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가벼워 더 위험한’…입원 환자의 덫 ‘섬망’

김현경 2024. 3. 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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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이는 증세는 치매와 비슷하지만 치매는 아닙니다.

치매보다 증상이 가볍지만 그래서 되레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바로 섬망이란 증후군입니다.

김현경 기자가 섬망의 위험성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입니다.

150명 정도의 환자가 입원해 있습니다.

낮엔 비교적 상태가 양호합니다.

["칼을 쓰면 칼로 망한다. 이걸 표현한 거예요. (할머니 너무 똑똑하시다)."]

하지만 밤엔 사정이 달라집니다.

["아까 전에 왜 소리지르셨어요? 왜 이렇게 자꾸..."]

그러나 이내 멀쩡해집니다.

그러다가도 몸에 통증이 있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또 그럽니다.

["아가야! 아가야! (아이고)."]

장소가 바뀌어도 증세가 나옵니다.

[섬망 증세 노인 보호자 : "제주도에 가족 여행을 갔는데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바다를 보면서 '저기 전쟁이 났다고, 포를 쏘고 함선이 왔다 갔다 한다고' 막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당황했죠. 이게 무슨 소린가."]

일시적인 인지 장애.

섬망입니다.

뇌가 일시적으로 고장나는 증후군입니다.

입원환자 다섯 중 한명이 겪을 정도로 흔한 증후군입니다.

증상은 다양합니다.

[김기주/선한빛요양병원 원장 : "대표적인 증상이 환시라고 해서 조상님이 보인다든가 벌레가 꿈틀거린다든가 피해 망상적인 증상이 같이 호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도 다양합니다.

약을 잘못 먹었거나 큰 수술을 받은 뒤의 후유증 다른 신체기관에 문제가 있을 때도 올 수 있습니다.

잠이 부족하거나 급격히 환경이 변해도 생길 수 있습니다.

[정희원/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 "섬망은 본인이 견딜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특히 중추 신경계, 그러니까 두뇌의 취약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스트레스의 증상이 겉으로 섬망으로 불거져 나오는 거고요."]

증세가 나타났다 곧 사라지는 일시적인 특성을 보이는 게 치매와 다른 점입니다.

섬망을 치료하는 방법은 그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는 겁니다.

문제는 나타나는 요인이 워낙 다양해서 그 원인을 단박에 찾기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증세가 가벼운게 되레 독이 되기도 합니다.

이내 좋아진단 이유로 상태를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섬망 증세 노인 보호자 : "이게 제일 곤란한 게요 치매 하고 구별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치료법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헤맨 시간이 참 길었던 것 같아요."]

방치하다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밤에 섬망이 잘 오기 때문입니다.

[김기주/선한빛요양병원 원장 : "안타깝게도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대다수는 보행장애가 동반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히나 섬망 증상이 야간에 발생해 밖으로 나오시는 경우에는 낙상 같은 문제들이 생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또 섬망이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희원/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 "어르신들이 갑자기 이치에 맞지 않는 말씀을 하신다거나 또는 의사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하면 사실은 그때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는 게 맞고요."]

섬망 증상이 있다면 먹는 약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면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해야합니다.

가족들이 옆에 있으면 증세가 나아지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섬망 고위험 환자들을 발굴해 집중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치매만큼 체계적인 치료 매뉴얼을 보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김현경 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 정민욱/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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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기자 (hk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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