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樂카페]흑백 갈등 녹여낸 美대중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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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악계는 이를 위업으로 치켜세우며 곡이 갖는 장난스런 재미와 수려한 사운드 그리고 비욘세의 탁월한 가창에 따른 결과로 풀이하지만 무엇보다 흑인음악에 흐르는 백인 컨트리 요소라는 기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제 힙합이 그렇듯 백인이 흑인음악을 구사하는 것은 뉴스도 되지 않을 만큼 흔하다.
왜 비굴하게 흑인들을 억누르는 백인의 음악을 하는 거냐는 질문에 그는 "단지 컨트리가 좋아서"라고 잘라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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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악계는 이를 위업으로 치켜세우며 곡이 갖는 장난스런 재미와 수려한 사운드 그리고 비욘세의 탁월한 가창에 따른 결과로 풀이하지만 무엇보다 흑인음악에 흐르는 백인 컨트리 요소라는 기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몇 개월 전 정상에 올라 현재도 상위권 순위를 지키고 있는 백인 컨트리 가수 루크 콤스의 ‘고속자동차’(Fast car)가 지난 1988년 흑인 여가수 트레이시 채프먼이 쓰고 부른 곡을 리메이크한 것과는 인종적으로 반대의 흐름이다. 하지만 흑백의 공존과 결합의 차원에서 그 유산은 반대가 아니라 같다.
1950년대부터 인종 차(差)로 분화한 장르들이 정착되어 팝, 컨트리, 블루스, 재즈 그리고 로큰롤이란 ‘장르’는 거의 보통명사로 인구에 회자됐다. 이 장르들은 나름의 분명한 정체성과 혈통을 지니지만 결코 따로 떨어져있지 않고 대중문화가 보여 온 자유롭고 풍요로운 결합에 의해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 그 무렵 아무리 세상이 흑백갈등과 대치로 치달아도 음악만은 서로 섞일 줄 알았다.
블루스가 기반이지만 컨트리를 끌어들인 음악, 이른바 ‘회색’의 로큰롤이 등장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로큰롤의 왕’이란 타이틀로 몸소 그 상징이 됐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흑인 블루스, 가스펠이 컨트리와 만난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1960년대 영국에서 온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에 의해 로큰롤은 록이란 줄임말로 일세를 풍미했다. 록은 결국 흑백 케미의 산물이다.
영미 대중음악의 자랑은 비록 정치사회적으로는 흑인을 차별하고 탄압했지만 음악적으로는 이처럼 백인음악가 상당수가 흑인음악의 매력에 빠져들어갔다는 사실에 있다. 1960년대부터 유행한 용어인 ‘블루아이드 소울’은 백인이 하는 흑인 소울음악을 가리킨다. 이제 힙합이 그렇듯 백인이 흑인음악을 구사하는 것은 뉴스도 되지 않을 만큼 흔하다. 반대로 흑인이 백인음악을 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1960년대 초반 흑인음악의 전설 레이 찰스는 주변 흑인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존 컨트리송인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I can’t stop loving you)를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왜 비굴하게 흑인들을 억누르는 백인의 음악을 하는 거냐는 질문에 그는 “단지 컨트리가 좋아서”라고 잘라 응수했다. 사실 애당초 미국의 남부 민요는 블루스, 컨트리, 포크가 한 궤도 안에서 녹아 흐르는 혼합물이다. 비욘세의 신곡이 새삼 이 사실을 일깨웠다. 산업적으로 유리해서 장르의 독립과 분리가 활발해지면서 그 경계선을 넘는 ‘크로스오버’와 섞이는 ‘퓨전’이 더욱 의미 있는 키워드로 부상했지만 대중음악은 본래가 상호 친화하며 선린관계를 실천하는 흐름의 장이다.
재즈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는 “전쟁과 이념 그리고 정치로 갈라진 세상에 음악은 더욱 퓨전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흑인음악인 블루스에서 성장한 로큰롤과 재즈에 왜 금을 긋느냐는 의문을 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재즈음악에 일렉트릭 기타의 록 리듬을 끌어들여 만든 앨범을 여럿 발표했다. 그것을 음악계에선 ‘재즈 록 퓨전’으로 일컬었다. 이 트렌드를 줄줄이 밴드 시카고, 블러드 스웻 앤 티어스, 스틸리 댄 그리고 캐럴 킹이 따랐다. 모두 백인 음악가들이었다. 음악은 이처럼 인종 혈통 지역 계급을 따지지 않는다. 공평히 위로를 선사하는 위대한 음악의 힘이 여기 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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