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고립된 성폭행 피해자들
이런 친족 성폭행, '보호자'가 가해자인 상황은 신고도, 문제 해결도 어렵게 만듭니다. 지난 5년 동안 한 해에 평균 400건이 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27살인 직장인 A씨.
아버지의 성폭행은 어린 시절 10여 년 간 지속됐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단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A씨/친족 성폭력 피해자 : 성교육 받을 때도 '이런 사례는 나밖에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내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무엇이 범죄인지도 잘 모를 어린 나이부터 시작된 데다가,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보호자가 '가해자'였기 때문입니다.
벗어날 수 없단 두려움 때문에 엄마에게조차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습니다.
[A씨/친족 성폭력 피해자 : 엄마와 아빠가 있었을 때 항상 아빠가 목소리가 크고, 뭔가 폭력을 휘두른다든지 이런 이런 행태를 봤을 때 엄마가 나를 도와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좀 많이 강했었어요.]
성인이 된 후에야 신고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가족이란 울타리로 묶여있습니다.
[A씨/친족 성폭력 피해자 : 사실 호적상으로 보면 그냥 여전히 4인 가정이거든요. 그러니깐 이혼이나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깐 계속 사라지지 않은 느낌이 들었었어요. (아버지 출소 후에) 골치 아플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좀 많이 해요.]
이같은 친족간 성폭행은 신고된 것만 지난해 420여 명.
지난 5년간 한 해 평균 400건 넘게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신고조차하지 않은 친족간 성범죄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거란 점입니다.
[김은정/변호사 : (우리나라 친족 성범죄 형량은) 사실 턱없이 낮죠. 우리나라는 한 25년 나오면 중형에 처해졌다(고 인식되는데) 해외(미국 플로리다주) 같은 경우엔 아예 최저 형량을 25년 정도로 강하게 두고 있어요.]
또 피해자에겐 가족이란 강한 울타리가 무너진 만큼 무엇보다 인적 네크워크를 온 사회가 만들어주는 게 급선무란 지적도 나옵니다.
[김수정/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 여러 가지 신뢰관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그 일상을 계속 지속하는 것도 굉장히 쉽지 않은 과제고요. 좋은 인적 자원들이 그 사람이 주변에 조금 풍부해지고 그런 것들이 이 사람에게 굉장히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오렌지 쉼터'란 이름으로, 지역 사회와 피해자들이 인적 교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A씨/친족 성폭력 피해자 : 가족이란 울타리가 잘 되지 않았지만 '나에게도 뭔가 울타리가 있다'라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담이나 자조 모임이나 이런 걸 통해서 사실 어떻게 보면 자기 울타리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건을 말하고 나니깐 이 사람이 생각보다 나에게 그렇게 뭔가 압박감을 줄 수 없는 대상이었구나…]
[VJ 이지환 한재혁 / 영상디자인 정은실 조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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