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이 외국인정책이었던 이유는…‘외국인정책 기본계획’ 변천사 [박진영의 뉴스 속 뉴스]

2008년부터 5년 단위로 수립
최우선 순위, ‘개방’ 또는 ‘경제’
‘안전’, 우선순위 지속 상향돼
4차 계획서 이민정책으로 전환

4·10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윤석열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출입국·이민관리청’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민청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 등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면서다. 국민의힘 장성민 경기 안산갑 후보(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가 지난 6일 “이민청을 안산에 설치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 4일 새롭게 단장한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남정탁 기자

현 정부 들어 이민정책이 본격화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이민정책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부터 15년 넘게 이민정책을 구사해 왔다. 2007년 제정·시행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른 5년 단위의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이 바로 그것.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중앙 행정 기관과 지자체에 이민정책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다.

정부는 왜 이민정책 대신 외국인정책이란 용어를 쓴 것일까. 제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08∼2012) 수립 당시, 국민들이 이민이란 용어를 해외 이민과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고 한다.

외국인정책과 이민정책의 실질은 같다. 둘 다 국경·출입국 및 체류 관리, 사회 통합과 국적 부여 정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확정한 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027)에서 외국인정책을 이민정책으로 전환했다. 대상을 특화한 외국인정책이란 명칭을 계속 쓰기엔 한계가 있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점에서다.

정부의 제1∼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기간과 비전, 정책 목표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제공

우수 외국인 인재 유치와 사회 통합, 안전한 사회. 외국인, 이민자의 인권 존중과 국제 협력. 1∼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공통된 지향점이다. 키워드로는 개방 또는 경제, 통합, 안전, 인권, 협력으로 요약된다. 모두 개방 또는 경제를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았다.

대내외 환경에 따라 다른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1차 때 ‘개방-통합-안전-인권’ 순이었다가, 2차(2013∼2017) 때는 ‘개방-통합-인권-안전-협력’으로, 인권이 한 계단 올라섰고 협력이 추가됐다. 3차(2018∼2022) 때 ‘개방-통합-안전-인권-협력’으로, 안전이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

4차는 ‘경제-안전-통합-인권-협력/인프라’로,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민사회 구현’이 두 번째 정책 목표로 제시됐다. 정부는 “불법체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1∼3차에서 미흡했던 안전 분야 우선순위를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불법체류 외국인은 43만389명에 달했다.

1∼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시행한 지난 15년간 성과로는 △자동 출입국 심사 제도 도입(2008년) △사회 통합 프로그램 도입(2009년) △아시아 첫 난민법 시행(2013년)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계절근로자 도입(2017년) △전자여행허가(K-ETA) 시행(2021년) 등이 꼽힌다. 외국인 유학생 양적 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8만여명에서 2023년 18만여명으로 약 2.25배 늘었다.

다만 정부는 ‘취업 이민’ 중 단기·비숙련 인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투자나 우수 인재, 취업 등 ‘경제 이민’ 경로로 영주 자격을 취득한 이민자가 극소수였다는 한계를 자인한다.

정부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이민 행정 기반을 만들기 위해 이민청을 신설하겠다고 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 못 박았다. 이민정책은 특성상 관련 분야가 많아 부처별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하는 외국인정책위원회엔 19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도 ‘이민정책 기본법(가칭)’으로 전면 개정해 한국형 이민정책 수립의 법적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