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연애 단죄하는 ‘K-팝 시장의 그늘’… 외신도 “악명높다”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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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시장의 압박은 악명 높다."
BBC 역시 "열애설 인정은 팬들 입장에서 불미스러운(scandalous) 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K-팝 스타의 소속사들은 그들을 '연애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romantically obtainable) 아이돌로 세일즈하고 싶어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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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팬 ‘연인 관계’로 설정
아낌없이 돈쓰며 사생활 참견
“K-팝 시장의 압박은 악명 높다.”
미국 CNN과 영국 BBC 등 유력 외신들이 글로벌 콘텐츠로 떠오른 K-팝의 그늘을 이같이 진단했다.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사진)가 배우 이재욱과의 교제 사실을 공개한 직후 쏟아지는 팬덤의 질타와 비판에 대한 우려다. 이처럼 스타의 사생활을 용납하지 않는 일부 극성 팬덤의 기저에는 ‘유사 연애’라는 위험한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카리나는 지난달 말 이재욱과 함께 있는 사진이 공개된 후 “알아가는 단계”라고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그 후 몇몇 팬들은 카리나의 소속사 앞에서 “팬이 주는 사랑이 부족한가?” “왜 팬을 배신하나?” “사과하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원색적 비난 문구를 담은 트럭 전광판 시위를 벌였다. 결국 카리나는 지난 6일 자필 편지를 통해 “저를 응원해준 마이(공식 팬덤)들이 얼마나 실망했을지,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마이들이 상처받은 부분 앞으로 잘 메워나가고 싶다”고 고개 숙였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성 교제를 스스로 ‘잘못’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촌극이 빚어진 셈이다.
이를 두고 CNN은 “팬들이 스타를 우상화하는 문화와 음반사가 접근하기 쉬운 무명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조장하고 여전히 (연애가) 금기시된다. 이러한 극도의 충성심은 아티스트와 소속사가 팬의 요구와 욕구에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철저한 감시를 받는 K-팝 스타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킨다”고 꼬집었다. BBC 역시 “열애설 인정은 팬들 입장에서 불미스러운(scandalous) 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K-팝 스타의 소속사들은 그들을 ‘연애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romantically obtainable) 아이돌로 세일즈하고 싶어 한다”고 비판했다.
K-팝 시장은 스타와 팬의 관계를 일종의 ‘연인’으로 설정한다. 각종 시상식에서 팬덤명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사랑한다”고 스스럼없이 외친다. K-팝을 매개로 한 쇼비즈니스 산업은 이런 유사 연애를 부추긴다. 더 많은 앨범을 산 팬들에게 스타와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처럼 더 자주 지갑을 연 팬덤들은 스타들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심리는 스타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참견과 간섭으로 귀결된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무대 위 캐릭터로서 아이돌과 현실 속 인간으로서 아이돌의 구분과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각종 SNS와 팬플랫폼을 통해 팬들에게 그들의 일상을 공개하는 과정 중 팬들이 긍정적 감정을 키우는 동시에 ‘내 허락 없이 누구를 사귈 수 없다’는 심리도 키우는 것”이라면서도 “이를 단순히 ‘옳다, 그르다’는 이분법적 잣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건 현재 K-팝 시장의 팬덤 현상이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조차와 생태계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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