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 필요한 가족돌봄아동 찾기, 등잔 밑이 어둡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보호받을 시기에 고령, 장애, 질병 등을 앓는 보호자를 돌보며 사는 '가족돌봄아동'들을 찾아 지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경우 아동 지원은 지역사회 여러 기관에서의 연계, 아동 또는 가족의 도움 요청을 통해 어려움을 인지하게 되면서 이뤄진다. 그러나 '가족돌봄 아동이 있으니 지원이 필요하다', '가족돌봄 상황을 해결해 달라'는 식의 요청은 흔치 않다. 도움을 청하는 직접적인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 가족돌봄아동을 찾고 지원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현재 가족돌봄아동으로 분류되어 지원받는 아이들은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 주로 가정의 다른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뒤늦게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가정과 지역사회는 학습비 부담, 주거비 문제 등 주로 경제적 상황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복지 담당자들은 해당 영역에 국한해 아동의 상태와 생활환경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경제적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아동과 가정을 면담하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해 나가면서 문제의 원인이 가족돌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겠다.
일례로 2023년 11월, 초록우산 충북지역본부 사무실에 한 어머니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연락을 해 왔다. 이 어머니는 홀로 자녀 두 명을 양육하던 분으로, 당시 요청은 "학원비가 없으니 학원비를 지원해 달라"는 말이 전부였다. 이후 학원비 지원을 위해 가정 상황을 검토하면서 우리는 두 자녀 중 한 아이가 지적장애와 뇌전증을 앓고 있고, 다른 아이는 어머니가 장시간 근로하는 동안 매 저녁 아픈 형제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1월 충북 청주 행정복지센터에는 퇴거 위기에 놓인 아동 가정 사례가 접수됐다. 대장암 투병 중인 어머니가 두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으로, 주거비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정이었다. 우리는 심의 과정에서 당장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어머니 대신 동생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자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아이는 가사와 가족돌봄은 물론 통학에 필요한 교통비와 용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었다.
이처럼 가족돌봄아동은 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정의 일상과 가족 역할을 깊이 있게 살펴볼 때 비로소 드러난다. 학습비, 주거비 등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에만 집중하게 되면 가족돌봄 문제를 간과하게 될 수 있다. 결국, 드러나지 않은 가족돌봄아동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아동 상황과 배경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현장의 노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상 아동을 단편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아동의 생활과 가정에서의 실질적 역할, 왜 지금 시기에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는지 등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의 노력만으로 곳곳에 있는 가족돌봄아동을 발굴하기엔 한계가 있다. 가족돌봄아동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지역사회에서 유기적으로 아이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미리 가족돌봄 상황을 파악하여 가정의 돌봄 부담을 덜고, 아동이 학업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면 긴급하게 지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도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많은 가정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가족돌봄아동이 얼마나 많을지 모른다. 가족돌봄에 일상을 할애하는 아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 필자도 현장에서 가족돌봄아동 발굴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발로 뛰면서, 아이들이 웃고 꿈꾸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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