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독일·미국까지…‘치안 마비’ 아이티 떠나는 외국 외교관들

윤기은 기자 2024. 3. 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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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폭력·빈곤 여파로 행정 기능 멈춰
10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경찰이 미국 대사관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갱단 폭동으로 최악의 치안 상황을 맞으면서 현지에 머무는 외교관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군용 헬기를 급파해 현지 주재 대사관 직원 일부를 철수시켰다고 보도했다.

미 남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주재 대사관의 보안을 강화하고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을 철수시키기 위해 작전을 수행했다”며 “이를 위해 군용기를 대사관 영내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대사관 안팎으로 직원을 이동시키는 일은 우리의 표준적 관행에 따랐다”며 “군용기에 아이티인은 탑승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필수 인력은 아직 대사관에 남아있으며, 대사관 업무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티 현지에 주재하던 유럽연합(EU) 대표단과 독일 대사 등도 아이티를 떠났다. EU 대표단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일시적으로 현지 사무소를 임시 폐쇄하고 최소 인원만 남겨둔 상태다.

독일 외무부는 “주아이티 대사가 EU 대표단과 함께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떠났다”며 “당분간 그곳에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티에서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와 빈곤 속에 행정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권력을 잡은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도 벌어졌다.

앙리 총리가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지난 3일에는 갱단이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 3000여 명을 탈옥시켰다. 대규모 탈옥 사태 직후 아이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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