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편지]시력 앗아가는 녹내장, 증세 없다는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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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3월 12일)은 '세계녹내장의 날'이고, 오늘부터 한 주는 '세계녹내장 주간'입니다.
2008년 세계녹내장협회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가 이 병의 위험을 알리고 빨리 진단받도록 해서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 제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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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1일ㆍ1612번째 편지
내일(3월 12일)은 '세계녹내장의 날'이고, 오늘부터 한 주는 '세계녹내장 주간'입니다. 2008년 세계녹내장협회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가 이 병의 위험을 알리고 빨리 진단받도록 해서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 제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2021년 환자가 100만 명이 넘었고, 급증하고 있습니다.
녹내장(綠內障)은 한자 뜻대로라면 눈동자나 시야가 뿌옇게 바뀌는 백내장(白內障)처럼, 눈동자나 시야가 녹색으로 바뀌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녹내장의 영어 '글로코마(Glaucoma)'는 고대 그리스어 'glaucoma'에서 유래했다는데, 기원전 370년 무렵 히포크라테스의 기록에서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흔한 눈병'으로 처음 등장합니다. 그리스의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 마이클 차소스 교수가 2007년 《영국안과학회지》(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glaucoma'는 '녹색, 진푸른색' 외에 '빛나다, 뜨거워지다,' '올빼미' 등 여러 뜻이 있어서 정확한 유래는 알 수가 없다고 하네요. 다만, 이 병명이 한자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녹색 눈병'이 돼 버렸습니다.
참고로, 녹내장과 관계 없는 '녹색 눈(Green Eye)'은 세계 인구의 2% 정도가 갖고 있는데 가장 아름다운 눈동자 색깔로 꼽힙니다. 홍채에 멜라닌 색소가 아주 적으면 녹색이 되고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사람에게서 많습니다.
녹내장은 대부분 눈을 촉촉하게 적시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눈물이 눈을 빠져나가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안압이 올라가면서 시신경이 손상돼 생깁니다. 동양인에게선 안압 수치는 정상 범위(10~21mmHg)인데도 녹내장으로 진행하는 환자가 정상안압 초과보다 훨씬 많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등의 병이나 눈의 구조적 이상 때문에 시신경이 손상받아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노인질환으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젊은 환자도 적지 않습니다.
눈의 해부학적 이상으로 눈을 보호하는 눈물, 즉 방수(房水)가 갑자기 막히는 '폐쇄각녹내장'은 극심한 두통, 구토 등이 생기지만 다른 녹내장은 대부분 증세가 없어서 '소리없는 시력 도둑'이라는 별칭까지 있습니다.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는데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규칙적 운동, 금연을 지키고 술과 카페인 음료를 멀리하는 것, 어두운 곳에서 고개 숙여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는 것을 피하는 것 등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입니다. 빨리 진단받으면 완치는 어려울지라도 약물 투여 또는 복용, 레이저치료, 수술 등으로 실명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녹내장학회에선 40대 이상이거나 △고혈압, 당뇨병, 혈액순환장애 △고도근시, 초고도근시 또는 원시 △녹내장 가족력 △눈을 다친 과거력이 있거나 △각막 두께가 얇은 사람 △6개월 이상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사람은 6개월에서 1년마다 녹내장 검사를 받으라고 권합니다.
이를 못 지키더라도 최소한 국민건강보험 검진을 받을 때 안압, 안저 검사를 추가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 '녹내장 의심'으로 나오면, 정밀 검사를 받으면 됩니다.
꼭 명심하십시오, 녹내장은 대부분 증세가 없습니다. 절대 눈동자 색깔이 녹색 비슷하게라도 안 바뀝니다. 많은 사람이 병이 너무 진행된 상태에서 안과를 찾지만, 일찍 발견하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실명으로 암흑세상에 들어갈 위험은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습니다, 대비하지 않는다면!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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