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도 부익부 빈익빈"…부자는 PB, 서민은 각자도생?[ELS, 그 후]③

신건웅 기자 2024. 3. 1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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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지점 줄이지만…슈퍼리치 자산관리지점은 확대
투자 정보도 양극화…"부자는 전담 PB, 일반인은 유튜브·정보방 의존"

[편집자주] 홍콩증시의 끝 모를 추락으로 촉발된 ELS 사태로 온 나라가 시름하고 있다. 막대한 손실에 소비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막대한 배상 책임을 떠안게 된 은행도 죽을 맛이다. 지난 20년간 재테크 상품이 대중화되면 결국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졌고 그때마다 간접투자상품 시장이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공모펀드 시대가 그렇게 저물었고 이번에는 ELS마저 사라질 위기다. 은행들의 ELS 판매 중단이 능사일까. 은행의 '재테크 도우미' 역할은 어떻게 재정립돼야할까.

ⓒ 뉴스1DB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 사업가인 A 씨는 요즘 은행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를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다. 자녀에게 빌딩 증여를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PB가 부동산과 주식 투자, 금융상품 소개는 물론 세금, 상속 증여 컨설팅을 담당해 준다. 심지어 여행과 교육 등 각종 대소사까지 도맡아 한다.

# 직장인인 B 씨는 틈만 나면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출근 후 사무실에서도 매매한 주식이 오르는지, 관련 산업 동향이 어떤지 알아보기 바쁘다. 가입돼 있는 재테크 단톡방에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의 상품이 소개되면 소액이라도 비대면으로 가입한다. 출·퇴근길에는 유튜브로 주식 공부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투자 세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액 자산가는 전담 PB가 붙지만, 소액투자자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다. 유튜브나 정보방을 기웃거리고, 스스로 투자할 곳을 정해야 한다.

공모펀드에 이어 주가연계증권(ELS)까지 대규모 손실로 재산 형성을 위한 간접투자상품 시장은 점점 위축되면서, 각자도생의 직접투자로만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점 줄이는 은행·증권사…"'슈퍼리치'만 특급 대우"

은행과 증권사들이 지속해서 지점을 줄이고 있지만, 슈퍼리치들이 이용하는 고액자산가 전용 점포는 확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점 수(출장소 제외)는 2643개로, 1년 전(2736개)보다 100여개 줄었다. 지방은행권도 지난해 지점을 641개에서 635개로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디지털 소외계층 등을 고려해 점포 폐쇄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면서 축소세는 한풀 꺾였지만,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의 보편화에 지점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증권사 역시 지속해서 오프라인 지점이 사라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지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55개다. 1년 전(812개)보다 57개나 문을 닫았다. 2010년 말(1798개)과 비교하면 1000곳 넘게 감소했다.

반면 지점 축소 속에서도 문을 연 곳이 있다.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프리미엄 점포다. 단순 종목 추천을 넘어 절세, 상속·증여 등 고객의 전반적인 종합자산관리가 주목적이다.

당장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특화 점포를 기존 6개에서 오는 2026년까지 2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서울 반포동과 도곡동에 30억원 이상 자산가가 이용하는 'KB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 지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PIB센터 1개(강남)와 패밀리오피스 센터 2개(서울·반포)를 포함한 25개의 PWM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자산관리컨설팅센터'를 신설하고, 올해 1월 지난달 여의도에 PB센터를 새로 오픈했다.

증권사도 슈퍼리치 영업에 적극적이다. 삼성증권은 강남구 테헤란로에 패밀리오피스 전담 지점인 'SNI 패밀리오피스센터'를 열었고, 신영증권은 최근 부산 해운대에 고액자산가 전용 매장인 'APEX프라이빗클럽'을 이전 오픈했다. NH투자증권은 프라이빗뱅커(PB)본부·WM사업부를 통합한 PWM사업부를 신설했다.

일반 고객들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슈퍼리치'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덕분에 고액자산가는 투자 상품을 주식은 물론 부동산과 해외 자산까지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와 ELS 시장이 위축돼도 부자들은 아쉬운 것이 없다"며 "금융사가 밀착마크를 통해 그들만의 세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100억 원 미만인 자산가는 41만 6000명, 100억~300억 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3만 2000명, 300억 원 이상의 초고자산가는 9000명이다.

ⓒ 뉴스1DB

◇ 부자 아니면 투자도 어려워…"유튜브·정보방에 의존"

고액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투자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다. 예·적금부터 주식투자, 펀드, 코인까지 혼자 결정하고 투자해야 한다. 그나마 유튜브와 정보방이 투자 선생님이다.

문제는 그동안 시대를 풍미했던 재테크 상품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공모펀드에 이어 ELS까지 시장이 위축됐다. 고위험을 감수하고 코인이나 해외 주식에 투자하거나, 확정금리인 예·적금으로 쏠리는 이유다. 재테크도 양극화되고 있다. 그 사이 '중위험·중수익'을 바라는 투자자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비대면 가입 통로만 확대되고 있다. 스스로 금융상품을 공부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라는 뜻이다. 불완전판매 이슈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판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일반인들이 재산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자와 달리 정보접근성이 떨어지고, 가입조차 힘들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를 무조건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마저 금융상품을 안 팔면 금융취약층은 아예 기회가 없는 것 아니냐"라며 "재테크에서 서민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신 고객의 수익률에 비례해서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동안 은행과 증권사의 핵심성과지표(KPI)는 판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익률이야 어떻든 많이 팔면 성과를 높게 받는 방식이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투자상품을 팔되, 수수료를 판매가 아닌 고객의 이익에 비례해 책정해야 한다"며 "그래야 건전하게 발전하고, 장기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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