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충격" 도쿄돔 쇼크 1주년, 한국 야구 얼마나 달라졌나[SC핫포커스]

나유리 2024. 3.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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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도쿄라운드 경기가 열린 도쿄돔 전경.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약 1년전인 2023년 3월 9일.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 호주를 상대로 7대8로 무릎을 꿇었다. 도쿄돔 쇼크 그후 1년. 한국 야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호주전 패배는 단순한 1패 그 이상의 충격이었다. 그동안 호주는 야구 변방국으로 분류됐었다. 프로 리그인 ABL이 2010년 창설됐지만, 최근까지도 아마추어 성격이 좀 더 짙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에서 야구는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 워낙 다양한 생활 스포츠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답게, 야구 역시 '할 수 있는 여러 스포츠 중 하나'라는 인식이 크다. 그중에 특출난 재능을 갖춘 일부 선수들이 미국 마이너리그에도 도전하고, 일본이나 KBO리그에 이적했으며 리암 헨드릭스(보스턴 레드삭스)처럼 메이저리거로 성공한 희귀 사례도 탄생했다.

당연히 국제 대회에서의 존재감도 뚜렷하지 않았다. 지난해 WBC 한국 대표팀의 첫 상대로 호주가 결정됐을 때도 막대한 위압감은 적었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경계 정도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호주를 상대로 한국 대표팀은 예상 외의 난전을 펼쳤다. 호주 타자들은 만만하지 않았고, 한국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3방이나 터뜨렸다. 반면 피지컬에서부터 압도하는 호주 투수들은 정교함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속구를 뿌리며 연신 위기를 넘겼다. 호주전 7대8 패배는 세계 야구의 전반적인 수준이 상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한국 야구가 리그 안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그리고 호주전 패배 여파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채 일본전 4대13 완패로, 더 벌어진 한일 야구 격차를 절감했다. 체코전, 중국전 승리는 전혀 위안이 되지 못했다. 야구 대표팀은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스포츠조선DB

진짜 비상등이 켜졌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다.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고, 요령이 부족하기도 했으며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난관이 많았으나 프로의 세계에서 이 모든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특히 격차가 더 멀어진 일본이 결승전에서 '최강' 미국까지 꺾고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면서 자존심에 금이 갔다.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았지만, 다시 결단을 내려 전임 감독제를 채택했다. WBC 이후 열린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는 20대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연령 제한이 걸린 대회들이기도 했지만, 와일드카드도 30대 선수에게는 쓰지 않았다. 대표팀의 세대 교체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제는 우리도 정말 국제용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도쿄돔 참사 후 1년. 여전히 한국 야구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20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올해 11월에 열릴 프리미어12와 2026년초에 열릴 WBC가 진정한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KBO는 WBC 이후 전임 감독제 부활과 더불어 적극적인 친선 경기 유치, 장기적인 대표팀 성장 플랜 등 일관성 있는 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한다.

류중일 야구 대표팀 감독. 스포츠조선DB

환경적으로 한국은 가장 불리한 여건이다. 일단 현재 시점 기준으로, 국제 대회를 유치할만 한 구장 자체가 없다. 곧 메이저리그 팀들이 방문할 유일한 돔 구장인 고척스카이돔도 '반쪽짜리 돔'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 수 아래라 평가받던 대만은 최근 최신식 대형 돔구장 타이베이돔이 개장했고, 프리미어12, WBC 등 언제나 국제 대회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마땅한 구장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였고, 실제로 대회를 열고싶어도 흥행을 보장할만 한 환경이 전혀 갖춰져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늘 해외 훈련을 떠나고, 해외로 이동해 경기를 치러야 한다. 하물며 국가대표 친선 경기조차 '그냥 이벤트성으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는 단순한 접근이 안된다.

하지만 이런 환경적인 문제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메달의 색깔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야구처럼 세계적으로도 프로 리그가 극히 드문 스포츠일 수록 국제 대회 경쟁력이 곧 자국 리그의 레벨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국제 대회 성적 부진이 곧 리그 자신감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미 수차례 겪어서 확인했다. 일본의 경우, 세계 랭킹 관리 등 국제 대회 성적을 통해 꾸준히 자국 리그의 레벨을 끌어올리는데 혈안이 돼있다. 한국이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다.

지난해 WBC 대표팀에 참가했던 한 선수는 "대회 결과가 처음부터 끝까지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나 자신에게는 정말 많은 공부가 됐다.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한국야구의 경쟁력 확인은 곧 한국야구 뿌리의 힘을 키우는 근간이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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