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물리보안] “지능형 CCTV가 마약사범 잡고 화재 대응”… 서울시 CCTV 안전센터, 경찰·소방 연결하는 ‘허브’
”성동구에서 동대문구로 도망가는 범인 이동 경로 실시간 추적 가능”
프랑스·영국에선 수상한 행동 감지하고 쓰레기 투기 적발
물리보안이 인공지능(AI)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 AI로 고도화된 지능형 폐쇄회로(CC)TV가 무인매장뿐 아니라 학교, 병원, 국방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능형 CCTV를 포함한 영상감시솔루션과 관제센터 등 물리보안 영역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경찰이 쫓던 용의자의 모습과 유사한 사람이 폐쇄회로(CC)TV가 비추는 서울의 한 골목을 지나간다. 사건 발생 당시 확보했던 CCTV 화면 속 인물과 체형, 걸음걸이가 동일하다는 것이 관제실 화면에서 즉시 판독된다. “15시 2분 315, 횡단보도를 건너갑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용의자의 동선이 CCTV를 통해 추적된다. 이는 2013년 개봉한 영화 ‘감시자들’의 한 장면이지만, 이제는 현실 속 이야기가 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배회, 쓰러짐, 폭행 등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위험·위급상황 발생 시 관제센터로 영상이 자동 전송되는 지능형 CCTV가 서울 시내 전역에 도입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시민안전 확보와 CCTV의 효율적 활용 등을 위해 추진되긴 했지만, 지난해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성폭행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등 강력 범죄가 늘자 지능형 CCTV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서울시 CCTV 지능화율 27%… 2년 뒤 100% 목표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지능형 CCTV 약 7만대를 추가 도입, 지능형 CCTV 보급율 100%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으로 323억원을 책정했다. 총 9만3097대의 방범용 CCTV 중 2만4084대가 지능형 CCTV로, 작년 기준 보급율은 26.7%에 불과하다. 자치구별로도 지능화 CCTV 보급율이 다른데, 종로구의 지능화율은 100%인데 반해 강북·노원·마포·중구의 지능화율은 0%다.
김완집 서울시 정보통신보안 담당관은 지난 4일 조선비즈와 만나 “새로 설치되는 모든 CCTV는 지능형으로 설치하고, 내구연한(7년)이 지난 노후 CCTV 교체시에도 지능형으로 바꾼다”면서 “그동안은 CCTV가 증거 확보 등 사건·사고에 대한 사후 대응의 일환으로 사용됐지만, 지능형 CCTV의 도입으로 관제요원들이 이상징후가 포착된 장소를 집중 감시, 사건·사고의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로드맵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올해 들어 예산을 편성해 지능형 CCTV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례로 노원구의 경우 올해 28억원의 관련 예산을 확보해 480대의 지능형 CCTV를 구내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지능형 CCTV의 신호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스마트서울 CCTV 안전센터’로 모인다. 센터에서는 단순 관제를 넘어 관계 기관과의 협업이 이뤄진다. 지난해 서울시는 월 평균 경찰에 17만3704건, 소방에 1만8207건, 법무부·국방부·재난상황실 등에 4만3917건의 영상을 제공했다. 제공받은 영상을 기반으로 각 기관들이 범인 검거, 화재 진압 등을 위한 대응 계획을 수립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총 15건의 마약사범 검거가 이뤄졌다.
김 담당관은 “CCTV 안전센터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CCTV와 경찰·소방과의 관계 기관을 연결하는 ‘허브(Hub)’ 역할을 한다”면서 “이전에는 자치구별로 관제 주체가 달라 각 자치구의 관제 영역을 넘어가면 이동 경로를 빠르게 추적하고 대응하는 게 어려웠지만, 이제는 성동구에서 동대문구로 도망가는 범인의 이동 경로도 실시간으로 추적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 인파 밀집 감지·실종자 찾기에도 지능형 CCTV 활용
서울시는 방범용 CCTV 지능화율 100%를 선언한 데 이어 다양한 용도로 지능형 CCTV를 활용하고 있다. 재작년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감지 CCTV를 도입해 밀집도 관리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인파감지 시스템은 지능형 CCTV를 통해 단위 면적당 인원수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인파 밀집이 감지되면 자치구 재난안전상황실과 서울시, 소방, 경찰에게 상황을 전파·공유한다.
구체적으로는 1㎡당 2~3명이 모이면 ‘주의’, 4~5명이 모이면 ‘경계’, 5~6명이 밀집할 때에는 ‘심각’ 등으로 지능형 CCTV가 상황을 구분한다. 지난해 10월 25일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입구에서 대응 훈련이 이뤄졌을 때, 30㎡ 남짓 규모의 좁은 골목에 시민 150명이 모여들자 이곳을 비추는 지능형 CCTV가 광진구청에 위험 상황을 전달했다. 광진구는 기기에 부착된 스피커를 통해 “인파 밀집 상황이 감지됐다” “현 지역에서 벗어나 우회해달라” 등의 안내 방송을 실시했다.
치매 노인, 미아 등 실종자 찾기에 특화된 AI CCTV도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달 AI CCTV 기반 실종자 고속 검색 시스템 구축 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에는 노원·동대문·서대문·용산·서초·송파 등 6개 자치구가 참여했다. 이 시스템에 실종자 사진과 인상착의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CCTV 영상을 분석해 유사한 이미지를 찾아낸다. 예컨대 ‘긴팔 검은색 상의’ ‘안경 씀’과 같은 정보를 입력하면 곳곳에 설치된 CCTV에서 이와 비슷한 행인의 모습을 찾아내고 동선을 추적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지능형 CCTV 도입이 활발하다. 올해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에선 테러 방지 목적으로 공원 등 공공장소에 AI CCTV를 도입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AI CCTV는 개인 간 다툼은 물론이고 가방을 던지는 것과 같은 수상한 행동을 감지한 뒤 경찰에 실시간으로 알린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일부 도로에 AI CCTV를 도입해 운전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쓰레기 투기 등을 잡아내고 있다.
김 담당관은 “현재는 범죄, 화재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지능형 CCTV를 활용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헬스케어, 도시시설물 설치, 교통 노선 수립 등 각종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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