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TKG태광 후계자 30살에 모체 ‘한 축’ 부상…위대한 유산
2010년 1인 지주회사 ‘㈜정산’ 중심 계열 재편
2013년 박주환 태광 6%→39%…자산양도 대가
박연차 창업주 휴켐스 330억 증여주식도 한몫
2006년 7월, 글로벌 1위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NIKE) 신발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TKG(옛 태광실업)그룹이 인수합병(M&A)에 필이 꽂혔다. 사업 다각화에 부쩍 열을 올리던 때로, 국내 질산 생산 1위 업체 TKG휴켐스가 시작이었다.
기대대로였다. TKG휴켐스는 본업인 신발사업의 핵심 TKG태광 다음으로 TKG의 간판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화학 분야의 중추로서 매출(별도)이 2006년 3010억원에서 2022~2023년 1조원대로 성장했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은 934억~1400억원이다. 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적은 재작년(9.5%) 한 번 뿐이다.
의도대로였다. 고(故) 박연차(1945~2020) 창업주가 대가 없이 장남이자 후계자인 박주환(41) 현 회장의 수중(手中)에 쥐어준 알짜 TKG휴켐스 주식은 2대 승계기반을 마무리 짓는데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박주환 경영 데뷔…지분승계 매듭 신호탄
박 회장이 모체이자 지주격인 TKG태광에 입사, 본격적으로 가업 경영에 데뷔한 때는 2010년 1월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창업주의 TKG 2세 지분승계를 마무리 짓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신호탄이었다.
창업주(79.07%)에 이어 박 회장이 2대주주로서 TKG태광 지분 9.3%(2010년 말)를 소유하고 있던 때다. 1단계 승계 카드인 신발 자재 수출업체 ‘㈜태진(泰進)’을 지렛대로 2005년 11월 주주(4.57%)로 등장한 뒤 추가로 확보한 지분이다.
‘[거버넌스워치] TKG ③편’에서 얘기한 대로. 2010년 11월 정산CC 운영업체 정산개발은 골프장 외의 투자부문을 ㈜정산(신설)으로 떼어냈다. 인적분할(주주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 배정) 방식으로 쪼갠 까닭에 박 회장은 두 곳의 지분을 각각 100% 보유했다. 신발 사출금형 업체 태광엠티씨도 1대주주(87%․정산개발 33% 포함)로 있던 시기다.
박 회장은 한 달 뒤 태광MTC(55%) 개인지분과 ㈜정산 신주를 맞바꿨다. ‘④편’에서 상세히 다뤘지만, 창업주가 TKG휴켐스 지분 4.01% 330억원어치를 태광MTC에 무상증여했던 것도 이 때다. 이듬해 11월에 가서 박 회장은 정산개발(100%) 지분 또한 ㈜정산 신주와 교환했다.
박 회장을 정점으로 1인 지주사 ㈜정산(100%)→태광MTC․정산개발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체제가 갖춰졌다. ㈜정산은 2개 자회사 말고도 TKG태광 지분 4.26%, TKG휴켐스 6.17%도 보유했다.
TKG태광은 2010년 정산개발이 85억원을 주고 사들인 뒤 기업분할을 계기로 ㈜정산으로 넘긴 주식이다. TKG휴켐스 또한 2006년 7월 TKG가 TKG휴켐스를 인수할 당시 정산개발이 참여해 갖고 있던 지분이다. 여기에 태광MTC 수증주식(4.01%)까지 합하면 TKG휴켐스 주식은 10.17%나 됐다.
1인 지주사 전 자산 넘긴 대가 1400억
2013년 11월 마침내 일을 벌였다. ㈜정산이 태광MTC를 흡수합병했다. 뒤이어 한 달 만에 ㈜정산은 모든 사업부문을 TKG태광에 양도했다. 총자산 4150억원(2012년 말 ㈜정산 연결)에 자기자본이 642억원에 이르던 때다. 대가로 받은 액수가 1400억원에 달했다.
‘[거버넌스워치] TKG ④편’에서 상세히 언급한 TKG태광 계열과 내부거래 충만했던 태광MTC의 신발 사출금형 알짜 사업부문과 2개 해외 생산공장 태광비나MTC․베트남묵바이, 자회사 정산개발, 여기에 TKG휴켐스 주식까지 죄다 넘겼으니 그럴 만 했다.
TKG휴켐스 주식가치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전체 양도가액의 85%인 1190억원(주당 2만8680원)에 달했다. 취득가액 605억원(주당 1만4500원)의 2배에 해당한다. TKG휴켐스의 기업가치가 ‘레벨-업 된데 기인한다.
한데, 양수도 지급 방식은 현금이 아니라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졌다. TKG태광이 발행한 신주가 전체 발행주식의 50%나 됐다. ㈜정산의 TKG태광 지분은 4.26%에서 32.94%로 수직 상승했다.
당시 30살의 박 회장이 개인지분 6.51%를 합해 TKG태광 39.46%를 자신의 지배 아래 뒀다는 뜻이다. 2014년 4월에 가서는 ㈜정산을 청산, 아예 직접 소유했다. 반면 창업주는 79.07%에서 55.39%로 축소됐다. 박 회장이 부친에 버금가는 TKG태광의 지배주주로 부상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후계자의 나이 10대 후반 때부터 손을 댄 2대 승계작업은 2세 개인회사 ㈜태진, 정산개발, 태광MTC를 지렛대로 해외 생산공장까지 활용한 손쉬운 내부거래와 알짜 계열사 주식까지 얹어주는 치밀함을 보이며 의도대로 매듭지어졌다는 의미다.
창업주의 유산(遺産)이 달리 위대했다고 달리 얘기하는 게 아니다. 2대 경영자 박 회장의 TKG태광 지분은 이로부터 6년이 지난 2020년 11월에 가서야 비로소 변화가 생긴다. 그 해 1월 창업주의 갑작스런 작고에서 비롯됐다. (▶ [거버넌스워치] TKG ⑥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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