한 스페셜 에디션은 현금을 들고 가도 살 수 없다. 에르메스의 VVIP들에게 먼저 선택권이 주어지고, 그들 사이에서 솔드아웃 된다. 하지만 에르메스와 쉽게 가까워지는 방법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25초에 하나씩 판매된다는 에르메스 스카프다. 에르메스 스카프는 다양한 모양과 사이즈를 갖추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사이즈는 90X90cm 사이즈의 ‘까레(Carré)’다. 에르메스 스카프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까레 70′ 시리즈는 나오자마자 품절 행진을 이어갔다.
실크로 만든 아름다운 아트 캔버스, 까레의 탄생
1837년에 설립된 에르메스는 100년 후인 1937년, 최초의 에르메스 스카프 디자인이 탄생했다. 프랑스어로 ‘정사각형(suqre)’을 의미하는 까레(Carré)’라는 이름의 스카프는 에밀 모리스 에르메스(Emile-Maurice Hermès: 창립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아들 )의 사위 로베르 뒤마(Robert Dumas)의 목판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쥬 데 옴니버스 에 담 블랑쉐(Jeu des Omnibus et Dames Blanches)’란 이름 지어진 이 디자인은 최상급 중국산 100% 실크로 제작됐다. 먼저 직물로 짜여진 실크에 스크린으로 프린트된 후, 손으로 말아 꿰매서 밑단을 만들었다. 스카프 하나를 제작하는데 최대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수공예로 완성된 밑단은 에르메스 스카프의 상징 중 하나이다. 스카프 밑단에 기계 스티치가 있다면 에르메스 진품이 아니다.
세계 인문학과 자연사를 담은 풍부한 스토리텔링
에르메스 스카프에 담긴 프린트 감상은 도슨트가 필요하다가 여겨질 정도로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다. 대중적인 것부터 매우 고전적인 모티브까지 다양하다. 승마, 군사, 항해의 이야기, 재미있는 식물, 자연, 신화적인 주제까지 무한하다. 특히 까레를 특별하게 하는 건 선명하고 밝은 색채다. 평균적으로 까레 스카프 하나에는 27가지 색상이 표현된다. 1937년 이후 2,000개 이상의 스카프 디자인이 만들어졌고, 계절에 따라 추가 디자인을 출시한다. 에르메스는 오래된 디자인을 오마주하여 매년 5가지 인기 스카프 디자인을 다양한 색상으로 한정판으로 출시한다. 그러나 일부 디자인은 단 한 번만 제작되었기 때문에 희귀하고 인기가 높다.
영원한 소장가치를 지닌 아트피스로서의 까레
특정 디자이너의 디자인 중 일부는 매우 인기가 높고 소장가치를 지닌다. 예를 들어 위고 그리그카(Hugo Grygkar)와 로베르 달레(Robert Dallet)가 디자인한 스카프는 수집 가치가 매우 높다. 가장 유명한 디자인은 1957년 출시된 위고 그리그카와 로베르 달레가 공동 디자인한 ‘브라이즈 드 갈라(Brides de Gala, 1957)’이다. 2000년 출시된 로버트 달레의 ‘정글 러브(Jungle Love), 대부분의 스카프는 디자인 어딘가에 제목이 있으며 종종 아티스트의 서명이 추가되어, 마치 작가의 작품을 소장한 듯 하다. 이런 아티스트의 빈티지 까레는 작품으로 프레임되어 벽에 전시되곤 한다.
에르메스 까레를 사랑한 패션 아이콘들
무엇보다 에르메스 까레는 시대의 패션 아이콘들을 통해 패션의 예술이 되어 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40년대 처음 스카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에르메스 스카프 컬렉션을 소장했을 거라고 예상된다. 스카프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스포츠 경기, 특히 말과 관련된 행사에서 헤어 스타일을 고정하는데 필수 아이템이었다. 에르메스 까레의 애호가로 잘 알려진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는 여행 중에 에르메스 까레로 헤어 스카프로 연출하곤 했다. 그 밖에도 오드리 헵번, 브리짓 바르도, 소피아 로렌, 까뜨린느 드뇌브,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1950~60년대 아이콘들이 에르메스 까레를 헤어 스카프로 멋지게 스타일링하여, 전세계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 우아하고 매혹적인 에르메스 까레의 스타일링 유산은 빅토리아 베컴, 비욘세, 제니퍼 로페즈, 셀레나 고메즈, 블레이크 라이블리, 켄달 제너 등 이 시대 모던 패션 아이콘들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듭 짓기의 예술, 기술 또는 마술
에르메스 까레는 스카프가 단지 목을 감싸는 패션 액세서리 이상임을 보여주었다. 그레이스 켈리가 깁스 팔걸이 대신 에르메스 까레를 스타일링 했듯, 예상 밖의 스타일링들이 패션 천재들에 의해 창조되고 퍼져 나갔다. 스카프 컬렉션 쇼핑을 위해서 에르메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매 시즌 진화되는 스카프 스타일링에 감탄사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에르메스는 이를 ‘위대한 매듭짓기 게임’이라 표현하며 접고 묶으면서 새롭게 창조되는 스타일을 소개한다. 에르메스 까레가 헤어 액세서리, 실크 톱, 벨트, 에르베스 백 장식 등으로 무한하게 변주된다. 유연한 손짓으로 스카프를 접고 매듭지어 스타일링하는 모습을 소개하는 동영상은 마치 스카프로 펼치는 마술을 보는 듯 하다.
에르메스 까레는 실크로 만들어진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자, 수공예 기술이며, 또한 지상 최대의 패션 마술이다. 세대를 물려 유산시킬 수 있는 정사각형 실크 작품으로서, 에르메스 까레의 실크 로드는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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