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통일’ 선언한 김정은 연일 軍부대 시찰… 전쟁 준비 박차 [밀리터리 월드]
극심한 빈부격차·식량난에 주민들 불만
체제 유지 근간 흔들린다는 분석 제기돼
中 "한반도 전쟁 안돼"라면서 北 부추겨
金, 중·러 뒷배로 인민군 훈련지도 이어가
전문가 "北의 관성적 군사전략 드러낸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른바 '반통일 연설'을 통해 '통일'과 '동족'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을 완전히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선대 유훈통치 기조를 역행하는 조치로 북한의 엘리트들과 주민들에 혼란과 분열을 초래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중·러 사이 양다리 외교를 시도하면서 정권 생존을 위해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노골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임계점에 이른 북한 내부의 고조된 불만과 파탄 난 경제 상황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역대 북한 정권은 김일성 때부터 한반도 전체를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겠는 목표를 세웠다. 북한에선 조국통일, 민족해방이라는 개념은 지난 70여 년을 버텨온 존재의 본질과 근간의 역할을 해 왔다.
김정은의 '반통일' 천명은 대한민국과 혹은 미국을 겨냥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 주민들의 정신을 지배해 왔던 '조국통일' 유훈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평양 남쪽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했다. 애국가에서 '삼천리'라는 단어 삭제와 북한 지하철역명 '통일역'을 삭제했다. 통일과 관련된 단어가 들어간 헌법을 개정하고 대남기구도 모두 폐지했다. 아버지 김정은의 업적인 경의선 북측 구간 및 남북접경지역의 연결사업 등에 대해 물리적 단절과 분리 조치를 취했다. 이후 북한 매체엔 '반통일' '반민족'이라는 그의 언급조차 일체 실리지 않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달 6일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발간했다. 비공개 '3급 비밀'로 분류했던 내용을 처음 공개한 것이다. 최근 탈북자 중 72.2%는 식량을 배급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북한의 배급제가 무너진 것으로 평가된다. 또 93.1%가 북한의 빈부 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평양에서 배급을 받았다는 응답 비율은 60.9%인데 반해 접경 지역, 비접경 지역 탈북민의 배급 경험 응답 비율은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북한 사회에서 특권층과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극심한 불평등이 확인된 셈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인민군에게 전쟁준비 완비를 주문했다. '남조선 전 영토 평정'과 '대사변'을 강조했지만 올해 들어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직접 지방경제 낙후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지방발전 정책을 제시한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북한식 주체 사회주의 체제의 3대 우월성(무상 식량배급, 무상 교육, 무상 치료) 증거의 첫 번째로 전 인민에 대한 '무상 식량배급 제도'를 내세웠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 배급제는 1980년대 말에 붕괴된 이후 40년이 되도록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북한 체제 유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꾸준한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세계는 이미 충분히 혼란스러우므로 한반도까지 전쟁이나 동란을 보태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미국을 겨냥해선 "한반도 문제를 빌려 누구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려 한다면 막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선 "국제적으로 누구든 '대만 독립'을 종용하거나 지지한다면 반드시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거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중·러 관계는 세계 주요국들에 긍정적 상호작용의 지평을 확대해 주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개발의 정당성을 대변하고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며 한·미에 대한 심리 강압이라며 오히려 한·미동맹 강화와 우-러 전쟁으로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유럽을 반중으로 돌릴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5일 전인대 개회식에서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대비 7.2% 증가한 1조6655억위안(약 309조원)으로 책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지속되는 경제 침체에도 군비 확장 우선시 정책을 분명히 한 것이란 평가다.
올해 초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는 '2023 보고서'에서 OSA(Official Security Assistance : 정부안전보장능력강화지원) 제도를 활용해 △(일본 자금으로) K-무기를 구입해 동남아 국가에 지원 △한·일 간 군수지원 협정 체결 및 국방-외교 2+2회의 정례화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령부에 자위대 연락장교 파견 △일본의 중거리 타격능력 보유에 대해 처음으로 다루었다. 일본 최고의 전략문제 연구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북·중·러에 대응한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이 최근 연이틀 인민군 훈련지도에서 나섰다. 중·러를 뒷배로하는 북한이 기습전·배합전·속전속결전로 축약되는 포기할 수 없는 관성적, 전통적 전쟁 수행 방식의 군사전략을 드러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올해를 전쟁준비의 해로 규정한 북한이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보"라며 "김정은이 '수도권 타격'을 지도한 것은 한국의 전쟁지휘 능력을 마비시키려는 속전속결전을, '대남침투 훈련' 지도는 한국이 정치적·사회적으로 혼란한 방어태세가 약해진 취약 시점을 노린 기습전 구사를 연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북한의 핵무장이 완성에 이르렀다는 자신감이 유훈통치에 거리를 두는 배경으로 평가되지만, 지나친 자신감은 전쟁개시 등 오판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며 "북한이 전통적인 군사전략에 더해 핵강압이라는 수단을 융합하는 새로운 차원의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과거 국지도발이나 6·25전쟁 방식을 벗어난 예상치 못한 도발을 벌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며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시나리오에 따른 연습 뿐 아니라 실전대응 태세점검도 동시에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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