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침묵 깬 ‘바람의 손자’···이정후, 왼손 투수 상대로 첫 안타 신고
전날 침묵을 지켰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하루 만에 다시 안타를 쳤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첫 안타를 때려내 의미가 컸다.
이정후는 11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에 1번·중견수로 선발 출장, 3타수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이정후의 타율은 0.368로 조금 떨어졌다.
이정후는 이날 시애틀 오른손 선발 투수 조지 커비를 상대했다. 커비는 지난달 28일 이정후가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렀을 때 상대했던 투수다. 당시 이정후는 커비를 상대로 첫 타석에 안타를 치며 출루한 뒤 화려한 주루플레이로 최선을 다하며 커비를 괴롭혔고, 결국 득점까지 올렸다. 커비는 경기가 끝난 뒤 “이제 이정후라는 선수를 잘 알았다”고 말했다.
다시 만난 커비를 상대로, 이정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라인드라이브로 아웃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정후의 안타는 팀이 2-7로 끌려가던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투수가 왼손 투수 테일러 소시도로 바뀐 가운데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중전 안타를 터뜨리며 출루에 성공했다. 이후 다음 타자 마르코 루시아노의 투수 땅볼에 2루까지 진루한 이정후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삼진으로 물러나 홈을 밟지는 못했다. 이후 6회말 수비를 앞두고 체이즈 핀더로 교체,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안타가 고무적이었던 것은, 왼손 투수를 상대로 마침내 안타를 터뜨렸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지난 8일 LA 다저스와 시범경기에서 처음으로 왼손 투수를 상대했다. 당시 상대 선발 투수가 왼손 투수인 제임스 팩스턴이었다. 이정후는 1회말 첫 타석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1루 땅볼로 물러났다. 다만, 경기가 많은 비로 우천 취소돼 기록은 삭제됐다.
바로 전날에도 이정후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왼손 선발 투수인 카일 멀리를 상대했으나 침묵을 지켰다. 1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1루 땅볼에 그쳤고,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어 4회말에는 만루 찬스에서 상대 왼손 불펜 투수인 프란시스코 페레즈를 상대했으나 유격수 플라이에 그쳤다.
이정후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던 시절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0.344)과 왼손 투수 상대 타율(0.327) 모두 0.32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잘 쳤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는 한국과 비교해 구위와 구속 모두 더 뛰어난 왼손 투수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 점에서 이날 왼손 투수를 상대로 마침내 첫 안타를 기록한 것은, 비록 한 개에 불과할지라도 이정후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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