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난에 영종도 학교 앞은 전쟁터…"무늬만 국제도시"

최은지 2024. 3.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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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학기를 맞은 인천 영종국제도시 한 중학교를 지나가던 시민 김모(66)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추위에 떠는 아이들을 목격한 김씨는 "거주지와 먼 학교로 배정받은 아이들은 불가피하게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마저도 대중교통난으로 쉽지 않다"며 "길게는 40분까지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어 그저 무늬만 국제도시"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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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급증세에 비해 대중교통 체계 열악…대부분 자가용 의존
하교길 버스 정류장에 줄 서 있는 학생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최근 새 학기를 맞은 인천 영종국제도시 한 중학교를 지나가던 시민 김모(66)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쌀쌀한 날씨 속에 학교 후문 앞 버스 정류장에서 교복 차림의 학생 수십 명이 빽빽이 몰려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딱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굣길 아이들이 몰리면서 정류장 양옆에는 기나긴 줄이 늘어섰고 간간이 버스가 설 때마다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이 정류장을 경유하는 버스는 간선·지선·좌석 버스 9개 노선이지만 배차 간격이 최대 20∼30분까지 벌어졌다. 특히 이 학교는 인근에 주거 단지가 없는 특성상 원거리 통학생이 많아 이 같은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추위에 떠는 아이들을 목격한 김씨는 "거주지와 먼 학교로 배정받은 아이들은 불가피하게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마저도 대중교통난으로 쉽지 않다"며 "길게는 40분까지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어 그저 무늬만 국제도시"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영종도에서는 신도시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열악한 대중교통 체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11일 인천시 중구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영종도 인구는 2019년 2월 7만7천320명에서 지난달 11만8천602명으로 5년 만에 53.3% 급증했다.

그러나 인구 증가세에 비해 대중교통 확충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영종도 주민 대다수는 자가용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지난해 7월 인천연구원이 낸 '영종국제도시 신교통수단 도입 기본구상 연구 보고서'에서는 영종 지역의 수송 분담률 중 53.6%를 승용차가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종도에서는 간선·지선·좌석 등 36개 버스 노선이 운행 중이지만 버스의 수송 분담률은 6%대에 그쳤다. 지하철의 수송 분담률도 7%대에 불과했다.

이처럼 낮은 대중교통 이용률은 인구수에 비해 부족한 버스 노선과 긴 배차 간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영종도를 경유하는 인천 버스 41개 노선 중 24개 노선(58.5%)의 운행 간격이 25분을 초과해 서비스 수준이 가장 낮은 'F' 등급에 불과했다.

한 간선 버스는 하루 운행 횟수가 15회로 배차 간격이 72분에 달했고, 하루 운행 횟수 33회에 배차 간격이 30분을 넘는 간선 버스도 있었다.

고질적인 대중교통난에 최근 학생들의 통학 관련 민원까지 잇따르자 인천시와 중구도 버스 노선 확충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는 올해 영종도에 2개 노선의 시내버스 14대를 추가로 증차해 운행할 계획이다.

중구는 시와 예산을 절반씩 분담해 운영하는 영종도 공영버스 17대의 운행 횟수를 학교 등하교 시간대에는 늘려서 운행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영종 지역은 원도심과 달리 주거지가 곳곳에 분산돼 있고 지역도 넓어 버스 노선 자체가 길다"며 "자연스럽게 배차 간격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자 버스 증차 등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 서서 버스 타는 아이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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