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등반 때 용변 봉투 의무화

등반팀 늘어 인분 2t 넘게 쌓여 골치

에베레스트 4캠프에 방치된 각종 쓰레기들. 사진 엘리아스 에이칼리.

2024년 봄부터 에베레스트 네팔 쪽 등반 시 대변은 등반가가 스스로 챙겨 내려와야 한다. 용변이 문제가 된 지점은 고소캠프다. 베이스캠프에는 오래전부터 간이 화장실 설비를 갖추고 모은 변은 통째로 아랫마을로 운송해 폐기했다. 2023년부터는 2캠프에서도 같은 방식이 일부 원정대에 의해 도입됐다. 3~4캠프에서는 화장실 설비가 없었다. 등반가들은 눈을 파 구덩이를 만들고 용변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십수 년 사이 에베레스트의 가이드 원정대가 활성화되면서 연간 등반 인구가 1,000명에 육박했다. 에베레스트의 쓰레기 문제를 관할하는 사가르마타 오염관리위원회SPCC는 2023년 등반 시즌에 에베레스트 네팔 방면에서 총 75톤의 쓰레기가 발생했고 그중 2만1,507kg은 인분으로 추정했다. 수거되지 않고 산중에 남겨진 인분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정확한 자료가 없지만, 2019년에 연간 7,200kg의 인분이 남겨졌으리라는 추정치가 있다. 산에 남겨진 인분은 저온으로 인해 쉽게 자연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등반가들은 눈과 얼음을 녹여 식수로 쓰는데, 최근 인근 지자체 대표에 따르면 등반가 중에 오염된 식수 섭취로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설치된 화장실. 사진 서미트클라임.

이에 SPCC에서는 올해부터 인분용 봉투 8,000개를 준비해 등반가들에게 1인당 2개씩 나누어 줄 것이라고 했다. 휴대용 용변통 사용은 아콩카과, 데날리, 남극 등 유명 등반·탐사 대상지에서 법제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에베레스트에서도 일부 대행사는 자발적으로 휴대용 변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부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는 개인이 갖고 내려온 휴대용 용변통을 확인한다는 것인데, 이게 실제로 가능할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대행사는 고소캠프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고 모은 용변을 헬리콥터로 갖고 내려오는 방안을 추천하기도 했지만, 이는 더 큰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떻게든 갖고 내려온 용변을 최종 처리하는 방법이다. 현재까지는 에베레스트에서 가장 가까운 거주지인 고락셉, 로부체 두 마을에 큰 구덩이를 파고 그곳에 용변과 음식쓰레기를 파묻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쿰부빙하 오염 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