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해결사’ 이지아 “이혼이 오점은 아니잖아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3. 1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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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김사라 역을 연기한 배우 이지아. 사진 BH엔터테인먼트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수지니 역을 연기한 이후 17년. 배우 이지아는 1~2년에는 꼭 한 작품씩, 그것도 사이즈가 큰 작품을 여럿 연기했고 예능과 라디오에도 부지런하게 나왔지만, 아직도 ‘신비롭다’는 프레임에서 크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JTBC 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에 출연했다. ‘이혼 해결사’라는 직업의 김사라를 연기했는데, 이 ‘이혼’이라는 키워드가 많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모두 알다시피 2011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가수 서태지와의 이혼 소송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러한 큰 사건들의 여파인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이지아와 ‘이혼’을 의미심장하게 결부하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연기는 연기, 캐릭터는 캐릭터, 메시지는 메시지다. 힘든 촬영 끝에 그래도 JTBC 수목극 중에서는 의미 있는 성적을 낸 그의 표정은 후련해 보였다.

JTBC 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김사라 역을 연기한 배우 이지아.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뻤죠. 원래 수목드라마가 없다가 생겼다고 들었거든요. 거기에 역대 수목드라마 사상 시청률 2위라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좋게 평가해주시는 기사도 많았고요. 밝은 캐릭터를 한 것도 의미가 있었어요. 발차기로 전남편을 응징하는 모습이 있는데, 발차기는 한동안 안 해서 안 올라갔어요.(웃음) 다시 예전의 실력을 불러서 나오는 장면이 될 수도 있어 준비했었죠.”

극 중 김사라는 밝은 캐릭터다. 에너지도 있고, 패기와 배짱도 있다. 털털함도 있는 인물이지만 그의 사연은 만만치 않다. 전 남편 노을성(오민석) 때문에 교도소에도 들어갔고, 친엄마가 그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게다가 막판 두 사람의 아이를 남편이 납치해 협박의 근거로 쓰기도 한다. 밝은 캐릭터와는 맞지 않는 ‘암울한’ 서사다.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오네요. ‘펜트하우스’의 심수련도 그렇고, ‘판도라’의 홍태라도 그렇고요. 저는 평범하고 소소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늘 서사나 감정이 크거나, 삶의 기복이 큰 부분이 많아요. 들어오는 시나리오 중에 고르는 부분이라 어떻게 할 수 없네요.(웃음) 작고 소소하고 평범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 인터뷰를 써주세요.”

JTBC 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김사라 역을 연기한 배우 이지아 출연장면. 사진 JTBC



함께 호흡을 맞춘 동기준 역 강기영의 캐스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이 있었다. 실제로 강기영은 출연 이후 자신의 많은 부분을 상대역인 이지아가 깨 내어줬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실제로 누나인 이지아는 강기영에게 현장에서 “애정있게 바라보라고, 인마”라고 말할 정도로 살갑다.

“작품에 일찍 합류했어요. 작가님이 저를 놓고 쓰셨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였죠. 남자 배우들의 후보 이야기를 듣는데 강기영씨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일정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일정도 점검하고 그랬습니다. 기영씨의 작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포함해 많이 봤어요. 참 열심히 하고, 정 있고, 감각이 있는 친구라고 봤어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기준 캐릭터를 기영씨가 채워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죠.”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혼’이라는 소재가 이지아에게든, 시청자에게든 크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그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2016년 영화 ‘무수단’ 이후 첫 인터뷰를 ‘끝내주는 해결사’로 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이혼에 대한 생각부터 차분하게 밝혔다.

JTBC 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김사라 역을 연기한 배우 이지아 출연장면. 사진 JTBC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봐 주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인공지능이 특이점도 만드는 2024년이잖아요. 이혼이 큰 오점이 되는 그런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도 합리적으로 봐야 하지 않나. 그에 대해 환기할 수 있는 역할이 저희 드라마가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내가 행복해지고 싶어 택하지만 돌아갈 수도 있는 거고요. 결혼을 안 하신 분들은 선택하고 싶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럴 수 없는 일도 있다고 봐요. 사회적인 시선에서 이혼을 오점으로 보면 불합리한 거죠. 그래도 많이 깨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상대적으로 무표정한 경우가 많았던 사라 역 때문에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역시 ‘신비주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지아가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는 프레임. 이제 한창 전성기를 달리는 배우에게 이는 무엇보다 답답하다. 하지만 그의 어조는 차분했다.

“몇 개의 연기력 논란 기사를 봤어요. 어떤 기사의 경우에는 헐뜯기 위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이전 캐릭터의 경우에는 감정이 배제된 인물이라 그런 부분일 수 있는데, 이번에는 다채롭게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평가는 아쉬울 때가 있죠.”

JTBC 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김사라 역을 연기한 배우 이지아.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최근 신동엽의 유튜브 채널 ‘짠한형’에 출연한 그는 부끄러움에 과음하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밝고 소소한 작품 또한 언젠가 ‘SNL 코리아’처럼 코믹 연기를 할 기회도 엿보고 있다. 일단은 두 작품을 연달아서 했기에 휴식을 취하고, 또 한 번 멋진 도전에 나설 각오다.

“소소한 행복의 캐릭터,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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