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 피해, 아는 만큼 막는다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최근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최고 7만3000%까지 초고금리를 받아내고, 채무자들의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와 신체사진 등을 요구한 불법 사금융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한 사장 30대 A씨 등을 비롯한 조직원 15명을 '대부업법 위반과 전자금융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2년 7월부터 약 1년간 채무자들에게 10만~50만원대 소액대출을 해준 뒤, 돈을 갚지 못할 때 채무자와 주변인을 위협해 초고금리 이자를 받아냈다. 인터넷 대부 중개 사이트에 광고를 올려 대부업을 하면서 법정 최고금리인 20%가 훌쩍 넘는 이자를 요구했다. 채무자들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평균 연 4000~5000%에 달하는 이자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약 1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확인된 피해자만 1900명이 넘는다. 피해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피해 신고, 전년보다 79% 증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등록된 대부업체에서도 대출받기 어려워 불법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채권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성폭력 등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각이 계속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이처럼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가 매년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가 즉각 나섰다. 지난해 11월9일 금융감독원(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이들의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하라"고 주문했다.
정부에 이어 금융감독원도 불법 사금융 근절에 칼을 빼들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열흘 후 열린 임원회의에서 "불법 사금융 근절과 불공정 시장 관행 근절 차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확대하겠다"며 산하 소비자 보호처를 확대 개편할 것을 시사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불법 사금융 '뿌리 뽑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범죄 피해가 심각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의 피해 상담·신고 건수에 따르면, 채권추심 피해 신고 건수는 전년(1109건)보다 79.0%(1985건) 증가했다.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거나, 심한 경우 사진까지 유포하는 등 불법 채권추심 피해 신고가 심각했다. 급전을 빌려주는 대가로 나체사진을 요구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불법행위를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
금융 당국 "불법 대부업 뿌리 뽑는다"
이에 금감원은 불법 대부업체의 SNS 등 온라인 불법 광고에 대한 이용 중지, 게시물 삭제 등을 관계기관에 의뢰했다. 또 혐의가 구체적으로 신고된 503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피해 구제가 즉시 필요한 3360건은 '채무자 대리인 무료 지원제도'를 통해 지원했으며, 고금리 대환 등이 필요한 2321건에 대해서도 '서민금융대출' 상품을 안내해 채무자의 금융 부담 완화 및 재기를 적극 지원해 피해자 구제에 힘쓰고 있다.
홍석린 금감원 민생침해대응총괄국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불법 사금융에 따른 피해는 매년 급격히 증가해 심각한 수준이다. 악질적인 추심 행위 또한 도를 넘고 있다"면서 "불법 대부로부터 피해자(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해 수사 지원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법 채권추심으로 피해를 봤거나, 채권추심 행위의 적정성 여부 등의 상담을 원할 경우에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금감원(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과 상담하고, 각 지자체 소관부서 또는 지역 경찰서(지능범죄수사팀)에 적극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국장은 "채무자 자신도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연이율 20% 등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것은 '사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거래할 상대방이 등록대부업체인지 확인한 후 대출 상담에 응해야 한다. 고금리, 불법 추심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채무자 대리인 무료 지원 제도'를 활용하면 좋다. 소액 급전이 필요하다면 '정책서민금융' 상품 이용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고,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 권유는 유사수신 행위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이 알려주는 불법 사금융 유형별 대응 요령
Q 채권추심자가 소속을 밝히지 않는다면.
대출 채권추심자가 채무자 또는 그의 관계인에게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는 것은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한다. 채권추심자가 검찰·법원 등 사법 당국을 사칭하거나 법무사, 법무팀장 등 사실과 다른 직함을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다. 채권추심자에게 소속과 성명을 밝히도록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채권추심에 응할 필요가 없다.
Q 채권추심자가 협박 또는 폭언을 한다면.
채권추심자가 협박조 내용으로 언성을 높이거나, 욕설 등 폭언을 했다면 이는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언어 이외에 폭행, 체포, 감금 등 위력을 사용한 행위도 모두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한다. 전화로 채권추심자가 협박하는 경우에는 통화 내용을 녹취하고, 자택 방문의 경우에는 핸드폰 등을 이용해 녹화 및 이웃의 증언 등을 확보한다. 이후 경찰에 신고한다.
Q 채권추심자가 집 또는 회사로 찾아온다면.
채권추심자의 자택, 회사 방문 자체를 불법 채권추심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혼인, 장례 등 채무자가 곤란한 사정을 이용한 방문 등을 통해 채권추심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경우는 불법이다. 찾아오는 경우, 협박 내용을 녹취한 후 불법행위로 경찰에 신고한다.
Q 채무 사실을 제3자에게 고지하거나 이를 협박하면.
채권추심자가 채무 사실을 가족이나 회사 동료 등 제3자에게 알리는 것은 불법이다. 채무자의 소재 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아님에도 관계인에게 채무자의 소재, 연락처 등을 문의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가족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린 경우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채권추심자의 고지 행위 일자, 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진술자료 등도 확보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다.
Q 채무자 또는 채무자의 가족에게 대위변제를 요구한다면.
채무자 또는 채무자의 가족, 친지 등에게 연락해 대위변제를 강요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채권추심자가 채무 미납에 따른 불이익, 도의적 책임 등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대위변제를 유도하더라도 절대 응할 필요가 없다. 지속적으로 대위변제를 요구하면 녹취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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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8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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