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준석 세월호 선장 “입이 열 개라도 유족들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물 나
유가족 얼굴을 어떻게 보겠나
못 할 일 했기 때문에 반성
퇴선 명령 안 한 것 잘못했다”
7일 오후 전남 순천교도소 대기실에 들어선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목사(67)는 긴장한 표정이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79)를 만나러 온 터였다. 이씨는 2015년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6년 만의 면회, 이씨가 응할지도 확실치 않았다. 장 목사는 대기실 의자에 앉지 못했다. 엄지손톱만 한 조약돌에 노란 리본을 달아 만든 목걸이를 연신 매만지며 서성였다. 10년 전 팽목항에서 한 생존 학생의 아버지가 만들어 준 목걸이였다.
장 목사는 2014년 6월부터 광주지법에서 열린 이씨의 재판을 보러 법원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연을 쌓아왔다. 유가족들과 함께 재판을 지켜본 그는 “양심선언을 듣고 싶어서” 이씨 등 선원 15명에게 편지를 썼다. 2018년 1월 이씨를 처음으로 면회한 후 옥중편지를 주고 받았다.
이씨는 그해 11월 장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많은 시간이 지나갔지만 지금도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짓고 항상 죄책감 속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하루도 지난날을 잊어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서신이 끊겼다. 장 목사는 이날 면회를 앞두고 “이씨로부터 ‘가족들과 국민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면서 “이씨가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얼마나 할까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마침내 이씨와의 면회가 성사됐다. 약 30분 뒤 교도소 정문 밖으로 나온 장 목사는 15분간 면회하면서 적어온 메모를 들여다보며 만남 내용을 전했다. 장 목사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됐으니 피해자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씨가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 가슴 아프게 한 분들을 있게 해서 나도 가슴이 아프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라며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물이 나온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면회를 온다면 응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내가 그분들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겠느냐. 얼굴을 본다고 할지라도 차마 할 말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내가 못 할 일을 했기 때문에 반성하고, 상처를 많이 주게 됐다. 그 상처를 위해 목사가 기도해주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
여든을 앞둔 이씨는 시력이 떨어지고 글을 쓰기 어려워 장 목사의 편지에 회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복역을 마친 세월호 선원 중 이씨를 찾아온 이는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장 목사에게 “목사가 보내준 책을 읽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말하는 것 같았다고 장 목사는 전했다.
6년 전 면회 때와 달라진 모습도 있었다. 장 목사는 “첫 면회 때는 이씨가 왜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얼버무렸는데 오늘은 질문에 (잘못했다고) 안정적으로 답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씨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했던 양심고백에는 미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015년 이씨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구조조치·구조의무 위반이 문제가 된 사안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선장 등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요구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장 목사는 “변한 것이 없다”라고 했다. 그는 “유가족들은 고통의 세월을 보냈지만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꼬리 자르기식으로 끝났다”라면서 “10주기를 맞아 국정원·기무사령부가 그간 기록한 것을 숨김없이 공개하도록 하고, 국가가 생명안전을 책임지도록 생명안전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 목사가 이씨를 찾아간 이유 역시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이 선장을 사회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선장과 선원들이 심정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진실이 있다면, 언젠가 밝혀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이씨를 계속 찾을 계획이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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