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댄스 배우고 떡볶이 먹고…K-콘텐츠에 MZ세대 관광객 몰려와
외국인 방한 이유 1위 '한류 콘텐츠 경험'…K-콘텐츠 접하고 방한수요로
정부, e-스포츠 연계 등 맞춤형 콘텐츠 개발…"지역 콘텐츠도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차민지 기자 =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것은 K-팝·푸드·뷰티 등 'K-콘텐츠' 높은 인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K-팝 문화와 영화 '기생충'·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의 K-영화·드라마, 김치·라면·김밥·떡볶이 등 K-푸드까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부도 젊은 층 공략에 초점을 둔 다양한 관광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 주로 서울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어 K-콘텐츠와 지역관광을 연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11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 국적 여행객 4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도 4분기 외래 관광객 조사' 결과 외국인 관광객이 꼽은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1위는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 나서'(31.9%)였다.
BTS와 블랙핑크 등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한류 스타가 잇따라 배출되며 각국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방한 관광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광 목적보다 K-팝 댄스를 배우러 오는 등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우도 있다.
또 지난 2019년 개봉해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이나 넷플릭스 역대 시청 1위를 기록한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 등의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젊은 층이 핵심 관광 층으로 부상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는 K-푸드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농심의 글로벌 라면 매출이 큰 폭의 성장세도 보였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도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각국에서 달고나를 이용한 각종 이벤트도 열렸다.
짜파구리나 달고나처럼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김치, 짜장면, 김밥, 떡볶이, 김, 소주 등의 K-푸드 역시 연쇄 효과로 위상이 높아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K-컬처 인기와 관련해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김치 등 한국이 체급을 훌쩍 뛰어넘어 펀치를 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종료되고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대가 도래하자 외국 젊은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한국을 찾고 있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기간에 외국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여가 시간을 채우기 위해 K-콘텐츠를 많이 소비했다"며 "이것이 방한 관광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K-콘텐츠를 넘어 K-스포츠, K-뷰티 등과 연계한 맞춤형 콘텐츠와 테마상품을 발굴하려 힘쓰고 있다.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내 프로리그 LCK 등 e-스포츠와 연계한 테마 상품을 개발하려 노력 중이다.
또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미래 세대 교류 관점에서 청소년 수학여행 유치사업을 강화하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장소로 부상한 올리브영과 'K-트렌드 방한 프로모션'도 연중 전개할 예정이다. 이 프로모션은 올리브영 이용자를 대상으로 다시 방한하도록 유도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소셜미디어(SNS) 챌린지 등을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구미주 지역을 대상으로는 교육관광을 테마로 Z세대(1997∼2006년생) 유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교육 여행 전문여행사를 발굴하고 한국학과를 보유한 주요 대학교와 연계해 방한 단체를 직접 유치하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K-팝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MZ세대에 한국 관광을 홍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광 추세에 개별관광이 주를 이루는 MZ세대 특성을 고려해 관광 수용 태세를 더욱 확충하고 지방에서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최근 정부가 외국인 관광 대책 흐름을 '질적 관광'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오래 체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K-팝 이벤트가 부산, 대구, 광주 등 지역 도시에서도 늘어나고 더욱 활발해지면 해외 MZ세대가 한국을 구석구석 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MZ세대 특성을 고려해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홍보나 관광 정보 제공 등을 확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ka@yna.co.kr,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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