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주인 구한 돌봄 로봇

정윤경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4. 3.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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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돌봄 로봇의 활약으로 쓰러진 노인이 구조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대전 동구에서 혼자 살고 있던 노인이 협심증으로 쓰러지면서 돌봄 로봇의 인공지능 스피커에 살려달라고 외쳤고, 이것이 119 구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돌봄 로봇의 활용이 초고령화 사회의 노인 돌봄과 관련된 도전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많은 기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돌봄 로봇을 우리가 직면한 노인 돌봄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돌봄을 축소 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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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얼마 전 돌봄 로봇의 활약으로 쓰러진 노인이 구조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대전 동구에서 혼자 살고 있던 노인이 협심증으로 쓰러지면서 돌봄 로봇의 인공지능 스피커에 살려달라고 외쳤고, 이것이 119 구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주인을 구한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종종 듣지만 요즘은 그 자리를 집안의 로봇이 대신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인구 고령화와 4차 산업의 발전은 'Gerontech'(제론테크·노인을 뜻하는 Geronto(제론토)와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테크놀로지)의 합성어)라는 새로운 산업영역을 만들어 냈다. 특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기술 등 4차 산업의 주요 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한 돌봄 로봇은 제론테크의 핵심 분야다. 돌봄 로봇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신체적 지원, 정서적 지원, 일상생활 지원 등을 제공하는 로봇 기술이 활용된 기계를 말한다. 이제 로봇의 역할은 더 이상 공장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빠르게 부품을 조립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로봇은 노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위험을 감지하여 도움을 요청하고, 식사와 약을 챙겨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간단하게나마 대화 상대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가정이나 요양시설에서 돌봄 로봇의 사용이 노인들의 우울증이나 외로움과 같은 정서적 어려움이나 인지장애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돌봄 로봇의 활용이 초고령화 사회의 노인 돌봄과 관련된 도전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많은 기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로봇이 인간에 의한 돌봄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로봇에 의해 돌봄이 완벽히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 증에 하나는 윤리적 문제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인 로봇 윤리는 로봇이 인간에게 돌봄을 제공할 때 지켜져야 윤리적 지침을 의미한다(산업통상자원부·한국로봇산업진흥원·로봇신문). 로봇은 노인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모니터링 명목으로 사생활이 부적절하게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생활 보호의 원칙, 인적 사항이나 질병 상황 등 개인정보는 엄격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 노인이 로봇과 비합리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원칙 등이 로봇 윤리에 포함된다. 이러한 원칙들은 일견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봇 기술의 특성상, 관리와 모니터링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정보를 통제하게 되면 노인의 결정권이나 자율성 침해의 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다. 특히 기계 조작이 어려운 노인들의 경우 더욱 이러한 문제에 취약하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돌봄의 본질은 무엇이며 돌봄에 대해 로봇에게 어디까지 기대하는 것이 안전한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돌봄은 본질적으로 돌봄을 받는 쪽과 돌보는 쪽이 성립하는 관계에 기반하며, 각자의 상황이라는 맥락 속에서 상호작용을 수반한다. 우리보다 앞서 요양시설에 로봇을 도입한 일본의 상황에 대한 'MIT Technology Review'(엠아이티 테크놀로지 리뷰)의 작년 기사는 로봇의 기계적인 대응은 노인들의 복잡하고 개별적인 요구를 다루기에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돌봄 로봇을 우리가 직면한 노인 돌봄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으로 삼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돌봄을 축소 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로봇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나 기대는 노인에게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삶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돌봄에 영역에 로봇을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보다 노인 중심적이고 주의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정윤경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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