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변비가 심하다면 ‘선천성 거대결장’ 의심해보세요[경희대병원 명의토크]

경희대병원 소아외과 장혜경 교수 2024. 3.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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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장이 정상적으로 운동하려면 태아 발달과정에서 신경절세포가 장의 모든 부분 즉, 장의 말단 부위인 직장까지 분포해야 한다. 만약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장운동이 정상적이지 못하면, 가스와 대변이 장 내부에 그대로 머무르게 되고, 장 상부가 심하게 늘어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장 폐쇄질환을 ‘선천성 거대결장’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선천성 거대결장은 신생아 시기에 구토 및 수유 곤란, 복부팽만, 태변배출 지연, 심하면 소장 결장염에 따른 패혈증으로 증상이 발현하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수월한 편이다.

경희대병원 소아외과 장혜경 교수



하지만 신경절세포가 분포하지 않는 장의 길이가 짧을 경우는 유의해야 한다. 태변 배출이 약간 늦어지는 정도로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신생아 시기를 지나 영유아 시기에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기 영유아가 심한 변비나 잦은 장염에 시달리고, 배가 많이 불러있다면 선천성 거대결장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진단은 엑스레이나 조영술로 대장에 가스가 차 있는지, 장이 늘어나 있는지 확인한다. 증상이 확인되면 항문 근처 조직을 떼어내 현미경으로 신경절세포가 있는지 조직 검사를 진행한다. 선천성 거대결장을 진단받았다면,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전신마취 후 신경절세포가 없는 부위를 절제하고, 신경절세포가 정상적으로 분포하는 부분을 항문 쪽과 연결해 장의 운동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킨다. 대부분 항문에서 정상 부위까지 길지 않기 때문에 항문을 통해 수술이 가능하다. 항문을 통한 수술은 흉터가 없고 회복 시 통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필요하면, 복강경 수술로 장이 항문까지 잘 닿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복강경 수술은 복부 상처가 작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 전 장염이 심하면 항생제 투여나 관장 등 처치를 통해 장염을 먼저 낫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도 장염이 호전되지 않고 환자의 전신 상태나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 복부에 임시 장루를 만드는 수술을 먼저 시행하기도 한다. 드물지만, 신경절세포가 없는 장의 길이가 너무 긴 경우에도 장루를 우선적으로 만들고, 아이가 좀 더 자란 후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 후 잘 회복하면 아이가 정상적으로 건강하고 튼튼하게 잘 자라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제때 수술 받지 않으면 잘 먹지 못하고, 영양 상태 악화로 적절한 성장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장염으로 배가 아파 고통스럽고 심하면, 배가 너무 불러 숨쉬기도 힘들어할 수 있다. 장염이 악화되면 패혈증에 이르고, 이는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천성 거대결장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경희대병원 소아외과 장혜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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