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규제진단] ②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정안 시행 코 앞... “공사비 치솟는데 미실현 이익 토해내라니”

이미호 기자 2024. 3.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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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인상 ‘분담금’에 ‘재초환 부담금’까지
“시장가격에 과세? 경제학에선 지양”
초과이익 계산 기준 놓고 논란

윤석열 정부 부동산 분야 국정 과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다. 투기 세력과 다주택자에 초점이 맞춰진 규제를 언제, 얼만큼,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정책의 방점이 찍힌 것이다.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출 및 세제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책 3가지를 꼽아 불합리한 점과 개선 방향을 찾아본다.<편집자 주>

부동산 업계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는 종종 ‘폭탄’으로 거론된다.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는 ‘대못 규제’라는 점에서다. 이 폭탄을 고스란히 맞은 대표적인 단지는 반포 주공1단지 3주구(래미안 트리니티원)다. 바로 맞은 편 1·2·4주구가 2017년 12월 27일 관리처분인가를 신청, 가까스로 재초환 폭탄을 피하면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욱 부각됐다. (정부는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면제키로 했다.) 반포 3주구 관계자는 “조합원 상당수가 이곳에 오래 거주하신 분들”이라며 “우리가 1·2·4주구와 다른 것이 있다면 재초환 부담금이라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의 모습./조선DB

이달 27일부터 기존보다 한층 완화된 내용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여전히 ‘완전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줄었는데, 여기에 초과이익까지 환수해버리면 사업 추진 동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 초과이익 산정 기준(계산법)이 일관성과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11일 국토교통부 전망치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이 되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 기준 67곳이다. 서울은 33개 단지로 평균 부과금액은 1억4500만원이다. 인천·경기는 27개 단지로 3200만원이다. 지방은 19개 단지로 640만원이다.

개정 전과 비교하면 대상 단지 수와 평균 비용이 줄었고 1주택자(20년 이상 장기보유자)에 한해 최대 70%까지 감면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대다수 조합들은 “애초부터 있어야 할 제도가 아니다”라고 토로한다.

◇ “공사비 계속 치솟을텐데”... 시장 달라졌는데 ‘대못’ 여전

부동산 업계 대다수 전문가들은 재초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단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실현 이익’이고, 가격 상승분에 과세를 한다는 점에서 경제학자들의 비판을 받는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경제학 박사)은 “재초환은 계속 필요한 제도는 아닌 것 같다.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학에서는 시장 가격을 기반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을 지양한다”며 “가격은 오르내림이 있기 마련인데 이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면 과세의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초과 이익의 정의나 규모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즉 매각 시점에 실제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돼야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와 겹치는 등 이중 과세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공공 택지, 재건축 및 재개발(정비사업), 민간 자체 도시개발사업 등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은 다양한데 정비사업에만 부과한다는 점에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민간 사업으로 공급된)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들어왔더라도 따로 분양가 대비 매매가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 팔 때 양도세만 내면 된다”면서 “내 집을 오래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팔기도 전에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최근 치솟는 공사비도 재초환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재초환은 2006년 노무현 정부때 도입됐다.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사회적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도한 시세차익 발생시 일정 부분을 정부에 반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시세차익이 실제로 발생할 지, 차익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재건축 조합원들은 분담금 부담에 더해 ‘재초환 부담금’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전년 동월(150.84) 대비 2.52% 상승한 154.64를 기록했다. 건설공사비지수가 154를 돌파한 것은 지수를 집계·공표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송파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 A씨는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초과이익까지 환수하면 사업 추진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용산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 B씨도 “2018~2021년처럼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던 시기라면 과도한 개발이익을 국가가 환수하겠다는 명분이 있지만, 지금은 거래가 줄고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에 폐지하는 게 맞다”고 했다.

재건축부담금 = [종료시점 주택가액-(개시시점 주택가액+정상주택가격상승분+개발비용)]×부과율

◇ 초과이익 계산, 신뢰성·명확성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재초환 단지는 스스로 계산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예상치’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각 조합은 부동산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산기를 통해 자체 추정한 결과값을 내게 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준공 시점에 우리 단지 초과이익이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 직접 추산해서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라며 “조합도 (추정값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낸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코미디”라고 했다.

초과이익 환수금은 재건축 준공 후에 평가한 집값(종료 시점 주택가액)에서 재건축 사업을 시작했을 때 집값(개시 시점 주택가액), 정상주택 가격 상승분, 개발 비용의 합을 뺀 값에 부과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이 가운데 정상주택가격 상승분을 산정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있다. 정상주택가격은 주택가액의 ‘정기예금이자율’ 또는 ‘평균주택가격상승률’ 가운데 높은 것을 적용한다. 여기서 평균주택가격상승률은 부동산원이 산정한 내용을 기반으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가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영등포구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부동산원은 2017~2021년 집값 통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심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라고 했다.

특히 서울의 평균주택가격상승률은 해당 단지가 소재한 구(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이에 같은 구라고 해도 아파트 단지마다 입지나 상품성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일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조합장은 “실제 평생 모아서 마련한 재건축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억 단위가 될 수도 있는 초과이익 환수금 산출 기준이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거냐”고 따졌다.

일각에선 “집값 폭락 땐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부담금을 돌려주느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시행과 시공 등 건설업 전반에 경험이 풍부한 한 인사는 “집값이 고점일 때 준공해서 재초환 부담금을 냈다고 하자. 그런데 이후 집값이 폭락한다고 정부가 부담금을 돌려주는 건 아니지 않겠냐”며 재초환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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