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있네, (이)의리 투구 수 때문에” KIA 잠수함 왕국? 이범호 홀렸다…22세 대졸 사이드암 ‘눈에 띄네’[MD창원]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배짱 있네요.”
KIA 왼손 파이어볼러 이의리는 9일 시범경기 개막전 창원 NC 다이노스전서 2⅓이닝 3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2실점했다. 시범경기 초반일정은 보통 이닝 도중 투수교체가 많지 않다. 경기흐름보다 투수 개개인의 빌드업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22)가 3-0으로 앞선 3회 1사 만루서 손아섭에게 2타점 좌전적시타를 맞자 내리고 대졸 사이드암 김민주(22)를 투입했다. 1점차, 1사 1,2루 위기.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신인투수에게 빡빡한 상황.
그러나 김민주는 NC 외국인타자 맷 데이비슨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먼저 볼 2개를 던진 뒤 패스트볼 2개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았다. 결정구가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였다. 김민주의 목적과 의도가 확고한 승부였다. 한 방 있는 데이비슨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정면 승부를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
계속해서 김민주는 또 다른 우타자 김성욱에게도 슬라이더로 3루 땅볼을 유도,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물론 3회이긴 했지만, 역전 위기서 1점 리드를 지킨 건 의미 있었다. 4회 시작과 함께 제임스 네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강렬한 7구였다. 김성욱에게 초구 143km 패스트볼을 뿌린 게 가장 빠른 공이었다. 그러나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계획대로 등판을 마무리했다. 이범호 감독은 10일 NC전을 앞두고 이 장면을 두고 “배짱 있다. 의리 투구수 때문에 이닝 중간에 투입했는데, 괜찮게 잘 버텼다”라고 했다.
김민주는 강릉영동대를 졸업한 오른손 사이드암이다. 캔버라 스프링캠프 때부터 호평이 자자했다. 사실 스피드와 구위 측면에서 압도적인 건 아니다. 그러나 과감하게 맞붙는 기백, 배짱이 남다르다. 프로의 매운 맛을 본 뒤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두려움 없이 부딪히는 모습은 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다.
좀 더 테스트가 필요하겠지만, 김민주가 개막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개막엔트리에 못 들어가도 시즌 중 유용하게 쓰일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 이로써 KIA에 쓸만한 잠수함이 차고 넘친다. 메인 셋업맨 임기영을 비롯해 박준표, 윤중현, 김민주, 좌완 김대유와 곽도규까지. 다른 팀에 거의 없는 왼손 옆구리만 두 명이다.
이들 중 실적이 확실한 임기영과 이범호 감독으로부터 남다른 호평을 받는 곽도규의 1군 엔트리 승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나머지 잠수함들은 개막엔트리 진입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 정도로 KIA 불펜이 질적, 양적으로 탄탄하다. 이런 현실이 개개인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요즘 밑으로 던지는 투수가 잘 안 나오는 게 사실이다. 각 팀마다 좋은 좌타자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우린 잘 던지는 옆구리 투수가 많다. 올 시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좌, 우완 사이에 유용하게만 쓰면, 불펜의 짜임새가 상당히 좋아질 수 있다. 잠수함들이 막연하게 좌타자에게 약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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