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실적 없는 회사 인수해 서울 부동산 취득…법원 "중과세 정당"

"인수 회사, 휴면법인 아냐"…취득세 중과세 부과에 소송
법원 "인수 전 부동산 개발사업과 무관…사업실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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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부동산 개발사업 실적이 없던 회사를 인수해 업종을 바꾸고 5년 이내에 대도시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취득세 중과세 대상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부동산 신탁회사 A 사가 서울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사는 B 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2016년 11월 B 사를 인수했다. 업종은 부동산개발업으로 변경하고 상호도 바꿨으며, 등기임원 절반 이상이 교체됐다. 2017년 7월에는 C 사가 A 사로부터 B 사를 인수했다.

이후 B 사는 2019년 2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을 사들이고 취득세 22억6044만원을 납부했다.

영등포구는 2019년 4~11월 B 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가산세를 포함한 취득세 33억5373만3120원을 부과했다. B 사는 지방세법에 따른 '휴면법인'으로, 인수된 후 5년 이내에 대도시 내 부동산을 취득해 취득세 중과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휴면법인이란 법인 인수일 이전 2년 이상 사업 실적이 없고, 인수일 이후 1년 이내에 인수법인 임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한 법인을 말한다.

A 사는 2020년 2월 B 사와 신탁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B 사가 사들인 영등포구 토지에 새로 건물을 올렸다. 영등포구는 위탁법인인 B 사가 휴면법인에 해당한다며 취득세 중과세율을 적용, 취득세 및 가산세 7억9806만3590원을 부과했다.

A 사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기각돼 소송을 냈다.

A 사는 "B 사는 2차 법인 인수일인 2017년 7월 기준 이전 2년 동안 부동산개발업을 위한 다양한 사업 활동을 했으므로 사업 실적이 없던 휴면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차 법인 인수일인 2016년 11월 기준으로 휴면법인 여부를 판단한다 해도 그 이전 2년 동안 사업 활동을 했으므로 휴면법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차 법인 인수 이전 2년간 정상적으로 사업 활동을 영위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 실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1차 법인 인수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이내에 대도시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지방세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 A 사 청구를 기각했다.

사업활동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B 사는 1차 법인 인수 이전까지 컴퓨터 시스템 및 관련기기 판매업 등 부동산 개발사업과 무관한 목적사업을 영위했다"며 "A 사는 1차 인수 전 미리 B 사의 명의만을 빌려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사업 실적으로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A사는 B 사 인수 전에 이미 부동산을 매입해 개발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있었는데도, 사업 실적이 없었던 B 사를 뒤늦게 인수하는 형식을 취하고 사업 활동을 영위한 것처럼 외관을 형성해 법인 설립 후 대도시 내 부동산 취득에 따른 중과세 규제를 회피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