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장관, 외압 의혹부터 출국까지

유새슬 기자 2024. 3.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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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8명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보고서 직접 결재
다음날 ‘혐의자 특정하지 말것’과 경찰 이첩 보류 지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10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한국을 떠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윗선 외압 의혹 핵심 당사자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 측은 대통령실과 이 전 장관이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해병대 수사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장관 시절인 지난해 7월30일 오후 집무실에서 주요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 대령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결론이 담긴 서류를 이 전 장관은 직접 결재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해병대에 이 수사 결과보고서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대령은 거절했다. 해병대 사령관이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라고 하자 수사단은 안보실에 파견된 해병 대령에게 브리핑 자료를 전달했다.

그런데 이튿날인 7월31일 오전 이 전 장관은 돌연 해병대 사령관에게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용산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대기하던 박 대령 등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은 브리핑을 두 시간여 앞두고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했다. 박 대령은 브리핑 취소 지시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라고 국방부 검찰단에 진술했다. 해병대 사령관이 ‘오늘(31일) 오전 VIP(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사령관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때부터 수사단의 경찰 이첩 서류에서 혐의자 관련 내용을 축소하고 장관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국방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됐다.

이 전 장관은 7월31일 오후 정종범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을 집무실로 불렀다. 부사령관은 이 전 장관이 경찰 이첩 서류에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 것과 사건에 대한 언론 브리핑은 경찰이 수사를 모두 마친 뒤 해야 한다는 점 등을 지시했다고 이후 국방부 검찰단에서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7월31일부터 8월3일까지 해외 출장을 떠났는데 장관의 최측근 참모인 박진희 당시 군사보좌관은 이 기간 해외에서 해병대 사령관에게 연락했다. 그는 8월1일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고 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의 전방위적인 개입을 두고, 혐의자 목록에서 사단장 등 지휘 계통을 빼라는 윗선의 외압으로 느꼈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은 수사단 보고서를 수정하지도, 경찰 이첩을 늦추지도 않았다. 수사단은 계획대로 8월2일 이른 오전 경북경찰청으로 떠났다. 오전 11시 가까운 시각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다급하게 전화해 이첩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이미 경찰청에 간 수사단원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관의 군사보좌관은 이후 사령관에게 ‘ㅈㄱ(장관)님이 통화 원하신다’ ‘경찰 이첩 여부가 확인됐나’ 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령은 같은 날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됐고 국방부 검찰단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박 대령을 입건했다. 이후 혐의는 항명과 상관명예훼손으로 변경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8월2일 저녁 경북경찰청에서 사건을 회수, 같은 달 21일 경찰에 사건을 재이첩했다. 혐의자 목록에서 임성근 사단장 등은 빠지고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된 서류가 경찰로 넘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고 윤 대통령은 10월 국방부 장관을 교체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이 전 장관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 최근까지 연장해왔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이 전 장관을 신임 주호주대사 로 임명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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