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AI 강자들]해외서 더 유명한 ‘차원이 다른’ 의료AI, 코어라인소프트②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꽁꽁 얼었던 국내외 자본 시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풀리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의료기기 투자도 의료AI를 중심으로 글로벌 추세에 보조를 맞추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바이오AI 기술이 무르익으며, 다수의 기업이 상당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데일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는 국내 대표적 바이오 AI 기업 10곳을 집중 해부,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엑스레이(X-ray)와 같은 2D 이미지 분석이 ‘주류’인 AI 영상 판독 시스템 분야에서 처음부터 ‘3D 영상 판독’ 한 우물만 판 이들이 있다. 카이스트 출신의 엔지니어 김진국·최정필 대표이사, 이재연 부사장 이야기다. 카이스트에서 의료영상 처리를 연구하던 세 연구자는 2012년 코어라인소프트(384470)를 세웠다. 지난해 회사는 코스닥 시장에도 상장했다.
3차원 기술은 수백장이 입체로 쌓인 영상을 심층분석해야 하는 기술이라, 혈관의 경계 구조나 두께 등 2차원 그래픽에서는 알 수 없던 진단이 가능하다. 그만큼 개발에서는 어려움도 따랐다. 같은 의료인공지능(AI) 기술이이도 3차원 분석에 사용되는 AI는 학습 데이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은 AI 의료영상 사업 중 가장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9년에는 약 96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전체 글로벌 AI의료영상 시장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이 30%(29억 달러, 약 4조원) 비중으로 가장 크다.
3차원에 활용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를 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꾸준히 쌓아온 코어라인소프트는 까다로운 유럽 시장 공략에도 성공해 차츰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흉부질환의 영상 판독 분야에서만큼은 진입장벽을 단단하게 세우며 선두를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美FDA 허가 솔루션 보유..까다로운 미국·유럽병원도 ‘인정’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해 AI 기반 폐결절 검출 솔루션 ‘에이뷰 렁 노듈 CAD’(AVIEW Lung Nodule CAD)로 국내 최초, 세계 다섯 번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이밖에 폐암검진 솔루션인 ‘에이뷰 LCS’도 FDA의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미국에서는 에이뷰 LCS의 FDA 획득 이후 대형대학병원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병원내 AI도입은 시장 평균 18개월 정도 소요가 되기 때문에 제품의 시험사용 케이스를 확대하면서 좋은 결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UMMH(UMass Memorial Health), UCLA등 미국내 최고 레퍼런스를 보유한 병원들에서 수주를 완료했다. 올해는 심혈관진단 솔루션인 ‘에이뷰 CAC’의 FDA 인증도 추진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흉부 CT 3대 질환의 동시 검진이 가능한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도 코어라인소프트와 독일 지멘스뿐이다. 흉부 질환 동시 진단 솔루션 ‘에이뷰 LCS 플러스’는 저선량 흉부 CT 영상을 분석해 폐결절, 폐기종, 관상동맥 석회화 등을 검출할 수 있는데 국가폐암검진 판독 지원 및 질 관리 솔루션으로 8년째 단독 공급되고 있다.
에이뷰 LCS 플러스의 성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유럽 폐암검진 프로젝트(4ITLR), 독일 폐암검진 프로젝트(HANSE), 이탈리아 폐암검진 프로젝트(ILSP) 등에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에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흉부종양국제학술대회가 열렸는데, 한국의 폐암검진사업이 소개되며 코어라인소프트가 언급되기도 했다.
아시아 시장도 빠르게 선점 중이다. 특히 대만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첫 해 7개 병원에, 그 다음해 17개 병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고 현재 누적 고객은 30곳이 넘는다. 회사는 지난 2022년부터 대만에서 폐암검진이 시작되면서 성장세가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내 일본에서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인증도 받게 되면 아시아 주요 시장인 일본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중동지역에서는 든든한 우군도 생겼다.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종합의료기업 MHC의 설립자이자 영상의학교수인 이집트의 엘 세라피 박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에이뷰 LCS 플러스의 매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이집트에서 코어라인소프트가 레퍼런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중동 의료 전문 기업 MHC와 에이뷰 9개 제품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MHC는 소유 재단을 통해 운영 중인 두바이 내 영상센터 IRC에서 에이뷰를 도입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국가 프로젝트서 시작”…진입장벽 높이는 ‘비결’
코어라인소프트는 국내·외 국가 단위 프로젝트로 한 국가 내 주요 병원 네트워크를 확보한 후, 검진 전·후 프로세스를 간편화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이는 전략적 방향을 도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첫 번째 고객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이 의료 분야인데,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서 자연스레 솔루션에 대한 의료진의 의존도가 높아지며 진입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을 포함한 대표 국가와 병원에서는 이미 코어라인소프트의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 수년씩 소요되는 국가별 폐암 검진 프로젝트에 코어라인소프트의 솔루션이 도입되면서다. 여기서 확보한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 이탈리아 카타니아 대학병원, 프랑스 대형 영상센터 그룹인 이마젠 등과의 대형 병원 네트워크는 코어라인소프트가 유럽 의료 시장에서 세를 키우는 데 큰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향후 몇 년 내 폐암 검진 사례가 증가해 영상의의 업무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AI 도입을 고려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법으로 수년 내 유럽의 폐암조기검진 시장도 접수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눈 여겨 보는 곳은 영국과 호주다. 이들 국가는 공식적으로 전국적인 폐암조기검진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유럽연합(EU)의 더 많은 국가가 이를 따를 예정이다.
나은경 (ee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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