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송중기, 7년의 스며듦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7년의 기다림 끝 '로기완'과 배우 송중기가 만났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연출 김희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한다.
지난 1일 공개된 '로기완'은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비영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송중기는 "다른 문화권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궁금했다. 이게 넷플릭스의 좋은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영어로 '로기완'을 리뷰하는 분들이 계시더라. 저에겐 호평이 됐든, 혹평이 됐든 다른 문화권에서 봐주시니까 뿌듯하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약 7년 전 '로기완'과 첫 만남을 가졌다는 송중기는 "그때 제작사 대표님께 '이 작품이 너무 좋다. 같이 가시죠'라고 해놓고 제가 중간에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번복을 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영화를 찍었다"며 "사실 그때 안 맞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눈 오는 날 엄마를 마중 나갔다가 그 사단을 만들고, 엄마의 시체를 파는 희생까지 한 죄책감의 구렁텅이에서 못 벗어나는 인물인데 왜 거기까지 가서 '사랑놀이'를 하고 있는지 공감이 안 됐다. 이미 제가 '사랑놀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냐. 뉘앙스가 비판적이었다. 공감이 안 된 거다. 제 입장에선 '살아남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때 '공감이 안 된다'고 최종적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제 잘못이었다. 어쨌든 하기로 해 놓고 안 한 거니까"라며 "그러고 나서 '재벌집 막내아들'을 촬영할 때 대본이 다시 왔다. 반가우면서도, 또 공감이 되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 대본은 차이가 없었다. 큰 줄기는 똑같고, 마리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 대체적으로 많이 바뀐 것뿐이었다. 근데 그때는 공감이 됐다. 아마 책은 똑같았으니까 제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송중기는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막연하게 죄책감이 됐든, 뭐가 됐든, 꾸역꾸역 살아남고 난민 지위를 받으려고 한느 이방인의 삶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잘 사는 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며 "잘 살려면 가족이나 친구나, 연인의 사랑이든 뭐든 사람이랑 부대끼고 사는 게 잘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7년 전과는 다르게 이번엔 공감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렇게까지 가서 로맨스를 하는 게 사치 아녜요?'라는 대사도 나오지만, 이번엔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인연인 것 같았다. 그렇게 '화란'을 끝내고 촬영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7년의 시간을 거치며 송중기의 내·외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개인의 가치관이나 작품을 보는 시선 역시 변할 수밖에 없을 터다. 송중기 역시 "스며든 것 같다. 정확히 뭐가 바뀐 건진 모르겠지만, 사람이 그때 당시 했던 생각과 관심사 같은 건 시대에 따라 다르니까 '로기완'도 그러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송중기가 연기한 로기완은 탈북민이자, 벨기에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살아남고자'하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송중기는 "원작에선 로기완이라는 인물이 주체적으로 나오진 않는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로기완이 처했던 동선을 상상하면서 쓰는 구조다. 제가 7년 전에 이 작품이 들어왔을 때 원작도 읽어봤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하게 되면서는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원작을 다시 읽진 않았다"며 "저는 기완이가 가진 상징성은 '죄책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했는데 감독님은 다르게 정하셨더라. 감독님은 이친 구가 어쩔 수 없이 사연과 타의에 의해서 고향을 떠나 여기에 있지만, 나중엔 자유 의지로 여기를 벗어난다는 것이 감독님의 전제였다"고 말했다.
또한 송중기는 "제 캐릭터만 보자면 '죄책감'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서 들어라고 했다. 근데 감독님은 타의에 의해서 도망쳐 왔지만, 나중엔 자유의지로 벗어나서, 자유의지로 잘 살려고 하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간다는 선택의 시간을 생각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살아남기' 위해 낯선 땅에 발을 디딘 로기완이 마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를 통해 두 인물은 각자 삶의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송중기는 "누구의 삶이 더 기구하냐고 비교할 순 없다. 기완이는 그런 와중에 살아남으려고 하는 인물이고, 마리는 살기 싫어서 어떻게든 없어지고 싶어 하는 존재"라며 "공통점은 '엄마'다. 감독님이 그 부분을 의도하신 것 같긴 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두 사람은 함께 밥을 먹으며 조금 더 가까워진다. 송중기는 "사실 대본만 봤을 때 두 인물의 관계가 진전되는 부분은 첫 만남 이후 마리네 집에 가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장면을 찍을 때 힘을 잘 주고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근데 막상 현장에서 찍어보니까 그 부분이 아니더라. 오히려 '밥은 먹었네'라고 하는 장면이 그냥 가볍게 밥을 먹는 몽타주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찍어보니까 아니더라. 그 장면에서 기완이가 마리한테 조금 더 교감이 형성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생존을 위해 모든 걸 내버리고 벨기에에 도착한 기완과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마리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감정선에 대한 호불호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중기는 "저에게 있어 '로기완'은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호불호를 예상하진 못했다. 불호를 가지신 분들의 의견을 다 듣진 못했지만, 건너 건너 듣고, 리뷰를 보게 됐다. 저도 7년 전엔 공감이 안 가서 거절했기 때문에 그 리뷰를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동시에 저에겐 바람이 있다. 저도 나중에 이걸 다시 봤을 때 공감이 됐던 것처럼, 혹시나 감사하게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두 번, 세 번 봐주셨을 때 예전엔 공감이 되지 않더라도, 나중엔 공감이 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송중기는 "만약 이번이 첫 제안이었으면 작품에 참여했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다. 솔직히 모르겠다. 확실히 예전에 대본을 받았을 때를 제외하고 다시 이 대본을 봤을 땐 공감이 됐기 때문에 참여하긴 했을 것 같다. 근데 이제 와서 안 한다고 하면 이상할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앞서 '보고타'에 이어 '로기완'으로 또 한 번 글로벌 작업에 나선 송중기는 "쉽지 않지만 끌리더라. '보고타'는 현재 좋은 공개 시점을 보고 있다. '보고타'도 촬영하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어려운 상황이 생겼었다. 그 작품도 이방인, 이주민에 대한 이야기다. 저는 그런 작품에 끌리는 것 같다"며 "그래서 해외 작품의 오디션도 보고, 계속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겨운 걸 하기 싫어하고,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다. 학생의 마음으로 계속 두드리고 있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