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대장장이 재선 씨의 후계수업…80대 장인의 대장간

조은애 기자 2024. 3. 1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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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인간극장'에서 남원의 명물, 대장장이 변재선 씨를 만난다.

11일 방송되는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대장장이 재선 씨의 후계수업' 편이 전파를 탄다.

통 식도로 유명한 남원에는 은퇴할 나이에도 여전히 대장간을 지키고 있는 장인이 있다. 바로 63년 경력의 대장장이 변재선 씨(80)다. 아내 최영애 씨(72)가 이제 그만 쉬라고 말려도 아직 거뜬하다며 불 앞에서 쇠와 씨름한다. 대장일을 해서 4남매를 키웠으니 편히 살 만도 한데, 재선 씨가 망치를 놓지 않는 이유는 사위 때문이다.

험하고 힘든 일을 자식들에겐 물려줄 생각이 없었는데 5년 전, 사위 우상제 씨(50)가 대를 잇겠다고 나선 것이다. 평생을 바쳐 일한 대장간이 막을 내리려니 아쉬웠는데 사위가 대를 잇겠다니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그렇게 시작된 재선 씨의 대장장이 후계수업, 대장일은 스승을 도우며 일을 배우는 도제식 교육이라 힘쓰는 일은 처음 해보는 사위에게 일 가르치는데 배우는 속도가 더디고 일솜씨까지 어설퍼서 호통치기 일쑤다. 

지켜보는 영애 씨는 사위 마음이 상할까 좌불안석이다. 장인과 사위라는 어려운 관계에도 불구하고 재선 씨가 호랑이 같은 스승을 자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불과 쇠를 다루는 일이라 힘들고 위험한 대장일은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배워야 사고의 위험도 적고 기술도 제대로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상제 씨도 장인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불호령이 떨어지면 서운한 마음이 들고 의욕도 사라진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대장간의 후계수업, 잘될 수 있을까.

대장간의 일꾼에서 칼의 장인(匠人)이 되기까지

전통 식도로 이름난 남원에서도 재선 씨는 경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손꼽히는 대장장이다. 지금도 옛날 대장간의 방식대로 칼을 만들어서 장인 대우를 받지만 시작은 사뭇 달랐다. 가난한 농부의 8남매 중 다섯째였던 재선 씨는 배를 곯지 않으려고 열일곱 살 때부터 친척의 대장간 일을 돕다가 기술을 익혀 대장장이가 됐다.

하지만 대장간을 차릴 형편이 안 돼서 모루(달군 쇠를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쇳덩이)와 망치, 불집게 등 연장을 지고 산골마을을 찾아다니다 보니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뻐서 눈여겨보던 대장간 이웃집 딸, 영애 씨와 결혼하고 자그마한 대장간을 시작했는데 힘들기는 마찬가지, 남편 혼자 고생하는 게 안타까웠던 영애 씨는 고운 얼굴에 검정 숯을 묻혀가며 대장간 일을 도왔다.

둘이 쉬지 않고 일해서 매주 호미만 1500개씩 만들어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적어 고생만 실컷 하다가 인생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재선 씨의 식도가 입소문을 얻으면서 전국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사는 남원의 명물이 됐다.

낡은 전통 대장간에서 만들어 가는 미래

값싼 중국산 칼이나 고가의 주방 명품 칼에 밀려 설 자리가 좁아진 남원의 전통 식도는 수제품을 인정하는 분위기에 요리 열풍을 타고 관심을 받고 있다. 63년 동안 대장장이로 한 우물만 판 재선 씨는 일반적인 쇠보다 강한 특수강을 다루는 기술로 일반적인 칼보다 잘 들고 수명도 긴 칼을 만들었다. 낡은 대장간에서 명품 칼을 만드는 공방으로 올라선 것이다.

사위 상제 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대장일을 배울 결심을 한 것도 재선 씨가 평생을 걸고 지켜온 전통 방식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장인의 기술을 잘 배워 기초를 다진 뒤 현대의 기술을 접목해서 한 단계 발전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상제 씨가 열심히 뒤따르니 재선 씨는 후계 수업에 속도를 내면서 슬슬 뒤로 물러날 준비를 하는 중이다. 사라져 가는 낡은 것을 귀하게 여기고 대를 이어 지키려는 재선 씨와 상제 씨, 그래서 대장간의 후계 수업은 쉴 틈 없이 계속된다.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50분 방송된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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